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21 점프 스트리트] - 매력적인 캐릭터의 역할 바꾸기

쭈니-1 2012. 7. 3. 10:52

 

 

감독 : 필 로드, 크리스 밀러

주연 : 조나 힐, 채닝 테이텀

 

 

미국 박스오피스 히트작도 국내 개봉을 못하는 현실

 

전 세계에서 하루에도 수십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관객들이 볼 수 있는 영화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 중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타급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들과 전세계 박스오피스에서 빅히트를 한 영화라면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소개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이번 주에 개봉하는 [헤이와이어], [트레스패스]가 흥행에서는 참패를 거두었지만 스타급 배우의 출연 덕분에 국내 개봉하는 케이스이고, 프랑스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흥행에 성공한 [언터처블 : 1%의 우정]은 스타급 배우는 출연하지 않지만 전세계 박스오피스에서 빅히트를 거둔 덕분에 국내 개봉을한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스타급 배우도 출연하고, 박스오피스에서 빅히트를 거두었지만 좀처럼 국내 개봉 소식이 없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바로 [21 점프 스트리트]의 경우입니다. [머니볼]에서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던 조나 힐과 [스텝 업],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디어 존], [서약] 등 블록버스터와 멜로 영화 사이를 종횡무진 활약하는 채닝 테이텀이 주연을 맡았으며, 지난 3월에 미국에서 개봉하여 무려 1억3천8백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국내 개봉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식 섹스 코미디는 우리나라 관객에게 안먹힌다.

 

[21 점프 스트리트]가 국내 개봉이 좀처럼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가지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이 영화의 장르입니다. [21 점프 스트리트]는 섹스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유어 하이니스]입니다. 주연을 맡은 대니 맥브라이드는 조금 낯선 배우였지만, 제임스 프랭코, 나탈리 포트만, 주이 데이샤넬 등 출연진만큼은 화려했던 판타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도 국내 개봉은 무산되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의 경우는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흥행 참패를 거둔 탓도 있었지만 제가 보기엔 판타지 장르에 덧붙인 섹스 코미디가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21 점프 스트리트]의 섹스 코미디는 우리나라 관객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강도가 쎘던 것일까요? 솔직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영화는 어리버리한 초보 경찰 슈미트(조나 힐)와 젠코(채닝 테이텀)가 신종 마약을 퇴치하기 위해 고등학교에 잠입 수사를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무대가 고등학교이다보니 섹스 코미디의 강도는 [유어 하이니스]와 비교해서 상당히 양호합니다.

하지만 온갖 욕설과 비속어, 그리고 성적 농담들과 마약이 뒤엉키며 분위기는 꽤 끈적거립니다. 그리고 역시 무대가 고등학교라는 점도 국내 개봉의 걸림돌이 된 듯이 보입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의 현실에서 이 영화 속 자유분방한 미국의 고등학교의 모습은 분명 낯설었으니까요.

 

역할 바꾸기의 재미

 

뭐 사정이야 어떻든 미국 관객들은 환호했지만 우리나라 관객들은 볼 기회마저 박탈당한 코미디 영화 [21 점프 스트리트]를 봤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두 초보 경찰이 고등학교에 잠입 수사를 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슈미트와 젠코의 캐릭터 설정입니다. 슈미트는 키도 작고 뚱뚱합니다. 그는 학창시절 공부밖에 몰랐고,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도 없었습니다. 그와 반대로 젠코는 근육질 몸매에 잘 생겼습니다. 그는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공부는 지지리도 못했습니다. 서로 상반된 슈미트와 젠코가 경찰 학교에서 만납니다. 그들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단짝 친구가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7년이 지난 후에 다시 고등학교에 잠입한 후입니다. 고등학교에 잠입하고보니 슈미트는 예전과는 달리 인기남이 되어 버리고, 젠코는 왕따가 되어 버립니다. 그들의 역할이 완전히 바뀐 셈이죠.

사실 [21 점프 스트리트]는 신종 마약을 퇴치하는 두 경찰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지만 그러한 영화적 재미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범인은 너무 쉽게 드러나고 슈미트와 젠코가 마약범을 잡는 과정은 코미디에 치우쳐 긴장감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재미있었던 것은 슈미트와 젠코의 캐릭터가 꽤 매력적이고, 이들의 고등학교에서의 역할 바꾸기가 제 흥미를 자아냈기 때문입니다.

 

액션 스릴러의 재미를 좀 더 가미했더라면...

 

하지만 [21 점프 스트리트]를 보며 아쉬웠던 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영화 자체가 너무 코미디에 치우치다보니 액션 영화에서 느껴야할 재미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제작비가 4천2백만 달러로 블록버스터는 아니더라도 저예산 영화는 아닌데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느낄만한 스케일, 스펙타클이 현저히 부족했습니다. 영화 후반 차량 추격씬과 차량 폭파씬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우리나라 액션영화들도 하는 수준입니다.

뭐 코미디 영화에서 웃으며 영화를 볼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50점 이상의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 것이 맞지만 기왕 액션이라는 장르가 포함된 영화인 만큼 조금 더 액션 영화에 의한 영화적 재미를 욕심내보면 역시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네요.

 

P.S. [21 점프 스트리트]는 1987년에 조니 뎁이 출연했던 동명의 TV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영화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후반에 조니 뎁의 깜짝 출연 장면이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조니 뎁 맞아?'라고 헷갈렸던... 예상하지 못했던 조니 뎁을 만나니 반갑더군요. 그런데 Daum 영화의 [21 점프 스트리트] 정보에서 조니 뎁을 주연으로 표기를... 흠... 그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