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콘트라밴드] - 그의 범죄는 진정 정당한가?

쭈니-1 2012. 4. 30. 14:02

 

 

감독 :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주연 : 마크 윌버그, 케이트 베킨세일, 벤 포스터, 지오바니 리비스

 

 

의적의 활동에 열광하는 우리들

 

의적하면 우리는 홍길동, 혹은 로빈훗을 생각합니다. 분명 그들은 국가의 법을 교란시키는 엄연한 범죄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영웅이라고 부릅니다. 법 위에 있는 부정부패한 관리들의 돈을 훔쳐 가난한 서민들에게 나눠주는 의로운 범죄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엄연한 범죄자를 영웅시하는데에는 한가지 법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보다 더욱 악덕한 이들을 상대로 벌이는 범죄 행각이어야 한다는 점과 그들의 범죄 행각이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두가지 법칙이 성립되었을 때 우리는 그들을 범죄자가 아닌 영웅이라 부르는 것이죠.

가끔 영화는 범죄 스릴러라는 제목아래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를 만듭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오션스 일레븐]입니다. 그들은 분명 사라사욕을 채우기 위해 범죄행각을 벌이는 엄연한 범죄자이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즐거워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범죄 행각을 벌이는 상대가 주인공보다 더한 악당이니까요. 그렇다면 지난 3월 22일에 개봉했던 [콘트라밴드]는 어떠한가요?

 

가족을 위한 범죄

 

[콘트라밴드]는 범죄 스릴러 장르의 영화입니다. 그런만큼 주인공은 전직 프로 밀수꾼 크리스 파라데이(마크 윌버그)입니다. 주인공이 정의를 실현하는 영웅이 아닌, 범죄인 만큼 [콘트라밴드]는 크리스 파라데이가 범죄 행각을 벌이는 이유, 그리고 대상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콘트라밴드]는 이러한 설정에서 이상한 선택을 합니다.

크리스 파라데이는 의적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가 범죄 행각을 벌이는 상대 역시 자신보다 더한 악당도 아닙니다. 그는 대량의 위조 지폐를 밀수하고, 고가의 그림을 훔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서민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모든 범죄는 '가족을 위해서'라는 동기 하나로 정당화시키려 합니다. 마약 밀수 사건에 휘말린 처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을 위협하는 브릭스(지오바니 리비스)로 부터 가족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크리스는 기꺼이 범죄에 뛰어듭니다.

 

그의 범죄를 관객들은 열광해야 할까?

 

[오션스 일레븐]과 같은 보통의 범죄 스릴러를 보면 관객들은 어느사이 범죄자의 편이 되어 있습니다. 그를 응원하고, 그의 범죄가 성공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리고 범죄가 성공하면 통쾌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저는 [콘트라밴드]를 보며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을 위해'라는 크리스의 범죄 동기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범죄까지 정당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는 위조 지폐를 밀수하면서도 마약만은 안된다고 선을 긋습니다. 아마 관객이 크리스의 편에 서게 하기 위한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의 설정인 듯 보이는데... 영화를 보며 위조 지페는 되고, 마약은 안된다는 크리스의 기준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위조 지폐... 말 그대로 가짜 돈을 시중에 푸는 것이죠. 그에 따른 피해는 마약처럼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위조 지폐에 의한 피해는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제가 경제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위조 지폐가 대량으로 유입될 경우 지폐 가치 하락에 의한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한 물가 상승 등 서민 경제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트라밴드]는 위조 자폐 정도는 괜찮다며 가족을 위해 위조 지폐를 밀수하려는 크리스를 응원하라고 말합니다.

 

크리스의 범죄를 응원할 수 없다.

 

결국 제게 [콘트라밴드]는 실패한 범죄 스릴러 영화입니다. 주인공을 응원할 수 없게 만드는 범죄 스릴러라니... 이건 최악입니다.

밀수업계의 전설이라며 자신을 떠받드는 사람들 앞에서 어깨를 으쓱하는 크리스의 모습을 보는 것도 불편했고, 다시 밀수의 세계에 뛰어드려는 크리스를 말리는 케이트(케이트 베킨세일)에게 크리스가 별고민없이 '이 방법 밖에 없다, 날 믿어주면 안되겠니?'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장면도 우스웠으며, 밀수 업무를 하며 오히려 신나 보이는 크리스에게 '사실은 이 생활이 즐거웠지?'라고 묻는 처남에게 '그렇다.'고 시인하는 장면도 씁쓸했습니다.

결국 자신이 밀수한 위조 지폐와 얼떨결에 탈취한 거액의 그림 덕분에 잘 먹고 잘 사는 크리스 가족을 보며 '그래, 다행이다.'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착하게 경비업체 일을 하는 것보다 밀수라는 범죄를 저지르며 한 탕하는 것이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 영화가 끝난 후에도 기분이 썩 좋지 못했습니다. 그래, 저 처럼 세금 꼬박꼬박 내는 직딩은 결코 크리스 처럼 멋진 집에서 폼 잡으며 살 수 없겠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