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브라이언 로빈스
주연 : 에디 머피, 엘리자베스 뱅크스, 가브리엘 유니언
그도 한때 대세남이었다.
요즘은 에디 머피하면 미국에서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날 최악의 영화를 선정해서 발표하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의 단골 배우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80년대 할리우드의 흑인 배우를 대표하는 선구자였으며, 90년대에도 여전히 흥행력을 인정받던 흥행 배우였습니다.
사실 할리우드에서 흑인 배우가 스타로 발돋음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닙니다. 요즘은 덴젤 워싱턴, 모건 프리먼, 사무엘 L. 잭슨 등등 매력과 연기력을 지닌 다양한 배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80년대만 해도 에디 머피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정도로 할리우드에서의 그의 입지는 대단했습니다. 80년대 영화인 [48시간], [비버리 힐즈 캅]에서 속사포같은 입담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그는 90년대 들어서는 [너티 프로세서], [닥터 두리툴] 등과 같은 특수효과가 어느정도 섞인 코미디 영화로 흥행 몰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그의 흥행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드림걸즈], [타워 하이스트]와 같은 조연을 맡은 영화와 더빙을 맡은 [슈렉] 시리즈가 간간히 흥행에 성공했을 뿐이었습니다.
1억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었지만 전미 흥행 수입은 고작 4백만 달러에 불과한 희대의 망작 [플로토 내쉬]를 비롯하여, 7천만 달러를 투입하였지만 3천3백만 달러만 벌어 벌어들인 [아이 스파이], 5천5백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1천6백만 달러의 흥행 수입에 그친 [행복한 상상], 4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1천8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어 서우전드 워즈] 등... 2000년대 들어서 에디 머피는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의 제작비를 점차 줄여 나갔지만 흥행 수입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에디 머피의 또 하나의 망작 [미트 데이브]
[미트 데이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6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전미 흥행 수입은 고작 1천1백만 달러였습니다. 그나마 해외 수입이 3천8백만 달러라서 최악의 망작이라는 불명예는 겨우 모면했습니다.
문제는 2000년대 들어서 이렇게 망해가고 있는 에디 머피의 영화들이 거의 대부분 그의 원맨쇼와도 같은 영화들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흥행 실패의 책임은 단독 주연인 에디 머피의 책임이 되었고,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입지는 할리우드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죠. 한때 에디 머피의 코믹 연기를 좋아했던 저는 그러한 그의 몰락이 아쉽지만 그렇다고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에디 머피의 몰락은 분명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트 데이브]만 봐도 그렇습니다. 소형의 외계인들이 사람 크기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옵니다. 그들의 목적은 지구의 바다물을 빨아들여 자기네 행성의 에너지원인 소금을 취하는 것. 에디 머피는 이 영화에서 사람과 똑같이 닮은 외계인들의 우주선 역과 외계인들의 캡틴, 이렇게 1인 2역을 해냅니다. 영화 자체는 거의 에디 머피의 독무대이고, 다른 배우들은 보조에 불과합니다. 그는 표정, 몸짓 등으로 자신의 특기를 살려내 웃음을 유발하려 노력하고, 액션, 러브 라인 등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을 마구 잡이로 섞어 놓습니다. 이 영화의 문제는 바로 그러한 에디 머피의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에디 머피는 욕심을 버려야 산다.
제가 처음 에디 머피의 영화에서 실망감을 느낀 것은 88년작 [구혼작전]이라는 영화였습니다. 에디 머피가 아프리카 자만다 왕국의 왕자로 출연하여 미국으로 자신의 배필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의 영화였는데, 한찬 인기를 구가 중인 에디 머피가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스타 배우로서의 거만함을 맘껏 뽐낸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92년작 [부메랑]도 비슷했는데 아프리카 왕자에서 광고회사의 바람둥이로 바뀌었을 뿐, 자신만의 하렘을 구축해 놓고 희희낙락합니다. 에디 머피의 몰락은 바로 그러한 그의 모습과 맥락이 같습니다. 그의 실패작 중 거의 대부분에서 그는 멋진 역할만 합니다. 80년대의 떠벌이 코미디 캐릭터, 90년대에 자기 자신을 망가뜨림으로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겨주던 에디 머피는 2000년대 들어서 어깨에 잔뜩 힘을 줍니다.
[미트 데이브]는 초반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코미디 영화였지만 중반으로 갈 수록 에디 머피만 돋보이는 이상한 전개를 보입니다. 그가 지구인들의 문화에 매력를 느껴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는 장면은 어찌보면 꽤 진지해야할 장면이지만 그저 멋진 에디 머피의 진가를 보여주느라 여념이 없는 가운데 한없이 가볍게 처리되고 마무리됩니다.
[미트 데이브]는 애초에 코미디 영화이기에 부담없이 즐길만한 영화이지만, 에디 머피가 왜 2000년대 들어서 슬럼프에 빠진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아주짧은영화평 > 2012년 아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재자] - 병맛 코미디와 착한 코미디의 경계에서... (0) | 2012.08.27 |
---|---|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 늙었어도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0) | 2012.08.27 |
[셋업] - 그렇게 귀찮으면 범죄 스릴러는 만들지 마라. (0) | 2012.07.31 |
[스톤헨지 아포칼립스] - 노아의 방주에 대한 저예산 B급 SF의 상상력. (0) | 2012.07.24 |
[트레스패스] - 어설픈 캐릭터들의 어설픈 스릴러 (0) | 2012.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