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스톤헨지 아포칼립스] - 노아의 방주에 대한 저예산 B급 SF의 상상력.

쭈니-1 2012. 7. 24. 11:33

 

 

감독 : 폴 질러

주연 : 미샤 콜린스, 토리 히긴스, 힐 하퍼

 

 

나는 지금 외계문명설에 푹 빠져 있다.

 

아마도 시작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프로메테우스]를 보고 나서부터였을 것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저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어 왔습니다.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의 영화 [콘택트]에서 외계인의 존재를 묻는 에리노어(조디 포스터)에게 그녀의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만약 이 넓은 우주에 우리 인간들 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가 아닐까?'

외계의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믿는 제게 [프로메테우스]는 너무나도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여기에 한발자국 더 나아가 인간을 창조한 것이 외계인이라는 가설을 제시합니다. 물론 영화 자체에서는 '왜?'라는 물음에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고 끝내 관객들의 원성을 들었지만 분명 [프로메테우스]는 진지하게 외계인의 존재와 그들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읽게된 제카리아 시친의 [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이라는 제목의 책은 저를 더욱 외계문명설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제카리아 시친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고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수메르 문명의 유적과 세계 각국의 신화, 그리고 구약 성서를 한데 묶어, 인간은 알지 못하는 12번째 행성에서 온 네필림이라는 신의 존재를 탄생시켰고, 지구의 연대기를 새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 외계인이 존재하고, 인간은 외계인의 유전자 조합으로 만들어졌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영화일 뿐이고, [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은 괴짜 학자의 풍부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불과할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구의 외계 문명설은 제 상상력을 무한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계 문명설에 대한 또 하나의 이야기

 

그러한 상황에서 우연히 [스톤헨지 아포칼립스]라는 영화를 발견하였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는 극장 개봉작도 아니고(아마도 TV용 영화로 제작된 듯이 보입니다.), 그렇다고 유명 감독이나 배우가 출연한 영화도 아닙니다. 제 입장에서는 굳이 봐야할 영화는 아닌 셈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영국 소재의 고대 유적지 '스톤헨지'를 소재로 한 SF영화라는 정보는 제가 시간을 내서 [스톤헨지 아포칼립스]를 봐야할 이유를 만들어 줬습니다.

'스톤헨지'는 영국 월트셔주의 솔즈베리평원에 있는 고대의 거석이라고 합니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에 의하면 이 거대한 석상은 건조 시기가 각각 다르다고 하네요. 하지만 대체적으로 기원전 1,800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거의 4천년 전에 건조된 것이라 합니다. 과연 그 옛날 이 거대한 석상을 어떻게 옮기고 쌓았을까요? 그리고 무엇때문에 쌓았을까요?

[스톤헨지 아포칼립스]는 여기에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합니다. '스톤헨지'는 지구의 생명체를 탄생시키기 위해 외계인들이 설치한 정교한 기계 장치라는 것입니다. 영국의 '스톤헨지'와 이집트의 피라미드, 멕시코의 마야 피라미드 등과 연결되어 세계 각국에 거대한 폭발과 지진, 해일등을 일으키며 기존의 생명체를 소멸시켜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기계라는 것입니다.  말도 안된다고요? 네, 맞습니다. 어쩌면 말도 안됩니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상상력은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은 기존 생명체의 소멸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기존의 생명체를 소멸시킴으로서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작업입니다. 구약 성서의 창세기에서 하나님은 타락한 인간을 심판하기 위해서 대홍수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게끔하여 8명의 가족과 한쌍씩의 여러 동물들을 방주에 태웠다고 하네요. 결국 대홍수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전멸했지만 노아의 방주에 탄 사람들과 동물들은 살아 남았다고 합니다.

'스톤헨지'가 세계 곳곳에 거대한 기상 이변을 일으키는 장면은 마치 대홍수를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알아낸 일련의 사람들은 마치 방주에 몸을 숨기듯이 영국에 감춰진 태초의 언덕(피라미드)에 몸을 숨기려 합니다. 그들은 '스톤헨지'의 생명 창조 작업을 막으려 하는 제이콥(미사 콜린스) 일행을 방해합니다. 그들의 논리는 타락한 인간 세상을 멸망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택받은 자신들은 새로운 세상의 새 인간이 되겠다는 것이죠.

어찌보면 미치광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구약 성서의 노아도 어쩌면 그들과 같았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멸망할지도 모를 대홍수를 알고 있으면서 그는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홀로 방주를 만듭니다. 물론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명령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 엄청난 재난을 알면서 그는 선택받은 자들과 동물들을 태울 방주 만들기에만 몰두한 것입니다. 노아가 [스톤헨지 아토칼립스]의 악당들과 다른게 도대체 무엇이죠?

 

영화 자체는 막장이다.

 

솔직히 [스톤헨지 아토칼립스]는 다른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특수효과는 B급을 넘어 차마 눈뜨고 못봐줄 지경이며, 캐릭터들은 단조롭고, 이야기 전개는 뻔합니다. 제가 지구의 외계문명설에 관심이 없었다면 입에 거품을 물며 막장 영화라고 욕을 해도 아무 이상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사는 지구상에는 우리 인간의 힘으로는 밝혀낼 수 없는 수 많은 불가사의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톤헨지 아토칼립스]는 비록 막장스러운 완성도이긴 하지만 그러한 불가사의들을 토대로 흥미로운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것만으로도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