영화이야기/2012년 영화이야기

[아이스 에이지 4 : 대륙 이동설] - 바뀐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다.

쭈니-1 2012. 8. 1. 11:45

 

 

감독 : 스티브 마티노, 마이크 써마이어

더빙 : 레이 로마노, 존 레귀자모, 데니스 리어리, 제니퍼 로페즈

개봉 : 2012년 7월 25일

관람 : 2012년 7월 31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썸머시즌 극장가의 횡포에 적응하다.

 

지난 주초만 해도 웅이와 저는 잔뜩 기대에 차 있었습니다. 웅이의 기대작인 [아이스 에이지 4 : 대륙 이동설]과 [극장판 도라에몽 : 진구와 기적의 섬 애니멀 어드벤처]가 동시에 개봉을 하기 때문입니다. 저를 닮아서 은근히 영화광의 기질을 보이는 웅이는 이 두 영화를 모두 보겠다며 기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주말동안 예술의 전당의 '동물의 사육제'와 성남의  '잡월드'에 가야 했기에 극장에 갈 시간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집 근처 멀티플렉스에서는 [도둑들]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상영하느라 [아이스 에이지 4 : 대륙 이동설]과 [극장판 도라에몽 : 진구의 기적의 섬 애니멀 어드벤처]는 낮 시간에만 상영해서 평일에 볼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웅이의 기대작인 두 영화를 보려면 제가 회사에 연차 휴가를 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월말이라 바쁘고, 여름 휴가를 가는 동료들이 많아서 연차 휴가를 낼 수도 없었습니다.(제 여름 휴가는 8월 중순입니다.) 결국 이대로 두 영화의 극장 관람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저와 웅이는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쭈니가 아니죠. [극장판 도라에몽 : 진구와 기적의 섬 애니멀 어드벤처]는 포기하더라도 [아이스 에이지 4 : 대륙 이동설]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CGV, 메가박스, 롯데 시네마 등 저와 웅이가 평일에 갈 수 있는 모든 극장 시간표를 검색한 끝에 드디어 평일 저녁 8시 30분에 상영하는 [아이스 에이지 4 : 대륙 이동설] 자막버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찍 자야 성장판이 열려서 키가 큰다며 9시 이후에는 웅이를 무조건 재워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이스 에이지 4 : 대륙 이동설]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원칙을 지킬 수만은 없었습니다. 8시 30분에 영화가 시작하면 10시 10분에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거의 11시이니 구피는 웅이가 피곤할 것이라며 반대하더군요.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흥행작에 눈이 멀어서 수 많은 상영관을 모두 [도둑들]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몰아줘버린 극장의 횡포 속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보려면 관객들이 스스로 적응을 해야하니까요.

 

 

애니메이션 환경에 적응하다.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라면 저와 추억이 참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웅이가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바로 2006년에 개봉한 [아이스 에이지 2]였습니다. 하지만 겨우 4살이었던 웅이는 [아이스 에이지 2]를 보면서 영화 속의 얼음이 녹아 극장 안을 덮칠까봐 무섭다고 해서 제 인생 처음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밖으로 나가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2008년 [아이스 에이지 3 : 공룡시대]가 개봉했을 때에는 웅이가 엄마, 아빠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는 의젓함(?)을 보이는 바람에 극장에서 볼 기회를 놓치기도 했고요. 결국 제가 극장에서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를 본 것은 [아이스 에이지 4 : 대륙 이동설]이 처음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흥미롭습니다. 시리즈가 4편이나 진행되는 동안 영화 속의 캐릭터는 그대로이면서 그 속의 모험담들은 변화무쌍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마치 애니메이션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듯이 말입니다.

 

사실 2002년에 첫 선을 보인 [아이스 에이지]는 애니메이션의 후발 주자인 폭스의 '디즈니 따라하기'에 불과했습니다.

'타도 디즈니'를 외치며 야심차게 준비한 [아나스타샤], [타이탄 A.E.]가 흥행에 처참하게 실패하자 폭스는 셀 애니메이션 대신 3D 애니메이션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그 첫 성공작이 바로 [아이스 에이지]였습니다.

하지만 [아이스 에이지]는 디즈니와는 차별화된 폭스만의 애니메이션이 아닌, 디즈니보다 더 디즈니스러운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영화의 기본 스토리 라인만 해도 그렇습니다. 각자의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맘모스 매니(레이 로마노), 검치호랑이 디에고(데니스 리어리), 나무늘보 시드(존 레귀자모)가 인간 아이를 우연히 발견하고, 인간 아이를 다시 인간들에게 돌려 보내기 위해서 모험을 떠납니다. 이러한 스토리 라인은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를 교묘하게 따라한 것입니다.

