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2년 영화이야기

[로렉스] - 우리 주위의 나무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쭈니-1 2012. 5. 7. 12:57

 

 

감독 : 크리스 리노드, 카일 발다

더빙 : 대니 드비토, 에드 헬룸스, 잭 애프런

개봉 : 2012년 5월 3일

관람 : 2012년 5월 5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2012년 어린이날 + 어버이날 프로젝트

 

2010년 어린이날은 온 가족이 극장에서 [드래곤 길들이기]를 봤습니다. 그리고 2011년 어린이날은 온 가족이 목동 야구장에서 KIA 타이거즈 VS 넥센 히어로즈의 프로야구 경기를 봤습니다. 그렇다면 2012년 어린이날은?

매년 5월이 되면 저와 구피는 계획잡기에 바쁩니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웅이를 위한 계획도 잡아야 하고, 며칠 후에 있을 어버이날 계획도 잡아야 하고, 이리저리 계획을 잡다보면 어느새 기진맥진해 버립니다.

올해 어린이날은 하필 토요일이어서 구피와 저의 가정의 달 계획 잡기는 더욱 복잡해져버렸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단 이틀만에 웅이를 위한 어린이날 계획은 물론이고, 구피의 아버지, 어머니를 위한 계획, 저의 아머니를 위한 계획까지 완벽하게 잡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완성된 계획이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조조할인으로 웅이와 [로렉스]를 보고, 영화가 끝나자마자 잽싸게 집으로 돌아와 장인어른, 장모님, 처남과 함께 '고양시 세계꽃박람회'를 갔다가 스카이온에서 저녁 식사를 합니다. 일요일에는 저희 어머니와 누나 부부,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근처 한우 고기집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1박2일의 계획을 마치고 나니 정말 온 몸이 쑤시고 아프더군요.

 

그래도 다행히 웅이와 함께 본 [로렉스]도 재미있었고, '고양시 세계꽃박람회'에서 화사한 꽃을 맘껏 구경했더니 봄 기운을 느낄 수 있었으며, 오랜만에 아버지 산소에도 가고, 토요일엔 생선회로, 일요일에는 한우로 배까지 든든하게 채우고 나니 행복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내년엔 어린이날이 주말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하지만 2013년 어린이날은 일요일이라는 이 막막한 현실 -_-)

암튼 그렇게 바쁘게 보낸 주말이었지만 그래도 [로렉스]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원래 2D 자막버전으로 보고 싶었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아 더빙 버전으로 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의 노래 장면이 더빙으로 처리된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목격하기도 했지만 (아무리 더빙 버전이라도 최소한 노래 장면만은 자막 처리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원곡의 감동과 흥겨움이 어색하게 더빙처리되어 느낄 수가 없잖아요.) 귀여운 캐릭터와 부담없는 스토리 전개, 그리고 교훈까지 안겨주는 뜻깊은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아빠, 저 나무들 덕분에 우린 깨끗한 공기를 공짜로 마실 수가 있는거죠?'라며 묻더군요. 서울에서 자라고 생활하는 웅이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해줄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영화로나마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스니드빌 시민들의 단순함이 부럽다.

 

어린 시절 TV에서 해주는 미래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깔끔한 금속 재질로 만들어진 도시와 도로. 일은 로봇들이 하고 사람들은 편안하게 삶을 즐깁니다. 당시 제가 봤던 미래의 유토피아에서는 나무, 풀, 흙과 물 등과 같은 자연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과연 그런 환경에서 살면 우리 인간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를 밖으로 밀어내고 인간들만의 도시를 만들면 그것이 진정한 유토피아일까요?

[로렉스]의 최첨단 도시 스니드빌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공기도, 풀도, 바람도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곳이죠. 이 도시에서 사람들은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테드(잭 애프런)가 이웃집 소녀릉 위해 살아있는 진짜 나무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전까지 말입니다.

솔직히 영화 속의 스니드빌은 제가 봐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낄 수가 없는 곳입니다. 스니드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가 오헤어가 '도대체 뭐가 부족한가?'라고 항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자연이 없어도 그들은 행복한데 왜 굳이 그러한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이죠?

 

그에 대한 해답은 스니드빌의 바깥에 존재합니다. 스니드빌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인공적으로 찍어내는 플라스틱 제품들은 스니드빌 바깥 세상을 공해와 오염으로 물들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스니드빌의 담장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스니드빌의 사람들은 오헤어 회장의 말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담장이 무너지고 스니드빌 바깥 세상의 황량한 풍경을 본 시민들은 깨닫습니다.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스니드빌도 오염으로 저렇게 황폐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로렉스]는 매우 단순하게 자연의 소중함을 관객에게 어필합니다. 단지 스니드빌의 담장 하나 무너졌다고 해서 지금까지 삶의 방식을 바꾸자고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래서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러한 그들의 단순함이 부럽습니다. 스니드빌의 시민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애초부터 잊고 있었지만 우리들은 아니잖아요.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그러한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을 의식적으로 거부하잖아요.

