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2년 영화이야기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 - 있을건 다 있는데 허전하다?

쭈니-1 2012. 8. 22. 10:56

 

 

감독 : 김동원

주연 : 정지훈(비), 유준상, 신세경, 김성수, 이하나

개봉 : 2012년 8월 14일

관람 : 2012년 8월 21일

등급 : 15세 관람가

 

 

CJ의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망작?

 

2011년 12월, 우리나라 영화계의 큰 손으로 알려진 CJ 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마이웨이]를 선보였습니다. 흥행불패 강제규 감독의 신작인데다가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이라는 다국적 캐스팅, 그리고 3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간 [마이웨이]는 절대 실패할 수 없는 프로젝트처럼 보였습니다.

당시 저는 [마이웨이]의 서포터즈가 되어 11월 24일 쇼케이스, 12월 13일 기자 간담회 및 시사회에 참가를 했었습니다. 특히 왕십리 CGV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 및 시사회는 언론 매체, 일반 영화팬, 파워 블로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전쟁터를 방불케했고, 왕십리 CGV의 8개관중에서 5개관을 대관하는 단일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행사였습니다. CJ 엔터테인먼트가 [마이웨이]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준비를 했는지 그 행사만 봐도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이웨이]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마이웨이]가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동원한 214만명의 관객은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었지만 이 영화에 투입된 제작비를 생각한다면 흥행 참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마이웨이]의 흥행 실패에 타격을 입은 CJ 엔터테인먼트는 결국 자사의 또 다른 블록버스터 [비상 : 태양 가까이]의 개봉을 연기하고 말았습니다.

 

2011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작 발표회를 가졌고, 2011년 겨울방학 시즌에는 [마이웨이]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2012년 1월로 개봉이 연기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이웨이]의 흥행 실패이후 영화의 CG와 완성도를 높인다는 명목아래 또 다시 개봉연기. 결국 2012년 여름방학 시즌인 8월로 개봉일을 확정하고 제목도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로 바꾸었습니다. CJ 엔터테인먼트는 이 영화의 흥행을 위해 치열한 눈치 작전을 벌인 것이죠.

하지만 결과는 현재까지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국내 최대 극장 체인인 CGV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 4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이미 천만 관객이 들면서 볼 만한 사람은 거의 봤다는 [도둑들]에게 밀렸고, [도둑들]과 쌍끌이 흥행을 하고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게도 맥없이 두 손을 들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만만하게 봤던 [토탈 리콜]에게도 밀렸다는 사실입니다.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의 흥행이 앞으로도 밝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니 '시대착오적 반공 영화다, 아니다' 의견이 분분하시던데... 바로 어제 휴가 후유증으로 비실거리는 구피를 끌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휴가 기간동안 유일하게 놓친 기대작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손발이 오글거리는 영화의 초반부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는 화려한 에어쇼로 영화를 시작합니다. 많은 관객들이 모인 가운데 선보인 에어쇼. 하지만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이스 정태훈(정지훈)이 금지된 비행 기술인 제로노트를 감행하는 돌발 행동을 하게 되고 에어쇼는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분명 태훈이 제로노트를 선보이는 장면은 멋졌습니다. 하지만 그로인해 드러나는 태훈이라는 캐릭터 설정의 식상함이 문제입니다.

실력은 최고이지만 천방지축이고 제어할 수 없는 성격. 태훈의 캐릭터는 이걸로 쉽게 설명이 됩니다. 그런데 그러한 캐릭터 설정이 새롭지 않습니다. 멀게는 [탑건]에서 가깝게는 [배틀쉽]에 이르기까지 이런 류의 영화에서 쉽게 차용하는 캐릭터인 것이죠.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는 가장 중요한 태훈의 캐릭터를 너무 안일하게 설정한 것입니다.

이 영화의 초반부는 이런 식입니다. 김동원 감독은 영화 초반 분위기를 가볍게 이끌어 나갑니다. [투사부일체], [유감스러운 도시]라는 코미디 영화만을 만들어왔던 그였기에 자신의 특기를 살려 영화의 초반부는 가벼운 코미디로 채워져 있습니다.

 

태훈이 정비대대의 유세영(신세경)과 알콩달콩한 러브 라인을 형성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정지훈의 능글맞은 연기와 여전히 딱딱한 신세경의 연기가 시너지효과(?)를 가져오며 태훈과 세영의 러브 라인은 제 손발을 오글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두 사람의 러브 라인을 보며 [철수와 미미의 청춘 스케치]가 생각났습니다. 이규형 감독이 1987년 만든 이 청춘 영화는 당시에는 신선한 웃음을 안겨줬지만 25년이 흐른 지금 보면 참 유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태훈과 세경의 러브 라인도 그렇습니다. 김동원 감독은 태훈과 세경의 러브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풋풋한 에피소드를 준비했지만 그러한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보다는 오히려 영화와 따로 노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태훈과 세경의 러브 라인만이 아닙니다. 영화의 초, 중반을 이루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거의 대부분 단발적인 웃음을 주는데 그칩니다. 만약 영화가 끝까지 이런 식으로 가볍게 흘러가기만 했다면 제게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는 최악의 영화로 기억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이 영화는 중후반부에 가서 갑자기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힘 없는 나라의 군인으로 산다는 것

 

북한에 쿠데타가 일어나고 서울 항공에 귀순을 요청하는 북한군 전투기가 뜨면서 느슨했던 영화의 분위기는 갑자기 팽팽한 긴장감으로 바뀝니다.