2006년에 개봉한 [아이스 에이지 2]는 더합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지구에 해빙기가 찾아오자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매니 일행이 떠나는 모험을 담고 있습니다. 이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디즈니의 [다이너소어]의 기본 설정을 베낀 것입니다. 이렇듯 [아이스 에이지]는 애니메이션의 후발 주자인 폭스가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교묘하게 따라하는 것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그런데 2008년에 개봉된 [아이스 에이지 3 : 공룡 시대]부터는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독자적인 세계관의 구축

 

사실 [아이스 에이지]의 새로운 세계관 구축은 [아이스 에이지 2]에서부터 살짝 엿보였습니다. 1편이 [몬스터 주식회사]를 빙하기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면 [아이스 에이지 2]는 지구의 환경 변화를 교묘하게 이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구의 환경 변화를 스토리 라인에 이용하면서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는 장기 시리즈로서의 토대를 마련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수 많은 세월 동안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으며, [아이스 에이지 2]는 빙하기에서 해빙기로 접어드는 지구의 환경 변화를 영화에 접목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는 [아이스 에이지 3 : 공룡 시대]로 이어집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빙하기 시대의 동물들이건만 [아이스 에이지 3 : 공룡 시대]는 그러한 시대적 설정에 얽매이지 않고 공룡 시대로 이들 주인공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이로서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는 공룡시대-빙하기-해빙기를 어우르는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그 결과 [아이스 에이지 3 : 공룡 시대]는 폭스에게 어마어마한 흥행 실적을 안겨주었습니다.

 

공룡시대-빙하기-해빙기라는 지구의 환경 변화를 효과적으로 시리즈에 접목시킨 이 영화는 이제 대륙의 이동이라는 새로운 환경 변화를 꺼내듭니다.

[아이스 에이지 4 : 대륙이동설]을 이루고 있는 이 새로운 지구의 환경 변화는 이 시리즈가 '빙하기'라는 시대 설정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변화무쌍하게 시리즈를 이끌어 나갈 것임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렇듯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장기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의 환경 변화에 완벽하게 적응해나가는 매니 일행 처럼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도 새로운 세계관에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 시리즈가 얼마나 더 진행될런지 모르겠지만 지구의 환경 변화라는 무궁무진한 소재를 움켜쥔 이상 이 흥미진진한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바뀐 환경에 계속 적응해나가면서 애니메이션의 팬을 사로 잡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들의 환경은 바뀌었어도 영화의 주제는 변함없다.

 

애초에 빙하기라는 한정된 시대에 얽매일 수 밖에 없었던 영화의 소재를 광범위하게 늘려 놓은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 그 만큼 이 영화는 변화무쌍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 에이지]라는 하나의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변함없이 이들 시리즈를 한데 묶어주는 주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가족입니다.

[아이스 에이지]에서 매니와 디에고, 시드는 서로 다른 종족이면서 가족을 형성합니다. [아이스 에이지 2]에서는 매니가 자신의 짝인 엘리를 만납니다. [아이스 에이지 3 : 공룡 시대]에서 매니와 엘리 사이에 아기가 태어나며 완벽한 가족을 이룹니다.

이제 [아이스 에이지 4 : 대륙 이동설]에서는 훌쩍 커버린 매니와 엘리의 딸이 사춘기를 맞이하고 처음엔 자신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매니를 이해못하고 갈등을 겪지만 결국 이 부녀의 사랑을 재확인시키며 영화를 마무리짓습니다. 지구의 환경 변화와 함께 빙하기에서 해빙기로, 다시 공룡 시대로 갔다가 대륙의 이동을 겪는 동안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는 매니의 가족 형성을 기본으로 깔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끝난 것이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아이스 에이지 4 : 대륙 이동설]은 매니의 가족을 완성한 이후에 이번엔 디에고에게 눈길을 돌립니다. 디에고에게 쉬라(제니퍼 로페즈)라는 새로운 짝을 안겨주고 이들의 가족 형성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선언합니다. 아마 디에고의 가족을 완성시키고 난 다음엔 시드의 차례가 돌아올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아이스 에이지 4 : 대륙 이동설]을 매우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전 시리즈에서 조금 부족했던 악당 캐릭터가 강화되어 영화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 것 역시 만족스러웠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조금은 뻔한 주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웅이와 함께 보기에는 그런 뻔한 주제가 딱 알맞았습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감초인 다람쥐 스크랫의 도토리를 향한 엄청난 집념도 대륙 이동이라는 지구의 환경 변화에 접목시킨 점도 좋았는데, 이렇게 자꾸 늘어만 가는 캐릭터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잘 이끌어 나가는 것 역시 엄청난 능력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는 꽤 영리한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셈입니다. 웅이도 자야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만족하며 영화를 봤답니다. 5편에서는 지구의 어떤 환경 변화를 내세울지 모르지만 이 영화는 그 어떤 환경 변화에도 잘 적응하며 영화적 재미를 완성해낼 것이라 믿습니다.

 

 

이대로 매니 일행이 지구의 환경 변화에 적응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매니 일행과 인간의 조우가 다시 이뤄지지 않을까?

지구의 환경에 적응하지 않고 오히려 지구의 환경을 바꾸려는 인간들에게

매니 일행이 일침을 가해주면 그것도 참 재미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