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닉슨(Nixon) ★★★★1/2

쭈니-1 2012. 6. 14. 13:27

 

 

감독 : 올리버 스톤

주연 : 안소니 홉킨스, 조안 앨런, 에드 해리스, 밥 호스킨스, 제임스 우드

 

 

* 해설

 

80년대 할리우드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감독은? 답은 데이비드 린치와 올리버 스톤이다. 올리버 스톤의 경력은 화려하기만 하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스카페이스], [이어 오브 드래곤]등이 그가 쓴 시나리오이다. 이렇게 시나리오 작가로 먼저 이름을 알린 올리버 스톤은 86년 [플래툰]으로 아카데미를 휩쓸며 할리우드의 거장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플래툰]에 이은 월남 3부작 [7월 4일생], [하늘과 땅] 등을 연이어 발표하여 유명해진 그는 90년대 들어서는 80년대와는 조금 다른 연출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90년대 대표작이 바로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해 사건을 다룬 [J.F.K.], '록 아티스트의 광란이냐, 진정한 예술혼 영상화냐'로 세계적 논란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너무 외설스럽고 광란적이다.'라는 이유로 2년 만에 국내 상영된 [도어즈], 매스컴의 허상을 고발한 [킬러] 등이다.

이렇듯 그가 연출한 영화들은 대부분 문제작이 되었고 그의 대담무쌍한 연출 스타일 때문에 아카데미는 애써 그를 외면하였다. [닉슨] 역시 95년 최고의 화제가 되며 뉴스워크지 특집 커버 스토리로 선정되었던 영화이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J.F.K.]에 이어 미국 대통령 시리즈 2탄으로 불리우는 이 영화는 [J.F.K.]의 진실 게임과는 달리 닉슨이라는 한 인간을 철저히 해부하는 잔인한 미국 근대사에 대한 영화이다. 월남전을 전후로 한 60, 70년대를 미국 근대사의 가장 중요한 시점으로 보고 그 시대를 철저히 해부했던 올리버 스톤에게 닉슨은 좋은 영화꺼리였던 것이다.

닉슨 역의 안소니 홉킨스는 [양들의 침묵]이후 최고의 연기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아카데미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빼앗겼다. 그외 많은 명 배우들이 올리버 스톤의 문제작을 지원해 주었는데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팻 닉슨 역의 조안 앨런, 하워드 헌터 역의 에드 해리스, 닉슨의 측근 할드맨 역의 제임스 우드, 에드가 후버 역의 밥 호스킨스 등이 그들이다.

 

* 줄거리

 

1972년 워싱턴. 38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6월 17일. 신원을 알 수 없는 5명의 남자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후보의 사무실에 무단 침입을 기도하다 현장에서 체포된다. 이어서 영화는 1973년으로 넘어간다. 닉슨(안소니 홉킨스)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곤경에 처하자 불을 끈 백악관 집무실 한켠에 웅크리고 앉아 비밀 테잎을 듣는 추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첫 선을 보인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과거로 되돌아간다. 60년 대선 선거에서 케네디에게 패한 닉슨은 62년에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패하고 만다. 이후 그는 케네디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 잡히는데 그의 아내인 팻 닉슨(조안 앨런)의 권유로 닉슨은 정치에 손을 뗀다.

그후 케네디 형제가 연속 암살당하자 제도권의 실력자 에드가 후버(밥 호스킨스) 등의 지지로 다시 대통령이 된 그는 소련과의 외교 정책에 성공했으며 중국을 개방시키고 월남에서 미군을 철수 시켰다. 그러나 그는 언론과 국민들이 자신을 미워한다는 두려움에 항상 괴로워해야 했다.

영화는 다시 그의 어린 시절을 보여준다. 가난한 식료품상의 아들로 태어나 젊은 시절 형과 동생이 잇따라 폐결핵으로 사망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 때문에 '형제의 시체를 딛고 자랐다.'는 공연한 죄책감에 사로 잡힌 닉슨은 어머니의 너무 큰 기대, 성장기의 굴곡 등으로 인해 무섭도록 승리에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진다. 닉슨은 측근들을 희생양으로 써서 자신은 빠져 나오려 하지만 오히려 측근들의 진술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다. 그것이 바로 백악관 보좌관이던 버터필드가 대통령 집무실 대화 내용이 기록된 비밀 테잎의 존재를 폭로한 것인데 닉슨은 비밀 테잎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 특별검사를 해고하는 등 직권남용도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결국 대통령 직에서 사임한다.

 

* 감상평

 

이 영화는 일단 어렵다. 우리에게 관심도 없는 미국의 근대사와 인물들이 어지럽게 등장하여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내용면에선 2, 3번은 봐야할(미국 관객에겐 아니겠지만) 어려움이 우리 관객을 괴롭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놀랍다.

컬러와 입자가 거친 흑백이 교차하는 영상의 CF적 기교와 안소니 홉킨스의 놀라운 연기력. 그리고 미국 대통령을 소재로한 올리버 스톤의 대담함 등. 언제쯤 우리나라에서도 이승만, 전두환 등 전 재통령을 소재로한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1996년 5월 20일

VIDEO

 

 

 


 

 

2012년 오늘의 이야기

 

15년 전의 저는 '언제쯤 우리나라는 전 대통령을 소재로한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생각해보니 1996년은 전두환, 노태우의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권 시절이었습니다. 그 후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현재 이명박 대통령까지 정권이 무려 3번이나 바뀌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다지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15년 전의 질문을 토대로 전 대통령을 소재로한 영화가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봤는데,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블랙 코미디로 그려낸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과 전두환 대통령 암살이라는 가상의 사건을 다룬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 [26년] 정도 뿐... 물론 [26년]은 외압에 시달리며 힘들게 영화화되고 있어 온전하게 완성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지만 말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실제 대통령을 소재로한 영화 만들기는 멀고도 먼 일인가 봅니다.

그리고 [닉슨]의 줄거리를 쓰다보니 문득 생각난 것은 닉슨을 대통령 직에서 물러 나게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과 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도 살짝 겹칩니다. 하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은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그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확실히 정치적으로 후진국이 맞긴 맞나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