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이크 건서
주연 : 50센트, 라이언 필립, 브루스 윌리스
국내 개봉일을 계속 미루더라.
2011년 노컷뉴스의 인터넷 뉴스에는 브루스 윌리스, 라이언 필립, 50센트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범죄 스릴러 [셋업]이 2012년 2월 2일에 국내 개봉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2월이 되어도 [셋업]은 개봉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스포츠 한국에서 [셋업]의 개봉이 3월 7일로 확정되었다는 인터넷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역시 3월이 지나가도록 [셋업]을 상영하는 극장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셋업]은 5월 30일에 개봉한다며 또 다시 개봉일을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셋업]은 결국 다운로드 시장으로 직행했고, 아직도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셋업] 소개 페이지에는 5월 30일 개봉작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개봉일을 게속 뒤로 미루다가 결국 다운로드 시장에 직행하는 영화는 대개 흥행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 수입업자들이 기껏 수입을 했지만 배급업자들이 흥행성 부족을 이유로 외면을 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셋업]은 어떨까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액션 배우인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하는 영화이고, 장르도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하는 범죄 스릴러입니다. 그런데 흥행성 부족을 이유로 극장 개봉이 뒤로 밀리다가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요?
나는 범죄 스릴러를 좋아한다.
범죄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셋업]은 기대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간이 남는다면 꼭 챙겨보고 싶은 준기대작이었습니다. [셋업]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이 아닌 조연이긴 하지만 그래도 블루스 윌리스가 출연하는 영화라면 믿음직했고, 신세대 훈남 배우인 라이언 필립, 그리고 유명 랩퍼이자 꽤 많은 영화에도 출연한 50센트까지. 이들이 출연한 영화라면 어느 정도 영화적 재미는 보장이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부터 그러한 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셋업]을 보다가 너무 지루해서 포기하고, 며칠 후에야 다시 보기 시작해서 지루함을 무릅쓰고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셋업]이 지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범죄 스릴러이면서 영화를 이루고 있는 범죄는 물론, 캐릭터들의 배신과 복수, 그리고 그 속에 꼬이고 꼬인 관계들 역시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허술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나 하고 뭐하자는 것이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허술한 범죄들
먼저 [셋업]을 이루고 있는 범죄의 허술함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영화의 시작은 빈센트(라이언 필립), 써니(50센트), 데이비드가 대낮의 도심 한가운데에서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어릴 적부터 가족과도 같은 친구 사이였던 세 친구가 서로를 배신하게 되는 빌미가 되는 중요한 범죄이지만 [셋업]은 이 중요한 사건을 모조리 생략해버립니다. 그래서 그저 도심 속에서 총 몇번 쏘고 아주 간단하게 다이아몬드를 탈취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경찰은 출동하지도 않았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 또한 없습니다. 이렇게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범죄가 너무 쉽고 간단하게 정리가 되니 그 뒤를 잇는 빈센트의 배신이 느닷없게 느껴집니다.
빈센트는 다이아몬드는 모두 차지하기 위해 형제와도 같았던 써니와 데이비드를 배신하고 총을 쏩니다. 기껏 도심 한가운데에서 총 몇번 쏘고 간단하게 획득한 다이아몬드를 위해 배신이라니... [셋업]이 빈센트의 배신을 제게 납득시키려면 영화 초반의 범죄를 더욱 치밀하고 위험천만한 것으로 표현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장면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써니가 마피아 보스인 빅스(브루스 윌리스)의 청탁으로 벌이는 러시아 마피아단 돈 탈취 사건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렇게 간단한 범죄를 왜 빅스는 부하들을 시키지 않고 굳이 써니를 이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렇듯 [셋업]은 범죄스릴러이면서 범죄 장면에 대한 치밀함 따위는 애초부터 포기합니다.
허술한 복수
빈센트에게 배신을 당한 써니는 복수를 다짐합니다. 하지만 그의 복수를 처음부터 꼬입니다. 다이아몬드의 주인이 고용한 킬러가 써니 앞에 나타나 일주일 안에 다이아몬드를 다시 가져오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고, 러시아 마피아단 돈 탈취 사건으로 동행한 빅스의 부하가 어이없는 실수(!!!)로 죽음을 당함으로서 써니는 빅스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빈센트에게 복수도 해야하는데 킬러와 빅수 마저 그를 위협하니 써니로서는 죽을 노릇이겠죠. 만약 [셋업]이 그러한 꼬이고 꼬인 관계를 잘 이용했다면 [셋업]은 허술한 범죄 장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영화적 재미를 획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이크 건서 감독은 이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이 써니에게 꼬인 관계들을 간단하게 정리합니다. 킬러는 처음에만 써니를 위협할 뿐, 결국 빈센트를 위협하다 어이없게(!!!) 제거되고, 냉혹하다는 빅스는 써니를 의심하지 않고 처음엔 러시아 마피아단을 의심하다가 나중에는 써니의 계략에 넘어가 빈센트를 의심합니다.
그러한 가운데 써니는 아주 편안하게 빈센트에 대한 복수를 하면 되는 겁니다. 걸림돌들은 스스로 제거되거나 결국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써니를 도와주는 꼴이 됩니다. 뭐 이런 허술한 복수가 다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귀찮으면 범죄 스릴러는 만들지 마라.
범죄 스릴러 영화는 꽤 정교한 장르입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탄복할 정도로 치밀한 범죄 계획을 세워야 하고, 캐릭터 설정에 좀 더 신중해야 하며, 그들의 꼬이고 꼬인 관계들 역시 차근 차근 풀어 나가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한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됩니다. 그랬다간 김 빠진 콜라보다 더 밍숭맹숭한 영화가 될테니까요.
천재 감독이라 일컬어지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오션스 일레븐]으로 그러한 범죄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한번은 성공했지만 그 이후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오션스 일레븐]의 후속작인 [오션스 트웰브], [오션스 13]은 [오션스 일레븐]의 명성에 먹칠만 했으니까요.
제가 보기엔 마이크 건서 감독은 그럴듯한 범죄 스릴러를 만들 생각이 애초부터 없어 보입니다. 범죄 게획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캐릭터들은 우스꽝스러우며, 꼬이고 꼬인 관계들은 그냥 대충 마무리됩니다.
아마 관객들에게 낯익은 배우 몇을 기용해서 대충 끼워 넣으면 될 것이라 생각한 듯이 보입니다. 만약 그럴려면 범죄 스릴러가 아닌 B급 액션을 만들었어야죠. 이 영화에 약간의 총격씬과 추격씬, 그리고 액션을 가미시킨다면 단순한 킬링타임용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도 만족시켰을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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