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체인지 업] - 남의 떡이 커보이지만, 내 떡의 소중함도 알아야 한다.

쭈니-1 2012. 6. 21. 11:02

 

 

감독 : 데이빗 돕킨

주연 : 라이언 레이놀즈, 제이슨 베이트먼

 

 

가벼운 영화로 꿀맛같은 휴일을 채우려 했다.

 

민방위 비상소집이 있었던 어제, 사실 민방위 훈련은 일찌감치 끝이 났지만 회사에 하루 쉬겠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마음씨 좋은 우리 상무님께서 흔쾌히 허락을(상무님 사랑합니다. ^^) 해주신 덕분에 오랜만에 집에서 뒹굴거리며 영화를 실컷 봤습니다.

원래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어야 했지만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기 하루 전인 수요일에 민방위 비상소집이어서 극장엔 제가 보고 싶은 영화가 단 한편도 없더군요. 민방위 비상소집이 하루만 늦게 했어도 여유롭게 [미쓰 GO], [아부의 왕] 등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을 보고 왔을텐데...

암튼 오랜만에 맞이한 여유로운 하루였던 만큼 저는 최대한 가벼운 영화들로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자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본 첫 번째 영화가 [프로젝트 X]였고, 점심으로 라면 하나 뚝딱 끓여 먹고 곧바로 [체인지 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스토리

 

제가 [체인지 업]을 선택한 이유는 그저 가벼운 코미디 영화라는 이유 뿐이었습니다. 얼핏 이 영화의 기본 내용이 서로 상반된 인생을 살던 두 친구가 우연한 사고로 몸이 뒤바뀌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 제가 [체인지 업]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니 이 영화 이미 본 듯한 착각이 드는 것입니다. 서로의 몸이 바뀐다는 설정도 익숙하고 그 뒤에 벌어지는 사건들 역시 제 예상대로 척척 진행되더군요. 영화를 보다말고 '내가 이 영화를 봤던가?'라는 생각에 제 블로그의 리뷰들을 뒤적이기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체인지 업]은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영화였습니다. 2011년 8월 미국 개봉당시 5천2백만 달러의 제작비(도대체 왜그리 많은 제작비가?)에도 불구하고 미국 흥행 수입은 고작 3천7백만 달러에 그친 실패의 이유도 그러한 평범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채인지 업]은 전혀 가치가 없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생각없이 보다보면 조금 뻔하긴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 걸맞는 교훈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법이다.

 

우리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조금 더 어렸다면... 혹은 내가 저 사람처럼 부자라면... 지금 자신에게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그러한 상상은 더욱 힘을 얻습니다. 할리우드는 일찌감치 사람들의 그러한 생각을 영화에 이용해왔었습니다. 그러한 장르를 'Body Switch'라고 하는데 톰 행크스의 출세작인 [빅]을 비롯하여, 제이미 리 커티스와 린제이 로한을 주연을 내세운 [프리키 프라이데이]가 'Body Switch' 장르에서 흥행 1, 2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상상을 자주하는 편입니다.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수줍어 바라만 봤던 첫사랑의 그녀에게 과감하게 고백도 해보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도 들어가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을텐데... 혹은 내가 저 사람이라면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도 있을텐데...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몸이 뒤바뀌는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그러한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역시 과거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남의 떡이 커보이는 심리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그 사람이 된다면 과연 행복할까?

 

[체인지 업]의 두 주인공 미치(라이언 레이놀즈)와 데이브(제이슨 베이트먼)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한 변호사이자 단란한 가정의 가장인 데이브와 별볼일 없는 배우이며 화려한 싱글인 미치는 서로의 삶을 동경합니다. 데이브는 미치의 자유로운 삶이 부럽고, 미치는 데이브의 안정된 삶이 부럽습니다. 그런 두 사람의 몸이 뒤바뀝니다. 과연 그들은 서로 부러워했던 삶에 만족할 수 있을까요?

[체인지 업]은 'Body Switch' 장르의 영화가 그러하듯이 몸이 뒤바꾼 두 사람이 벌이는 가벼운 코미디와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의 삶이 가장 행복하다는 진리를 느끼게 해줍니다. 별로 특별할 것은 없어 보이는 교훈이지만 그래도 마음에 와닿습니다..

아주 약간의 섹스 코미디가 가미되었고, 미치와 데이브가 몸이 뒤바뀌며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것이 아닌 서로의 삶에 부담을 느끼는 장면 역시 꽤 깔끔하게 진행됩니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제이슨 베이트먼 외에도 데이브의 부인을 연기한 레슬리 맨과 섹시한 변호사를 연기한 올리바아 와일드의 매력도 좋았습니다.

[체인지 업]은 너무 전형적이라 심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부담없이 보기엔 딱 알맞은 그런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