이때부터 이 영화가 자랑하는 특수효과들이 선보이는데, 서울 항공에 난입한 북한군 전투기의 모습은 영화적 재미를 넘어 충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현실이 될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꽤 잘만들었다고 생각되는 특수효과가 스크린 속에 펼쳐지는 동안 제가 느낀 것은 특수효과에 의한 쾌감보다 분노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도가 공격을 받고 있는데 북한과의 전면전을 펼칠 수 없다며 대응하지 못하는 영화 속의 현실이 태훈의 절규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희생자가 생기고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더욱 속도를 높입니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미군에 밀려 북한에 고립된 동료를 구할 수도 없고, 한반도에 핵이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나라 군의 현실은 저를 계속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힘 없는 나라의 군인으로 산다는 것...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는 영화 후반부에 가서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 군의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한반도에 핵 폰탄이 떨어질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우리나라의 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전시작전권이 미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미군은 북한의 쿠데타 세력이 미국에 탄도미사일을 겨냥한다는 이유로 한반도에 핵 폭탄을 투여하려고 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는 바로 그러한 답답한 현실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 후반부의 지석현(이종석) 구출 작전은 묘한 쾌감을 줍니다. 미군의 승인 없이 펼쳐지는 이 작전은 어쩌면 불가능한 판타지일지도 모릅니다. 미군 몰래 작전을 승인하는 그런 당찬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있을런지도 미지수이지만, 만약 현실에서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미군은 우리나라의 전투기가 북한에 넘어가기 전에 격추시킬지도 모를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반공 영화다,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십니다.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반공 영화라기 보다는 자주국방의 길을 스스로 포기하고 미국에 기대려고만 하는 이들에 대한 냉소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시작전통제권은 2007년에 2012년 4월 17일 이양하기로 합의를 봤지만, 2010년 많은 분들의 반대로 결국 2015년 말로 조정되었다고 합니다. 

전시작전통제권이 우리나라로 이양되면 우리나라의 국방력이 약화된다고 많은 분들이 주장합니다. 하지만 미군은 미국에 해를 끼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한반도를 핵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일이라도 자국에 이익이 된다면 그대로 실행을 하겠죠. 그것이 우리나라의 국방은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는 '북한에 강경시력에 의한 쿠데타가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이러한 주제를 관객 앞에 선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 흥행을 위한 있을 건 전부 있다. 하지만...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를 보고, 극장을 나서며 처음 들었던 느낌은 마치 두 편의 영화를 본 듯하다는 것입니다.

한 편은 유치한 유머와 오글거리는 러브 라인으로 가득 채워진 군을 소재로한 코미디 영화이고, 또 다른 한 편은 전시작전통제권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약소국의 군인들이 느껴야할 비애를 다룬 진지한 블록버스터입니다.

영화 후반부의 주제 의식이 인상깊었던 저로서는 이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한 태도로 후반부의 주제를 잘 살려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반부에 너무 가볍게 진행되어 캐릭터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후반부 역시 주제의식을 제외하고는 캐릭터에 의한 감동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마치 [7광구]를 연상하게 합니다. [7광구] 역시 영화 초반의 오글거리는 에피소드와 코믹한 캐릭터를 배치한 후, 영화 후반에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펼칩니다. 이러한 초반과 후반은 상당한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데 [7광구]가 결과적으로 흥행에서 실패를 거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동원 감독의 입장은 이해가 됩니다. 우리나라의 관객들은 웃음을 사랑합니다. 흥행에 성공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진지한 주제의식과 코믹한 에피소드와 캐릭터들을 잘 버무려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함께 전해줬었습니다.

시종일관 전쟁의 실상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일관한 [마이웨이]의 흥행 실패도 감안했어야 했을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는 흥행에 성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블록버스터이니까요.

그래서 관객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익숙한 태훈의 캐릭터, 영화 중간 중간에 웃음을 안겨주는 조연 캐릭터들, 훈남훈녀인 태훈과 세영의 러브 라인, 그리고 감동을 위해 적절하게 희생되는 캐릭터도 등장하고, 마지막 쾌감을 위해 석현은 북한에 고립되기도 합니다.

관객을 위한 서비스 컷도 다수 보입니다. 남성 관객을 위한 신세경을 최대한 예쁘게 포장한 CF와도 같은 뽀샤시 장면들과 여성 관객을 위한 정지훈과 유준상이 근육질 상반신을 그러내며 대치하는 장면 등등.

영화를 보고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흥행을 위해서 있을 건 전부 갖췄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안전한 선택이 오히려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갉아먹었고, 그래서 부진한 흥행으로 이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해도 그러한 요소들이 잘 융합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장점이 아닌 단점이 될 뿐입니다. 흥행을 위한 안전 장치들... 그것이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의 최대 적이었던 것입니다.

 

이 영화는 꽤 괜찮은 특수효과와

정말 공감되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흥행을 위한 초중반의 안전장치들로 인하여

그러한 요소들이 퇴색되고 말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나서 허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