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독재자] - 병맛 코미디와 착한 코미디의 경계에서...

쭈니-1 2012. 8. 27. 11:13

 

 

감독 : 래리 찰스

주연 : 사챠 바론 코헨, 안나 페리스, 벤 킹슬리

 

 

제대로된 미국식 병맛 코미디를 보고 싶었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을 보고 난 후 훈훈한 감정을 느끼며 토요일을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일요일. 하늘은 여전히 맑았고, 날씨는 더웠지만 집에서 뒹굴거리기만 하니 온 몸이 근질거리더군요. 웅이와 학교 운동장에서 땀을 흠뻑 흘리며 야구를 하고 왔지만 그래도 주말을 집에서 뒹굴거리며 보냈다는 아쉬움에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일요일을 마감하면서 영화를 봤는데 이번엔 전날 본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코미디 [독재자]를 골랐습니다.

[독재자]는 사챠 바론 코헨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의 오프닝씬에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의 사진을 나와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영화입니다. 암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 영화의 국내 개봉은 힘들 것 같습니다. 사챠 바론 코헨의 코미디 자체가 국내 정서와는 맞지 않고, 김정일의 사진과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불쾌한 논란이 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독재자]를 고른 이유는 오랜만에 미국식 병맛 코미디를 즐겨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마이클 마이어스의 코미디 [오스틴 파워 골든멤버]가 제가 본 제대로된 미국식 병맛 코미디의 마지막이었거든요. 어이없어 피식 웃음을 짓게 하는... 그런 재미. 제가 [독재자]에서 기대했던 웃음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초반... 병맛 코미디가 제대로 펼쳐지다.

 

[독재자]는 중동의 어느 어이없는 독재자(사챠 바론 코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무소불위를 권력을 휘두르며 정말 어이없는 짓을 태연하게 저지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를 위협하기 위해 개발하는 핵 폭탄이 뾰족하지 않다는 이유로 핵 폭탄 책임자를 제거하는 등, 하찮은 이유로 주위 사람들을 제거하기도 하고, 나라 일을 자기 맘대로 처리해 나갑니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초반의 메간 폭스 등장 장면인데, Daum 영화 페이지에서는 메간 폭스가 주연으로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그녀는 우정 출연 분량입니다. 그녀는 독재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섹스 상대인데, 실명으로 출연하며, 독재자의 하룻밤 섹스 상대로는 오프라 윈프리, 아놀드 슈왈츠네거 등이 사진 출연을 하고 있으며, 에드워드 노튼도 비슷한 배역으로 영화 후반에 깜짝 출연하며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이렇듯 [독재자]는 중동의 독재자라는 민감한 소재를 영화화했으면서 어이없는 설정과 섹스, 화장실 코미디로 병맛 코미디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어이없는 웃음을 맘깟 안겨줍니다. 그러한 병맛 코미디는 독재자가 미국에 가면서도 이어지는데 어이없는 피식 웃음이 영화 내내 펼쳐지더군요.

 

민감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병맛 코미디잖아.

 

물론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꽤 많은 논란거리를 안겨줄 영화입니다. 수염을 기르는 아랍권 사람들에 대한 조롱은 인종 차별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며, 갓 태어난 여자아이를 쓰레기라며 쓰레기통에 버리려는 장면은 남녀 차별, 그리고 독재자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염을 되찾기 위해 어느 장례식장에 잠입하여 시체의 머리를 자르고, 그러한 머리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상대방을 놀리는 장면 등 민감하게 생각하면 충분히 불쾌할 수 있는 장면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병맛 코미디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독재자]는 중동은 물론이고, 헐리우드 스타와 미국의 민주주의까지 맘껏 조롱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종 차별, 남녀 차별 등의 논란에서 벗어나는 아예 미국이라는 사회,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서 보는 독재 나라에 대한 인식까지 모두 헛웃음꺼리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재의 자유가 병맛 코미디의 특권일 것입니다. 이 영화가 진지한 영화라면 충분히 논란이 되고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이 영화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웃음을 위해 맘껏 망가져주는 영화입니다. 그냥 한번 헛웃음을 짓고 잊어버리면 되는 영화인 셈이죠.

 

문제는 [독재자]가 착한 코미디가 되고 싶었다는 점이다.

 

제게 [독재자]의 문제점은 오히려 그러한 논란거리가 될만한 장면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병맛 코미디를 지향하면서 영화 중간 중간에 디즈니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착한 코미디를 따라한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을 암살하려는 자들에게 납치되어 수염을 깎인 채 겨우 탈출한 독재자. 하지만 자신의 자리는 가짜가 대신하고 있고, 아무도 그가 진짜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독재자는 미국의 한 여성(안나 패리스)을 만나게 되고 그녀와의 사랑을 통해서 착한 독재자(?)로 거듭납니다.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인지... 병맛 코미디로 잘 나가던 이 영화는 그래도 뭔가 찡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안겨주고 싶었나봅니다. 그 결과 독재자는 사랑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마지막까지 병맛 코미디를 이어나가지만 한번 착한 코미디로 빠진 만큼 병맛 코미디의 맛은 조금은 퇴색됩니다.

결국 [독재자]는 병맛 코미디와 착한 코미디의 경계선에서 서로 완벽하게 다른 두 장르를 모두 잡겠다고 몸부림치는 영화입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아마도 매니아적인 병맛 코미디보다 착한 코미디가 더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독재자]는 6천5백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갔습니다. 매니아층만 만족시키기엔 제작비 규모가 너무 컸던 것이죠. 

참고로 미국내 흥행은 6천만 달러가 채 되지 않아 부진했지만, 미국식 병맛 코미디가 낯선 해외에서는 오히려 그런 착한 코미디 덕분인지  1억1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본전 이상은 했다고 합니다. [독재자] 입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은 거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