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패션 투르카(La pasión turca) ★★★1/2

쭈니-1 2012. 4. 25. 13:15

 

 

감독 : 비센테 아란다

주연 : 아나 벨렌, 조지 코라페이스

 

 

* 해설

 

올해 70살 노장인 비센테 아란다 감독은 91년 국내 개봉되어 강한 여운을 남겼던 영화 [아만테스]의 연출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패션 투르카]는 비센테 아란다 감독의 일관된 주제인 '미친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94년 작품으로 스페인 개봉 당시 스페인 역사상 4번째 흥행 기록을 세우는 등 크게 히트했다.

 

* 줄거리

 

여주인공 데시(아나 벨렌)는 처녀로 결혼 첫날밤을 맞았을 만큼 순진한 여성. 그녀와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없어 보였다. 그러나 친구 부부들과 몇몇이 어울려 떠난 터키 관광여행에서 데시는 야성적 매력의 관광가이드 야만(조지 코라페이스)과 마주치고 그 순간 강렬한 무엇에 끌린다. 마침내 둘은 관광지 이스탄불의 든뜬 분위기 속에서 욕망에 몸을 불사른다.

남편을 동반한 여행길에서의 탈선. 위험천만한 곡예지만 백주 대낮 버스의 통로, 여객선의 선실 복도에서 아슬아슬한 만남은 거듭된다. 데시는 터키 관광여행을 마치면서 야만과도 일단 작별을 한다.

그러나 스페인으로 돌아온 데시는 아이를 가졌음이 드러난다. 남성불임인 남편은 아내의 부정을 알게 된다. 그녀가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를 낳아 기를 때 가정은 위태로운 긴장에 휩싸이지만 아이가 그만 병으로 숨지자 충격에 휩싸인 데시는 일대 기로에 선다. 그녀의 선택은 터키의 그 남자이다. 데시는 터키로 날아가 다시 야만의 품에 안긴다.

두 사람은 다시 열정적인 섹스에 빠진다. 그러나 행복했던 순간은 서서히 사라져간다. 야만에게는 이미 전부인과 두 아이가 있었고 데시가 임신하자 유산시킬 것을 강요한다. 그리고 데시에게 자신의 고객과 잠자리를 함께 할 것을 명령한다. 이에 상처를 받고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오는 데시. 그러나 그녀는 결코 야만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터키의 야만에게로 돌아간다. 그가 원하는대로 그의 고객의 품에 안기며...

이제 그녀의 순수는 야만의 욕망에 의해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까지도 야만을 사랑했다. 그녀가 야만을 사랑하면 할수록 야만의 추잡함은 정도를 넘어선다. 급기야 그는 다른 여인들과 섹스를 즐기며 '사업도 연애도 절대 한군데에만 걸어선 안되지'라고 지껄인다. 결국 데시는 야만의 사타구니에 총을 쏘고 육체의 방랑을 끝낸다. 그리고 또 어디론가 떠난다.

 

* 감상평

 

'정열'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나라 스페인. 우리나라에서 스페인의 영화를 감상한다는 것은 그리 흔한 기회는 아니다. 그렇기에 [패션 투르카]는 신선한 영화를 찾는 관객에게 떨칠 수 없는 유혹과도 같다.

'평범하게 살던 한 유부녀가 야성적 매력의 터키 남자를 만나면서 빚어지는 격렬한 욕망의 드라마' [패션 투르카]의 소재는 이렇듯 흔해 보인다. 그러나 비센테 아란다 감독은 흔한 소재로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 냈다.

영화 전편에 묻어나는 스페인 특유의 정열적 분위기와 터키의 풍광까지... 한 여인의 자아발견의 순간들은 매우 독특하다. 특히 한 마약업자가 데시를 벗기로 그 앞에서 자위 행위를 하는 장면은 나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한 여인이 알몸인채로 터키의 붉은 깃발 위에 누워 있는 야한 포스터와 '충동!! 탐닉!! - 그 아름다운 전율'이라는 영화 광고 카피에 야한 영화를 상상하고 간 관객이라면 조금 실망햇을 것이다. 원래 야하지 않은건지 아니면 우리나라의 가위손에 의해 전부 잘려나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그리 야한 영화는 아니다.

 

 

1996년 5월 14일

VIDEO

 

 


 

 

2012년 오늘의 이야기

 

당시에는 그랬습니다. 조금만 야한 영화가 있어도 심의에서 잘려 나가니, 영화를 보며 이것이 온전한 영화인지, 아니면 심의에 의해 삭제된 영화인지, 항상 의심을 해야만 했습니다. [패션 투르카]도 그러한데 이 영화의 개봉 당시 에로티즘으로 상당히 화제가 되었지만 막상 개봉된 영화는 평범한 수준이었습니다.(네, 그래서 아쉬웠습니다. ^^;)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하니 이 영화의 진정한 문제는 심의가 아닌 듯이 보입니다. 바로 다른 나라의 문화를 비하하는 영화적 상황이죠. 이슬람교를 믿는 터키의 문화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비하하는 이 영화는 포스터에서도 터키의 국기를 사용함으로서 논란을 일으키려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이런 극단적 비하는 여성의 자아찾기라는 매우 보편적인 스토리 라인과 에로티즘에 살짝 가려지는 것이 더 큰 문제인데... 이러한 영화가 당시 스페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터키 국민들에겐 기분나쁜 일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