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크 포스터
주연 : 제라드 버틀러, 미셸 모나한
이 세상에 정당한 살인은 존재하는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에 과연 정당성이라는 것은 허용이 되는 것일까요? 저는 법적인 사형 제도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사람도 사람을 죽이는 것에 정당성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형의 경우는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 정한 법에 의한 집행이라 정당성을 부여할 수 밖에 없지만(그래서 선거를 잘해야 합니다), 그 외의 것에서 살인은 그저 살인일 뿐입니다.
어쩌면 제가 전쟁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도 살인에 대한 정당성 부여에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은 정의라는 명분아래 적군에 대한 살인을 정당성을 넘어 영웅적인 행위로 포장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제가 [머신건 프리처]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300]을 통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액션 스타로 군림한 제라드 버틀러가 주연을 맡은 영화인 만큼 저는 한 남자가 아프리카에서 겪는 영웅적 행위를 영화화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머신건 프리처]는 당당하게 관객에게 질문을 합니다. '당신이라면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살인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 과연 살인을 하지 않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느냐?'라고...
쓰레기 인생의 그 남자, 성자가 되다.
[머신건 프리처]는 수단에서 벌어지는 어느 마을의 대학살극으로 영화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장소를 건너뛰어 미국의 펜실바니아의 어느 시골 마을에 사는 샘 칠더스(제라드 버틀러)라는 남자의 한심한 일상을 보여줍니다.
스트립 업소를 관두고 마트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아내인 린(미셸 모나한)에게 윽박지르고, 마약과 폭력에 찌들어 사는 이 남자.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신을 믿게 되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됩니다. 사실 샘 칠더스가 쓰레기 인생을 청산하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는 과정은 그다지 설득력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샘 칠더스가 수단의 집짓기 봉사에 참여하면서부터입니다. 그는 수단의 내전 지대에서 어린 아이들이 가족을 잃고 반군에 의해 팔려가는 상황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수단에 고아원을 짓고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합니다.
인간의 극단적인 잔인함에 대한 그 남자의 선택은?
하지만 반군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갑니다. 이에 샘은 총을 듭니다. 그는 반군을 향해 총을 쏘고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돕습니다. 하지만 그의 그러한 활동은 벽에 부딪힙니다. 바로 운영비입니다. 아이들을 수송하기 위한 트럭이 필요하지만 트럭을 사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부유층은 샘의 활동에 박수를 보내지만 정작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일에 대해서는 외면을 합니다.
[머신건 프리처]는 수단의 전쟁 고아들을 돕겠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한 샘의 활동이 점점 폭력에 매몰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꽤 자세하게 잡습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가족들에게 화를 내고 자신의 모든 것이자 가족들의 생계수단을 모두 팔아 수단으로 향하는 샘. 그 동안 샘의 활동을 지지하던 린은 망연자실합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는 이미 폭력에 영혼이 잠식되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반군을 향한 그의 폭력이 점점 도를 넘어서자 고아원의 아이들조차 그를 무서워합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가족마저 외면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수단의 전쟁 고아를 위해 헌신했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현실에 대한 분노와 증오 뿐입니다. 그때 한 아이가 말합니다. 증오는 자기 자신을 갉아먹을 뿐이라고... [머신건 프리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아직도 그는 수단의 전쟁 고아를 위해 총을 들고 반군에 맞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살인은 정당한가?
[머신건 프리처]는 그렇다고해서 샘 칠더스를 영웅으로 그리지는 않습니다. 그가 폭력에 영혼을 잠식당하고 폭주하는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그리며 관객에게 그의 폭력, 살인에 대한 정당성을 객관적으로 물으려 노력합니다.
특히 주목해볼 것은 수단의 여성 봉사 단원이 샘에게 건넨 말입니다. 반군의 지도자도 한때 샘과 같은 순수한 의도로 폭력을 저지르고, 살인을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최악의 살인마가 되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있을 뿐입니다. 아무리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폭력이라는 놈은 그렇습니다. 그러한 폭력에 매몰되면 어느 사이에 순수한 의도는 잊혀지고 끔찍한 살인마가 될 뿐입니다.
후반 한때 샘 칠더스의 모습에서 그런 끔찍한 살인마의 모습이 잠시 보였습니다. 다행히도 그는 폭력에 영혼이 잠식되지 않았지만 언제라도 그럴 수 있는 위험 요소는 산재되어 있습니다. 폭력이라는 놈은 그렇게 만만한 놈이 아니거든요.
영화를 보며 샘 칠더스의 반군을 향한 살인 행각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과연 그의 행위는 정당한가? 아니면 가엽게 희생당하는 어린 아이들을 외면했어야 한단 말인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서로 죽이지 않아도 다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살인에 대해 정당성을 되묻게 하는 이들의 행위가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아주짧은영화평 > 2012년 아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젝트 X] - 10대의 영웅심리가 만들어낸 광란의 파티 (0) | 2012.06.20 |
---|---|
[유어 하이니스] - 판타지와 섹스 코미디의 매력적인 만남 (0) | 2012.06.18 |
[키롯] - 킬러가 아닌 여자의 이야기 (0) | 2012.06.04 |
[버니드롭] - 부모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행복 (0) | 2012.06.02 |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 인간 둥지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살아남는 법 (0) | 2012.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