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슈퍼스타 감사용] - 우리가 기억해야할 아름다운 꼴등 이야기.

쭈니-1 2009. 12. 8. 17:06

 



감독 : 김종현
주연 : 이범수, 윤진서, 공유, 이혁재
개봉 : 2004년 9월 16일
관람 : 2004년 9월 16일


[슈퍼스타 감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프로야구에 대한 제 오래된 기억들을 먼저 회상해 보겠습니다. 어느 기자의 글을 읽으니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은 전두환 정권이 국민의 불만을 해소시킬 오락거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구상해낸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더군요.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제가 전두환 정권의 횡포에 대해선 알 턱이 없었죠. 저는 단지 시대의 유행을 쫓아 야구가 뭔지도 모르면서 프로야구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 취미는 스티커 모으기였는데 프로야구 마스코트 스티커는 제겐 최고의 보물이었죠.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한 마스코트는 바로 OB 베어스의 곰이었습니다. 전 사자나 호랑이같은 맹수를 좋아했지만 삼성 라이온즈와 해태 타이거즈의 마스코트는 달랑 목만 있어서 제겐 그리 멋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몸이 전체가 있는 마스코트가 좋았기에 자연스럽게 OB 베어스 스티커를 아꼈죠.(MBC 청룡과 롯데 자이언츠의 마스코트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스코트는 이 영화를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무척이나 촌스러웠고요.)
프로야구 출범해인 82년도엔 그런 단순한 이유로 OB 베어스를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OB 베어스의 왕팬이 되고 말았습니다. OB 베어스가 경기에서 지는 날엔 제 기분도 나빠졌고, 경기에 이기는 날엔 괜시리 기분도 좋았을 정도죠. 제가 그토록 OB 베어스를 광적으로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박철순 때문이었습니다. 82년도에 22연승을 거두고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으나 이후 부상으로 여러번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이했던 그는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오뚜기처럼 일어서 제겐 정말 커다란 감동을 주었습니다. 83년도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장명부가 세운 30승이라는 대기록으로 프로야구판이 시끌벅적할때 저는 친구들을 붙잡고 24승 4패를 기록했던 82년도의 박철순의 기록과 30승 16패를 기록한 83년도의 장명부의 기록을 대조하며 박철순이 패가 휠씬 적기 때문에 장명부의 기록보다는 박철순의 기록이 휠씬 위대하다고 우기고 다니곤 했었습니다.
암튼 이토록 야구를 그리고 OB 베어스를 좋아했던 저였기에 [슈퍼스타 감사용]을 보지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기억속에 어렴풋이 남은 82년도  그 시절을 영화는 어떻게 표현했을지... 프로야구 장면은 얼마나 리얼하게 그려냈을지... 그리고 아직도 제겐 영웅과도 같았던 프로야구 출범 당시 선수들이 이 영화엔 어떤 모습일지... 이 모든 것이 제겐 커다란 흥미거리였답니다.


 



1. 일등의 힘? 꼴등의 힘!

솔직히 이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땐 저는 이 영화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사실에는 흥미가 생겼지만 제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감사용이라는 선수의 이야기라는 점과 아직까지 꼴등의 대명사처럼 기억되던 삼미 슈퍼스타즈 야구단을 소재로 삼았다는 사실이 제겐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그 수많은 야구선수 이야기를 제쳐두고 하필 이름조차 생소한 감사용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김종현 감독의 의도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게 공유가 박철순을 연기했다는 말을 듣고 저는 이 영화를 보기로 결심을 굳혔습니다. 박철순이 비록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가 나온다는 소식만으로도 별로 매력적일것 같지 않았던 영화가 단숨에 매력적인 영화로 탈바꿈된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가 내세운 것은 꼴등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이 영화에 끌린 것은 일등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감사용의 인간적인 모습이 펼쳐지자 저는 일등이 아닌 꼴등의 모습에서도 묘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꼴등은 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이등조차도 잘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꼴등을 기억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일등이 되고 싶었지만 그럴 능력이 없었던... 일등이 되고 싶은 소망하나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꼴등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주목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일단 그러한 김종현 감독의 선택은 어느정도 적중했습니다. 지금까지 일등을 소재로한 수많은 영화들속에서 우리는 일등의 이야기에 길들여져 왔었습니다. 하지만 [슈퍼스타 감사용]을 보고나니 일등의 그늘에 가려져 항상 비웃음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던 꼴등의 모습도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프로야구는 계속될 것이며 삼미 슈퍼스타즈는 대표적인 꼴찌팀으로 제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더이상 삼미 슈퍼스타즈를 비웃지 않겠습니다. 꼴등도 아름답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2. 이범수의 힘!