영화가 끝나고 자연의 소중함을 강변하는 제게 웅이는 '그러면서 어른들은 차를 타고 다니잖아요.'라며 저를 쳐다봅니다. 영화를 본 후 차를 몰며 급하게 집으로 향하던 저는 순간 머쓱해졌습니다. 저 역시 편리함을 위해서 자연을 훼손하고 있었던 것이죠. 우리 어른들은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서 어린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자본주의 경제학?

 

[로렉스]에서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입니다.

자본주의... 말 그대로 돈이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윈슬러(에드 헬름스)도 그러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그는 가족들의 멸시에도 불구하고 길을 떠납니다. 그러다가 그는 트러풀러 나무를 발견하게 되고, 그 나무의 잎을 통한 획기적인 상품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그는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 트러풀러 나무를 마구 베어버립니다. 친구였던 나무의 요정 로렉스(대니 드비토)와 숲 속 동물들의 모습은 그의 안중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윈슬러의 이야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변화입니다. 처음엔 순진하고 꿈 많던 청년이었지만 트러풀러 나무를 통해 돈을 벌면서 그는 돈의 노예가 됩니다. 돈의 노예가 되면서 보여주는 윈슬러의 모습은 완전히 변해 있었습니다. 자본주의...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부작용을 앉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자연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유럽은 산업 혁명을 통해 자연을 마구 훼손하며 공장을 세웠고, 더 많은 자원과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대륙을 침략했으며, 식민지화했습니다. 그 결과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했던 동양적 세계관은 자연을 정복하려고 했던 서양적 세계관에 매몰되었고, 지구는 점차 자연 훼손으로 병들어 갔습니다.

자본주의, 산업화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산업화로 인하여 우리의 삶이 편리해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너무 욕심이 많습니다. 그러한 욕심을 어느 정도 자제하며 자연을 이용해야 하는데, 더 많은 돈을 위한 욕심은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이것은 비단 윈슬러 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윈슬러로 인하여 훼손된 스니드빌을 위해서 인공 공기와 같은 인공 자연을 만들었던 오헤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스니드빌의 공기를 더 많이 오염시켜야 한다는 제안에 두 눈을 번뜩이는 오헤어의 모습은 스니드빌의 미래가 겉보기처럼 유토피아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언젠가 스니드빌 시민들은 깨끗한 공기를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며,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다가 값싼 공기 값을 낼 수 없게 되면 깨끗한 인공 공기를 만들기 위해 오염된 자연의 더러운 공기를 마시게 될 것입니다.

 

 

심각하지 않게...

 

[로렉스]는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와 그로 인한 무분별한 자연 훼손 등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꾸며져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어린 아이들이 즐기기에 딱 알맞은 수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로렉스]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들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최대한 단순하게 처리됩니다. 테드가 윈슬러의 말을 듣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라던가, 스니드빌의 시민들이 테드의 말을 듣고 그동안의 생활 방식을 바꾸기로 결심하는 장면들은 너무 단순해서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어른들을 위한 심각한 사회성 드라마가 아닌 어린 아이들을 위한 교훈적 애니메이션임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그러한 단순함이 이 영화의 메시지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영화의 화려한 색체도 상당한 힘을 발휘하는데, 원색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영화의 색체는 의도적인 단순한 그림체와 더불어 영화에 정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특히 트러플러 나무 숲의 색체는 진정한 유토피아는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저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나무 요정 로렉스를 비롯하여 트러플러 숲 속의 귀여운 동물 친구들의 모습 역시 철저하게 어린 관객들의 눈 높이에 맞춰져 있는데, 그러한 캐릭터들이 너무 과하지 않은 탓에 어린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어른 관객들 역시 부담없이 웃으며 즐길 수가 있습니다.

[로렉스]는 미국의 동화 작가인 닥터 수스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의 동화들은 할리우드에서 열심히 영화화하고 있는 중인데, [그린치], [더 캣], [호튼] 등이 그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라고 합니다.

[로렉스]를 보고나니 그의 동화를 구입해서 웅이와 함께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화라고 해서 무조건 선과 악의 대결과 선의 승리라는 단순한 구조 대신에 현대 사회의 치부를 어린 아이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재미있게 꾸며낸 그의 역량은 대단해 보였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차 창밖의 나무들이 고맙게 느껴졌으며,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매연을 내뿜는 차를 몰고 잇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어린 관객들에게 교훈을 주는 영화는 많지만 어린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어른 관객들에게도 교훈을 주는 영화는 흔치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로렉스]는 꽤 성공적인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삶의 방식을 바꾸기에는 너무 멀리 왔는지도 모른다.

스니드빌의 사람들처럼 그렇게 단순하면 좋겠지만

현실의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니까.

그래도 자연에 대해서 관심만이라도 지키고자한다.

자연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그것만이라도 잊지 말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