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사부
주연 : 마츠야마 켄이치, 아시다 마나
6살 이모와 27살 조카의 아주 특별한 동거?
외할아버지의 장례식때문에 다이키치(마츠야마 켄이치)는 몇 년 만에 고향집에 내려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외할아버지에게 숨겨놓은 딸 린(아시다 마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친척들은 린의 양육 문제를 서로에게 미뤄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한 어른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울컥한 다이키치는 욱하는 심정으로 린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옵니다. 과연 27살 조카는 6살난 이모를 잘 부양할 수 있을까요?
[버니드롭]은 6살 이모와 27살 조카의 아주 특별한 동거를 그린 영화입니다.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다이키치는 자신의 이모뻘인 린을 키워야 합니다. 아침밥도 챙겨줘야 하고, 보육원에도 보내야 하며, 아프면 안고 병원에도 뛰어다녀야 합니다.
이 영화는 필요 이상으로 잔잔하게 다이키치의 양욱기를 그려내고 있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만약 저런 상황이 닥친다면 다이키치처럼 훌륭하게 양육을 해낼 이는 많지않을 것입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영화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잔잔하다.
[버니드롭]은 다이키치가 린을 서툴지만 그래도 성심껏 키워내는 모습을 담아냅니다. 분명 20대 남자의 몸으로 자신의 자식도 아닌 린을 양육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테지만 다이키치는 상상 이상으로 잘 해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린의 양육으로 인한 다이키치의 심적 갈등과 그로인한 위기가 다이나믹하게 그려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버니드롭]은 그저 잔잔하게 다이키치의 양육을 담아낼 뿐입니다. 물론 영화의 후반부에 린이 실종되는 부분에서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맞이하지만 그 뿐입니다. 이 영화는 너무 잔잔해서 27살 조카와 6살 이모의 동거기라는 독특한 소재를 제외하고는 다이키치와 린의 이야기가 영화의 이야기로 적합한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잔잔한 이 영화를 저는 1시간 40여분 동안 집중하며 볼 수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다이키치가 느꼈을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으신 분들은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가슴에 와닿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러했습니다.
2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술을 드시면 저희 남매에게 '내가 너희를 키우느라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데...'라고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아버지가 제게 해주신 것이 무엇인데요? 남들 부모님도 그 정도는 전부 해주세요.'라고 대들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나니 부모가 된다는 것 자체가 자기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더군요. 지금은 아버지께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다이키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린을 키우기 위해 그는 회사에서 야근이 없는 부서로 이동을 해야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린의 아침 식사를 챙겨줘야 하고, 보육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기 위해서 죽어라 뛰어 다녀야 합니다. [버니드롭]은 그러한 과정 속에 다이키치가 느꼈을 갈등이 표현되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건 갈등은 필요가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자기 자신의 그런 작은 희생 따위는 갈등조차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희생 속에서 자기 자신을 치유하기
다이키치의 어머니 역시 두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자기 자신의 일을 포기했어야 했습니다. 린의 친어머니는 자기 자신의 일을 위해 린의 양육을 포기했어야 했습니다. 자식을 위해 일을 포기한 다이키치의 어머니와 일을 위해 자식을 포기한 린의 어머니. 과연 어느 누가 더 행복할까요?
[버니드롭]은 말합니다.린에 의해 다이키치는 어른이 되고 있다고... 보육원에서 린의 재롱 잔치를 보며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과도 같은 행복한 미소를 짓는 다이키치. 린의 활기찬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다이키치는 자신의 모든 희생에 대한 보상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와 구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웅이의 해맑은 웃음 소리를 들으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만 같은 이 행복감. 가끔 우리는 부모로서의 희생을 하소연하지만, 어쩌면 그 희생 속에서 세상 그 누구도 느낄 수 없는, 부모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보상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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