이범수는 참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입니다. 그는 어딜 봐도 전혀 배우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키도 작고, 얼굴도 잘생기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강한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편안해집니다.
제가 그가 주연한 영화를 극장에서 본것은 [몽정기]가 유일합니다. 사실 [몽정기]도 보고 싶지 않았지만 워낙 관객들의 평도 좋고 흥행에 성공중이라서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하는 마음에 극장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제겐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주연을 맡은 영화인 [오! 브라더스]와 [안녕! 유에프오]도 별로 땡기지 않아서 극장에서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영화들을 나중에 비디오로 보게되면 '극장에서 볼껄'하며 후회하게 됩니다. 작년 추석엔 [조폭 마누라 2]를 극장에서 보고난후 나중에 비디오로 출시된 [오! 브라더스]를 보고나서 그야말로 후회에 후회를 거듭했답니다. [조폭 마누라 2]를 보지말고 [오! 브라더스]를 볼껄하는 후회를 말입니다. [안녕! 유에프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은주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뻔해보이는 로맨틱 코미디일것 같아 극장에서 보지 않았다가 나중에 비디오로 출시된 후 본 후 처절하게 후회를 했답니다.
이렇듯 그의 영화는 제겐 겉보기엔 별로 매력이 없습니다. 뻔해보이는 이야기같고 극장에서 보기엔 돈이 아까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게되면 그 풋풋한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그것이 그가 영화를 잘고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연기가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슈퍼스타 감사용]을 보고나니 이젠 알 것 같군요. 이범수라는 배우의 힘을...
[슈퍼스타 감사용]을 보는내내 저는 과연 이범수가 아니면 그 어떤 배우가 이렇게 아름다운 꼴등의 모습을 그릴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감사용은 야구선수로는 그야말로 보잘것 없는 그런 인물입니다. 다른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화려한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천부적인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는 말그대로 3류 선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런 캐릭터가 이범수라는 배우에게 입혀지고나니 모든 것이 달라져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범수가 감사용을 멋지게 포장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범수는 그냥 있는 그대로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용은 3류 야구선수에서 아름다운 꼴등의 모습으로 변신합니다. 이것이 바로 배우 이범수의 힘입니다. 그는 잘생기지도 않았고, 카리스마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서민들의 평범한 모습을 풋풋하게 담아내는데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 감사용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범수의 연기가 좋았던 이유도 바로 우리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연기했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그가 주연한 영화를 선뜻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3. 스포츠의 힘!

이 영화의 떠다른 주인공은 바로 프로야구입니다. 22년의 세월동안 우리들의 대표적인 프로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프로야구는 정말 제겐 엄청난 삶의 위안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영화중에 프로야구를 소재로한 영화들은 극히 드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공포의 외인구단]이 최초의 프로야구 소재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공포의 외인구단]은 스포츠 영화라기 보다는 사랑 영화에 가까웠으며 그 영화에 표현된 야구도 스포츠라기 보다는 환타지에 가까웠습니다. [사랑하기 좋은 날],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아는 여자]등의 영화에 프로야구가 나오지만 이들 영화 역시 스포츠 영화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스포츠... 이보다 영화 소재에 알맞은 것은 없을 겁니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승부가 있고, 치열한 승부끝에 영웅이 되는 승자가 있습니다. 관객들은 그런 승부끝에 자연스럽게 감동을 받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좋은 영화 소재를 지금까지 우리 영화는 외면하고 있었던 겁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그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슈퍼스타 감사용]은 바로 이러한 스포츠의 힘을 영화에 고스란히 이용합니다. 이 영화는 우리 영화가 그토록 외면했던 정통 스포츠 영화인 셈입니다.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누가뭐래도 박철순의 20연승을 경기 장면입니다. 감사용은 박철순의 20연승 제물이 되는 것을 꺼리는 다른 투수들을 대신하여 생애 처음으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섭니다. 20연승에 도전하는 박철순과 꼴등팀의 패전처리 전문 투수 감사용의 선발 맞대결. 누구라도 그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에선 간혹 이변이 일어납니다. 꼴등이 일등을 이기는 파란은 국내외 스포츠에선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런 이변이 있기에 우리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이며,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손에 땀을 쥐고 보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 영화는 꼴등을 소재로 한것을 제외한다면 조금은 지루한 드라마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박철순과 감사용의 맞대결이 담겨진 클라이막스만큼은 절대 지루하지 않습니다. 김종현 감독은 스포츠의 그 긴장을 영화로 고스란히 옮겨 왔습니다. 그렇기에 경기 장면이 길면서도 관객들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3시간에 달하는 프로야구를 보며 지루함을 느끼는 야구팬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순간 한순간이 긴장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종현 감독은 그러한 긴장감을 잘 포착해낸겁니다.


