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벤 스타센
더빙 : 이기광, 아이유, 김원효
개봉 : 2012년 8월 1일
관람 : 2012년 8월 17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여수 엑스포 아쿠아리움에 가다.
지난 8월 11일, 12일 1박2일 코스로 여수 엑스포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이번 여름 휴가를 준비하며 여수 엑스포에 꼭 가야만 하는지 고민이 많았답니다. 왜냐하면 다녀오신 분들 대부분이 너무 많은 인파로 인해 뙤약볕에서 고생만 하고 왔다는 글을 남겨 주셨기 때문입니다. 구피와 저는 여수까지 가서 고생만 하느니 차라리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하지만 웅이는 한결같이 여수 엑스포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빠, 평생 한번 볼 수 있는 기회래요.'라며 저를 설득하는데, 웅이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니 부모된 입장으로 아무리 고생길이 휜히 보이더라도 여수 엑스포에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웅이가 그토록 여수 엑스포에 가고 싶어 했던 이유는 아쿠아리움에 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웅이에게 여수 엑스포 아쿠아리움 대신, 코엑스 아쿠아리움, 63빌딩 아쿠아리움으로 유혹을 해봤지만 웅이는 굳이 여수 엑스포 아쿠아리움에 가야한다고 버티더군요.
결국 8월 10일 금요일 저녁에 잠도 자지 못하고 밤새 운전해서 새벽에 여수 엑스포에 도착, 무려 3시간 동안이나 여수 엑스포 입구에서 줄을 서고, 여수 엑스포 개장 후에는 아쿠아리움으로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쿠아리움 입구에서 다시 1시간 동안이나 줄을 선 후에야 웅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여수 엑스포 아쿠아리움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웅이가 그토록 여수 엑스포 아쿠아리움에 가고 싶어 했던 이유는 다른 아쿠아리움에는 없다는 하얀 돌고래 벨루가와 희귀한 해룡(해마가 아님)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잠 한숨 못자고 운전하고, 몇 시간동안이나 뙤약볕 아래에서 줄을 서긴 했지만 아쿠아리움에서 '우와!'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웅이를 보니 뿌듯했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는 알차게 보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여수에 다녀온 여파로 남은 여름 휴가 기간 동안 구피와 저는 폐인 모드로 집에서 뒹굴거렸습니다. 사실 8월 14일과 15일 1박 2일 일정으로 용인 에버랜드에 갈 예정이었지만 14일날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는 덕분(?)에 집에서 푹 쉴 수 있었습니다.
여름 방학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저와 함께 집에서 뒹굴거리는 웅이가 안쓰러워 17일에는 영화라도 보자는 생각으로 극장에 갔습니다. 구피와 처갓집 식구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러 들어갔고, 저와 웅이는 따로 [새미의 어드벤쳐 2]를 봤답니다. 처음에 웅이는 [새미의 어드벤쳐 2]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더니 영화의 예고편에 해마가 등장하는 것을 보더니 보겠다고 생각을 바꾸더군요. 아마도 여수 엑스포 아쿠아리움에서 본 해룡이 인상깊었던 웅이가 해룡과 비슷한 해마에도 관심을 보인 듯합니다. 이렇게 쭈니의 소중한 여름 휴가는 또 하루가 지나고 있었습니다.
1편은 보지 못했다.
사실 저와 웅이는 2010년 12월에 개봉한 [새미의 어드벤쳐]를 보질 못했습니다. 대개 1편을 보지 않은 경우 속 편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저와 웅이가 [앨빈과 슈퍼밴드]를 아직 단 한 편도 안본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새미의 어드벤쳐 2]를 보면서 처음엔 조금 헷갈렸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새미가 귀여운 아기 바다거북일 것이라 기대를 했거든요. 그런데 알고보니 새미는 이미 할아버지 거북이 되어 있더라고요. 아니.. 어느새...
