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티스 반 하이닌겐 주니어
주연 :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에릭 크리스찬 올슨
1982년작인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이 궁금해졌다.
1982년... 저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프로야구 개막이라는 이슈로 전국을 뒤흔들고 있었습니다. 아직 영화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던 바로 그때 존 카펜터 감독의 B급 호러 영화 [괴물]이 만들어졌습니다.
솔직히 저는 [괴물]을 보지 못했습니다. 다시한번 고백하지만 제가 영화를 좋아했던 것은 90년대 초반부터였고, 그 이전의 영화는 그저 옛날 영화에 불과했기 때문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괴물]에 대해서 그저 B급 공포 영화의 거장 존 카펜터 감독의 초기작이라는 정도의 정보만 알고 있을 뿐, 어떤 내용인지, 어떤 영화인지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괴물]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괴물]의 프리퀼인 2011년작 [더 씽]을 봤기 때문입니다.
사실 [더 씽]은 그다지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그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그 이후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괴물]의 프리퀼로서의 [더 씽]은?
[괴물]를 보지 못한 저로서는 [더 씽]이 [괴물]의 프리퀼로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할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작년 10월 미국 개봉 당시 3천8백만 달러라는 제작비로 북미 흥행성적이 고작 1천7백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사실로 유추해 본다면 30년 전 [괴물]에 열광했던 미국의 관객들은 [더 씽]에 관심을 갖지 않았거나 실망했음을 알 수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괴물]과 따로 떨어뜨려서 생각해본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볼만했다.'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영화의 설정 자체는 평범합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미지의 대륙 남극에서 거대한 구조물이 발견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지구의 생명체가 아닌 듯이 보이는 외계의 생명체가 남극의 얼음에 갇힌채 노르웨이의 남극 탐사팀에 의해 발굴됩니다. 노르웨이의 탐사팀은 새로운 외계 생명체의 발견에 기뻐하지만 그들의 기쁨도 잠시뿐, 곧 악몽이 밀려옵니다. 그들이 발견한 외계 생명체가 아직 살아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그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의 세포를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을 복제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제 노르웨이의 탐사팀은 누가 사람이고, 누가 외계 생명체에 의해 복제된 가짜 사람인지 혼란스러워하며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긴장감 가득한 액션 활극
[더 씽]은 인간을 복제한 끔찍한 외계 생명체와 노르웨이 남극 탐사팀의 사투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미국 영화답게 미국의 고생물학자인 케이트 로이드(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를 노르웨이 탐사팀에 합류시켜 호러퀸으로 등극시키고, 정교한 특수효과를 이용하여 인간의 세포를 복제하는 외계 생명체의 끔찍한 모습을 담아 냅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케이트가 누가 진짜 사람이고, 누가 괴물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용감하고 현명하게 일을 처리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러한 케이트의 모습은 할리우드 호러 영화의 전형적인 전개를 띄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조금 식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호러 영화의 여주인공이 공식이 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연약해 보이는 여성 캐릭터가 무시무시한 괴물을 쓰러뜨릴 때의 쾌감, [더 씽]은 바로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영화의 후반부에는 할리우드의 특수효과를 통해 웅장하게 만들어진 외계 생명체의 우주 비행선이 등장하고, 그곳에서의 아슬아슬한 사투까지 담아내며 오락 영화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다합니다.
[더 씽]에 아쉬웠던 모든 것이 [괴물]에 담겨 있다고 한다.
케이트가 괴물을 끝까지 쫓아가 처치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 듯이 보였던 [더 씽]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에 [더 씽]과 [괴물]을 잇는 회심의 장면으로 영화를 끝맺음합니다. 노르웨이의 기지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노르웨이 탐사팀 대원이 썰매견의 세포를 복제한 외계 생명체를 뒤쫓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데, [괴물]의 시작은 바로 이 장면에서부터라고 합니다.
썰매견에게 총을 쏴대는 노르웨이 탐사팀에게 총상을 당한 미국 탐사팀이 맞사격을 하다가 노르웨이 탐사팀 대원들은 목숨을 잃고 진상 조사에 나선 미국 조사팀은 괴물로 변한 썰매견으로 인해 악몽과도 같은 사건을 겪게 된다고 합니다.
[더 씽]을 본 후 이 영화와 연결된 [괴물]이 궁금해서 몇몇 영화의 리뷰를 읽어보니 [괴물]의 공포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의 심리적 공포가 주를 이룬다고 합니다. 그 순간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바로 [더 씽]을 보며 아쉬웟던 유일한 것이 바로 그러한 심리적 공포였기 때문입니다.
케이트가 너무 단호하고 현명하게 괴물에 대처하는 바람에 [더 씽]의 심리적 공포를 느낄 틈도 없이 짥막하게 끝나고 쫓고 쫓기는 액션 활극이 됩니다. 하지만 존 카펜터 감독은 좀 더 심리적 공포에 치중을 둔다고 하네요. 그러한 사실만으로도 [더 씽]을 보며 아쉬웠던 2%가 [괴물]을 보며 채워질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듭니다. 어서 빨리 [괴물]을 찾아서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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