 



미국 영화에도 아름다운 꼴등의 모습을 담은 영화가 있었죠. 기억하십니까?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동계 올림픽 출전 해프닝을 그린 [쿨 러닝]이라는 영화를... 하지만 [쿨 러닝]은 너무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영화를 슬랩스틱 코미디화하여 스포츠 영화의 긴장감과 감동을 반감시켰었습니다. 꼴등은 이처럼 스포츠 영화에 능한 미국에서조차 코미디의 소재에 불과했던 겁니다.
하지만 김종현 감독은 코미디에 능한 이범수를 기용했으면서도 결코 이 영화를 코미디 영화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드라마에 가깝게 영화를 만들었죠. 그대신 김종현 감독이 택한 영화적인 재미는 적절한 픽션의 가미입니다. 감사용과 야구 매표소 직원 은아(윤진서)의 풋풋한 사랑, 악역을 도맡은 양승관의 역할과 박철순의 20연승 경기에서 맞대결한 감사용의 첫선발전까지...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의 영화들이 사실에 근거하여 영화를 만들어야한다는 기본원칙을 깨고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픽션을 자유자재로 가미시켜 놓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김종현 감독의 선택은 코미디가 아니면서도 꼴등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잡아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암튼 모든 면에서 [슈퍼스타 감사용]은 제겐 꽤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22년전 그 시절 그때로 돌아가 프로야구가 막 개막하던 그 순간을 성인이 된 지금 다시 한번 만끽하는 것도 프로야구 광팬인 저로써는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으며, 이범수의 놀라운 편안한 연기와 지금까지 우리가 잊고 지냈던 꼴등의 아름다운 모습을 재조명하는 김종현 감독의 그 놀라운 연출력이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절 놀라운 영화적 재미의 세계로 안내했습니다. 과연 또 언제 이렇게 제대로 만들어진 우리 스포츠 영화를 만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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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 저도 어제 보고왔습니다. 뭐. 완성도니 어쩌니 하는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동적이기까지 했구요.ㅎ
 2004/09/20   
쭈니 솔직히 제겐 소재 하나만으로도 점수를 따고 들어간 영화였답니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점수가 후하게 나왔는지도 모르지만 암튼 저도 무지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아내 구피는 영화가 끝나고 왜 이기는 주인공이 이기는 경기를 영화화하지 않고 지는 경기를 영화화했을까라고 묻더군요. ^^
지는 경기... 그것이 이 영화의 촛점인것을... ^^
 2004/09/20   
박준호
아무도 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박철순이 감사용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 모습...그것은 승자의 여유라기 보다는 상대에 대한 인정이 담긴 인사였습니다
감사용이 그토록 원하는 1승은 OB와의 경기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마지막 나레이션으로 MBC와의 경기에서 거두었다고 짤막히 언급될 뿐입니다
1등, 그리고 승리만이 주목받는 이 사회에서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어찌 보면 단순하고도 당연한 이야기를 영화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2005/02/24   
쭈니 네 맞습니다. 우리는 어렸을때부터 순위경쟁에 노출되어 왔습니다. 1등이 잇고, 2등이 있으며, 꼴등도 언제나 존재하죠. 하지만 과연 꼴등이라는 것이 창피한 걸까요? 최선을 다한 꼴등이라면 결코 창피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고보다는 최선이 되자'라는 초등학교때의 급훈이 생각나는 영화입니다. 비록 순위는 꼴등이지만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 우리는 박수를 쳐주어야 합니다. ^^
 2005/02/24   
하지만, 전 조금 실망했던 영화였습니다 ^^;;;
기대치가 높아서 였을까요 ^^
 2006/05/08   
쭈니 전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이유만으로도 무조건 좋았던 영화였답니다. ^^  200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