결국 이 영화는 '새미의 어드벤쳐'가 아닌, '엘라의 어드벤쳐'가 되었어야 했던... 뭐 사정이야 어떻든, 1편에서 멋진 모험을 겪었던 새미와 레이는 할아버지가 되어 이번엔 인간들에게 붙잡혀 아쿠아리움에 갇히는 신세가 됩니다. 그러한 새미와 레이를 갓 태어난 어린 거북 엘라(아이유)와 리키(이기광)가 구하기 위한 새로운 모험을 펼칩니다. 그것이 [새미의 어드벤쳐 2]의 주요 내용입니다.
귀여운 아기 거북 새미의 모험을 기대했다가 할아버지가 된 새미를 보고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두바이 아쿠아리움이 주요 배경이라 웅이와 여수 엑스포에서 인상깊게 봤던 아쿠아리움과 겹치는 묘한 경험을 했습니다.
웅이가 이 영화를 보게된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해마 빅D(김원효)의 코믹한 악당 연기도 꽤 즐거웠습니다. 처음 빅D의 등장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덩치 큰 악당을 기대했는데 조그마한 해마가 나와서 당황했었습니다. 하지만 빅D는 작은 몸짓을 가졌지만 아쿠아리움의 물고기들에게 거짓된 희망을 안겨주며 권력을 이어나가는 영악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웬지 우리 사회의 그 누구를 보는 것같아서 개인적으로 씁쓸했습니다.
엘라와 리키의 모험담이 처음엔 미비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새미와 레이의 계획에 의한 아쿠아리움 탈출기는 기발하다기 보다는 상당히 위험한 계획이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뭐 어떻습니까? 어처피 어린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인 것을... 웅이만 즐거워한다면 그런 허술한 계획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그들의 자유를 박탈해도 될까?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저는 과연 웅이가 [새미의 어드벤쳐 2]를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했습니다. 여수 엑스포의 아쿠아리움과 이 영화 속의 아쿠아리움이 묘하게 겹쳐졌기에 사실 저는 영화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거든요.
과연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서 바다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야할 동물과 물고기들을 아쿠아리움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가둬 놓는 것이 옳은 일인지... 저는 [새미의 어드벤쳐 2]를 보며 좁은 수족관 안에서 헤엄치던 흰 돌고래 벨루가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웅이는 아직 그런 것까지 생각하기엔 나이가 어렸나봅니다. 웅이의 멋진 감상평을 기대하며 '영화 어땠어?'라고 물었지만 돌아온 웅이의 대답은 '거북이들이 귀여웠어요.' 정도 뿐이었거든요. 하긴 엘라와 리키가 귀엽긴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자체가 진지하게 아쿠아리움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동물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도 아니었고요. 어쩌면 제가 웅이에게 너무 큰 것을 바랬는지도...
올해가 가기 전에 웅이와 함께 여수를 다시 찾을 계획입니다. 여수 엑스포는 끝이 났지만 엑스포내 아쿠아리움은 계속 운영된다고 하더군요. 지난 관람에서는 인파에 밀려 제대로 관람하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2시간 이상을 아쿠아리움에서 보낸) 이번에 방문하면 조금은 넉넉하게 아쿠아리움을 볼 생각입니다.
이번 관람에서는 그저 신기한 바다 속 생물들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미의 어드벤쳐 2]가 제게 던진 질문들을 웅이와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겠습니다. 아무리 넓은 아쿠아리움이라 할지라도 바다 속 생물들에겐 좁은 감옥에 불과할 것입니다.
문제는 과연 웅이가 그러한 문제 제기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입니다. 어린이들에게 교훈과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한 애니메이션 [새미의 어드벤쳐 2]를 보고, 웅이 대신 저 혼자 영화가 던진 질문를 곰곰히 고민한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새미의 어드벤쳐 2]는 제게 웅이와 토론을 할 주제를 던져줘서 고마운 영화입니다.
아이유, 이기광, 김원효의 더빙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합격점을 주고 싶다.
특히 김원효의 코믹한 더빙은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더라.
영화의 주관객층인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면 된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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