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니마 누리자데
주연 : 토마스 만, 조너선 다니엘 브라운, 올리버 크퍼
[프로젝트 X], 너의 정체를 밝혀라.
며칠 전 [유어 하이니스]를 본 후 남겨던 제 리뷰에 철인28호님이 '프로젝트 X도 보시길...'이라는 댓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지난 3월 초에 개봉했던 [프로젝트 X]는 개봉 첫 주 [로렉스]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었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스타급 배우라고는 출연하지 않는 1천2백만 달러짜리 저예산 페이크다큐인 [프로젝트 X]는 국내 개봉은 물 건너간 듯이 보입니다.
제 관심 속에서도 조용히 지워졌던 [프로젝트 X]는 이렇게 철인28호 님의 댓글로 다시 제 관심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유어 하이니스]를 재미있게 봤다는 내용의 리뷰에 [프로젝트 X]를 추천하는 댓글로 올라왔으니 저는 [프로젝트 X]도 섹스코미디, 판타지 장르의 영화인가?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스틸만 봐서는 [아메리칸 파이] + [행 오버]와 같은 영화인데..
네이버 영화 페이지가 미쳤어요.
[프로젝트 X]에 대한 영화 정보를 수집하는 가운데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 등록된 [프로젝트 X]의 장르가 눈에 띄었습니다.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는 [프로젝트 X]를 코미디, 드라마, SF, 판타지라고 소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순간 저는 영화의 스틸만으로는 알 수 없는 뭔가 충격적인 것이 영화 속에 있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파티 도중에 괴물이 출연을 한다거나, 혹은 외계인이 나타난다거나...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철인28호 님이야 요즘 제가 가벼움으로 무장한 영화가 보고 싶다고 해서 [프로젝트 X]를 추천해주셨을 것입니다. 이해됩니다. 그런데 도저히 네이버 영화 페이지는 이해가 안됩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영화의 장르에 SF, 판타지를 끼워 넣은 것일까요? 그들은 이 영화 속의 파티 장면은 판타지의 세계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저는 영화의 정보가 궁금할 때 네이버 영화를 자주 찾는데 이번엔 아주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기분입니다.
페이크다큐... 여기까지 진화했다.
뭐 어찌되었건 [프로젝트 X]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며 혹시나 갑자기 괴물이나 외계인이 툭 하고 튀어나오는 것은 아닐지 긴장하며 봤는데 그런 장면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 영화는 스틸에서 드러난 영화의 분위기 그대로 10대 청소년들의 파티가 점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나가는 상황을 그려나갔을 뿐입니다. [행 오버]의 토드 필립스가 제작을 맡은 영화답게 딱 [행 오버]의 틴에이저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보입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페이크 다큐의 형식을 빌려 10대의 광란의 파티를 그렸다는 것입니다. 맨처음에는 공포 장르의 영화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던 페이크 다큐는 이제 점점 그 활동 영역을 넓히더니, 슈퍼 히어로 영화의 또 다른 변주인 [크로니클]을 거쳐 섹스 코미디에까지 그 손길을 뻗친 셈입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굳이 페이크 다큐의 형식으로 만들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광란의 파티 현장을 몰래 훔쳐보는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10대의 영웅심리가 만들어낸 광란의 파티
[프로젝트 X]에서 흥미로운 것은 소심한 성격의 토마스(토마스 만)의 생일 파티가 점점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몰리는 과정입니다. 토마스는 그의 부모가 이야기했듯이 전형적인 루저입니다. 토마스의 친구인 코스타(올리버 쿠퍼)는 그런 친구를 위한 대규모 파티를 계획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계획에 언제나 뚱보라는 놀림을 받는 J.B.(조너선 다니엘 브라운)이 가담합니다.
처음 토마스는 과연 아이들이 파티에 와줄까 고민을 합니다. 코스타가 허세를 부리기는 하지만 토마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합니다. 하지만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토마스의 파티에 몰려듭니다. 여기부터 이 영화는 토마스의 변화를 잡아내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집이 망가질까봐 노심초사하며 걱정하던 토마스, 하지만 우연히 손에 넣은 마약과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아이들의 환호성에 그의 절제력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프로젝트 X]는 소심한 성격의 토마스가 영웅심리에 젖어 점점 이 광란의 파티에 빠져 드는 과정을 꽤 정교하게 잡아냅니다.
비록 판타지, SF는 아니었지만...
영화는 후반부가 되면 될수록 토마스의 파티를 통제 불능 상태로 몰고갑니다. 파티의 주인공인 토마스마저 절제력을 잃어버리자 이 광란의 파티는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미처 날뛰기 시작합니다. 과연 이광란의 분위기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슬슬 걱정이 되던 찰라에 이 영화는 강력한 화염방사기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비록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 속아서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괴물이나 외계인을 기다리긴 했지만 [프로젝트 X]는 페이크 다큐라는 장르의 속성을 잘 활용해서 영화를 보는 제가 통제불능의 파티 한 가운데 서있는 느낌을 받도록 잘 꾸며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마무리짓는 후반부의 한방도 좋았고요.
비록 미친 네이버 영화 페이지 때문에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괴물이나 외계인의 등장을 기다리긴 했지만 그래도 [프로젝트 X]는 내 자신을 잠시 잊고 광란의 파티 한가운데에서 미치도록 고함을 지르며 한바탕 즐기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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