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쉘로우 그레이브(Shallow Grave) ★★★★★

쭈니-1 2012. 7. 3. 13:19

 

 

감독 : 대니 보일

주연 : 케리 폭스, 크리스토퍼 에클레이톤, 이완 맥그리거

 

 

* 해설

 

세계 영화계는 지금 독립 영화가 관객에게 좋은 호응을 받으며 약진하고 있다. 적은 예산과 독특한 아이디어, 그리고 철저히 작가주의에 입각한 독립 영화들은 제작사의 입김에서 제대로된 영화를 만들 수 없는 메이저 영화와는 확연히 구분되며 일부 지식층 외에도 일반 관객에게 어필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이고 있다.

메이저 영화의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에서도 많은 독립 영화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짐 자무쉬 감독과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 그리고 깐느의 단골인 코엔 형제가 그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독립 영화가 활발히 상영되었다. [저수지의 개들], [유주얼 서스펙트], [비포 더 레인], [전사의 후예], [엑조티카] 등 스타가 나오지 않는 독립 영화의 상영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쉘로우 그레이브]는 영국의 독립 영화로 극장 개봉시 성공은 거두지 못했으나 분명 숨겨진 보물 같은 영화이다. 대니 보일 감독은 이 영화가 극 영화 데뷔이며 산세바스찬 국제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영국 아카데미영화제 알락센더 코다상 등 수 많은 영화제를 휩쓸기도 했다.

 

* 줄거리

 

회계사인 데이비드(크리스토퍼 에클레이톤), 기자 알렉스(이완 맥그리거) 그리고 의사 줄리엣(케리 폭스). 두 남자와 한 여자, 대단히 자신만만하게 보이는 이 세명은 넓고 자유분방하게 꾸며진 고급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 있다. 이들은 지금 다른 한 명의 룸메이트를 물색중이다. 하지만 이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다녀갔지만 모두 맘에 들지 않았던 것.

새로운 룸메이트 찾기를 포기할 즈음 바로 이 사람이다 싶을만한 인물이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휴고. 소설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를 세 사람은 만장일치로 찬성한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새로운 룸메이트가 보이지 않는다. 그의 방문을 부수고 들어간 그들이 발견한 것은 휴고의 알몸 시체, 널려있는 주사기, 그리고 중요한 것은 침대 밑에 있는 정체모를 거액의 돈가방.

이들에겐 두가지 선택이 놓인다. 경찰에 신고하고 돈가방을 넘길 것인가? 아니면 돈가방을 갖고 시체를 유기시킬 것인가? 세 명의 친구가 선택한 것은 후자이다. 이들은 시체의 신원을 알수 없게끔 손과 발을 자르고 얼굴을 뭉갠 다음 몸체는 산에 묻고 손과 발은 태우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누가 할 것인가? 운나쁘게도 제비뽑기에 소심한 데이비드가 걸린다. 이들은 악전고투 끝에 시체를 처리한다.

낙천적인 성격의 알렉스와 줄리엣은 이 악몽을 잊기위해 돈 쓰기에 몰두하지만 악몽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데이비드는 점차 편집광적인 증세를 보인다. 그는 돈가방을 다락방에 감추고 다락문을 잠그고 자신은 하루종일 돈가방을 지킨다. 그리고 천장에 구멍을 뚫어 두 친구를 감시하기도 한다.

이때 돈가방의 주인인듯한 두명의 괴한이 침입한다. 그러나 그들은 불행하게도 데이비드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또 다른 두 시체를 혼자 휴고와 같은 방법으로 처리한다. 이제 알렉스와 줄리엣은 데이비드를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줄리엣은 돈을 차지하기위해 데이비드를 유혹하고 데이비드의 돈에 대한 집착은 더욱 심해진다.

그러나 완전 범죄는 없는 법. 시체가 발견되고 경찰은 냄새를 맡은 듯 세 친구를 의심한다. 데이비드는 몰래 돈가방을 가지고 혼자 도망가려 하고 결국 돈가방을 둘러싼 세 친구의 혈투가 벌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승자는 줄리엣. 데이비드는 줄리엣의 일격에 쓰러지고 알렉스 역시 사랑했던 줄리엣에게 버림을 받는다. 그러나 마지막 반전. 가방에 든 것은 신문쪼가리뿐. 어느새 알렉스가 바꿔치기한 것이다.

 

* 감상평

 

정말 놀랍고 흥미로운 영화였다. 둔 가방을 둘러싼 세 친구의 심적 변화와 배신 등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긴박한 스토리 전개가 압권이었다. 유머스러운 영화의 초반은 휴고가 죽은 뒤 그리고 휴고의 시체를 유기시킨뒤에도 교묘히 계속되는데 갑작스러운 데이비드의 심적 변화와 함께 공포 분위기로의 전환은 관객의 흥미를 붙잡는다.

특히 세 명의 주인공의 연기 앙상블이 인상깊었는데 장난끼 가득하면서도 카리스마적 매력을 풍기는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와 소심한 회계사에서 돈가방에 편집광적 증세를 보이는 미치광이 데이비드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에클레이톤의 연기는 이 영화의 최고 볼거리이다. 무시무시하면서도 유머가 가득 담긴 이 영화의 매력은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대단한다.

 

 

1996년 5월 21일 

VIDEO

 

 

 


 

 

2012년 오늘의 이야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스릴러 영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언급하는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환생]과 더불어 저를 스릴러 영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들었던 걸작 스릴러 중 하나입니다.

이 글의 '해설' 부분에서 독립 영화에 대해 언급했는데, 솔직히 이 영화가 독립 영화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독립 영화에 대한 제 개념은 그다지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독립 영화에 대한 논쟁을 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참아주시길... 

이 영화의 감독인 대니 보일 감독은 [쉘로우 그레이브] 이후 영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성장했습니다. [트레인 스포팅]으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28일 후...]로 좀비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아카데미를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주연을 맡은 이완 맥그리거 역시 스타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게 봤던 크리스토퍼 에클레이톤은 이후 마이클 원터바텀 감독의 [쥬드]에서 다시한번 저를 그의 연기에 푹 빠지게 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국 드라마 '닥터 후'에서 시즌 1의 닥터로 맹활약했죠. 암튼 이래저래 제게 [쉘로우 그레이브]는 기억에 넘을 만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