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귀신이 산다] - 김상진 감독의 유머 감각은 전부 어디로 가버렸는가?

쭈니-1 2009. 12. 8. 17:07

 



감독 : 김상진
주연 : 차승원, 장서희, 장항선
개봉 : 2004년 9월 17일
관람 : 2004년 9월 19일


구피가 글쎄 우리홈쇼핑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그만치 8만원어치 마일리지를 확보했습니다. 입이 귀에 걸린 구피는 연신 기쁨의 비명을 질러댑니다. 이 공짜 마일리지로 뭘할까 행복하게 고민을 하는 구피의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행복해지더군요. 기분이 너무 좋아진 구피는 영화 한편 보러가지며 나섭니다. 구피는 기쁨을 영화 한편으로 제게도 나눠주고 싶었던 겁니다. 덕분에 저는 계획에도 없던 [귀신이 산다]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좋았던 구피의 기분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점차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뒷좌석에 앉은 관객이 발로 구피의 좌석을 계속 찼기 때문입니다. 한두번도 아니고 연신 발로 차대자 구피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뒷사람에게 발로 차지 말아달라고 주의까지 줬답니다. 하지만 의지의 한국인이었던 뒷좌석의 관객은 아예 구피의 좌석을 발을 쭉뻗으며 하염없이 밀었다는 군요. 그런 자세로 영화를 보면 뒷좌석의 사람은 다리를 쭉뻗고 영화를 보니 편했을지 몰라도 앞좌석의 사람은 등뒤에서 뒷사람의 발이 계속 미는 것을 느끼며 불쾌한 기분으로 영화를 봐야하는 겁니다. 결국 영화를 보기전만해도 기분이 좋았던 구피는 영화가 끝날때쯤엔 얼굴을 잔뜩 찡그리게 되었습니다.
사정은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뒷좌석에 앉은 관객도 웃기는 장면이 나올때마다 발로 제 좌석을 차면서 웃어대더군요. 드에서 전해지는 남의 발길질 느낌... 거참 기분 더럽더군요. [귀신이 산다]를 본 곳은 목동 CGV였습니다. CGV에서 영화를 보신분들이라면 모두들 아시겠지만 영화를 보기전에 몇가지 주의사항이 극장 화면에 뜹니다. 그중에서 앞좌석을 발로 차지말라는 주의 사항이 뜨죠. 사실 평소에는 저 역시도 그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극장들은(다른 나라 극장은 어떤지 모르지만...) 워낙 좌석간의 거리가 짧아서 조금만 긴장을 늦춰도 앞좌석에 발이 닿습니다. 저 역시도 영화에 빠지다보면 나도모르게 앞좌석을 발로 차게 됩니다. 그런데 [귀신이 산다]를 보며 영화를 보는내내 발차기를 당하고나니 이거 핸드폰소리보다 더 짜증이 나더군요. 오죽했으면 구피는 영화가 끝나고나니 목이 다 뻑적지근하더랍니다. 하도 뒤에서 발로 밀어대서... 영화가 끝나고 저희 뒤에 앉은 관객들을 째려봤지만 (싸움못하는 저로써는 그것이 최대한의 항의 표시였답니다. ^^;) 그들은 못본척 실실 웃으며 극장을 빠져나가더군요.
2004년 9월 19일 오후 10시 목동 CGV 7관 M9, M10번 좌석에서(각각 다른 파트너와 영화를 보신 분들같더군요.) [귀신이 산다]를 보신분들...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 한두번 발로 차는 것은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내내 앞좌석을 발로 차거나 아예 발로 앞좌석을 밀면서 영화를 보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으셨나요? 우리의 관람문화가 조금은 더 성숙해졌으면 합니다


 



이렇게 뒷좌석의 관객들에게 신경을 쓰며 영화를 봐서인지 [귀신이 산다]는 근래 봤던 영화중에서도 [신부수업]과 더불어 정말 재미가 없었답니다. 코미디의 달인 김상진 감독과 차승원의 세번째 만남. [인어 아가씨]로 안방을 점령했던 장서희의 본격적인 스크린 진출작. 사실 이 정도만으로도 이 영화는 최소한 기본적인 재미는 갖춘 영화인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과연 문제가 무엇인지...

1. 차승원이 원맨쇼만으로는 부족했다.

[귀신이 산다]의 시작은 좋았습니다. 내집 마련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환을 교묘하게 영화의 프롤로그로 이용한 이 영화의 시작은 셋방살이를 하느라 해마다 이사를 다녀야했던 제 어릴적 기억과 맞아떨어지며 '어쩌면 정말 괜찮은 코미디 영화 한편이 나오겠구나'하는 기대감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영화가 시작한지 채 10분을 넘기지 않아 실망으로 바뀝니다. 그 이유는 아무런 아이디어도 없이 단지 차승원의 원맨쇼로 관객을 웃게 만들었던 김상진 감독의 안일한 연출력때문입니다.
김상진 감독이 코미디 영화의 달인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감독 데뷔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코미디라는 한 우물만 팠던 그는 [돈을 갖고 튀어라]를 시작으로 [광복절특사]까지 그 명성을 이어나갔습니다. 김상진 감독이 만들어낸 코미디의 묘미는 바로 웃기는 상황 설정에 있습니다. 백수에게 어느날 어마어마한 검은 돈이 굴러들어온다면이라는 상상으로 시작한 [돈을 갖고 튀어라], 학창시절 쌈짱과 공부짱이 성장하여 각각 선생님과 조폭 두목이라는 자신의 학창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난다는 [신라의 달밤], 이유없이 주유소를 털은 일당의 기상천외한 하룻밤을 그린 [주유소 습격사건], 힘들게 탈옥을 했지만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야하는 상황에 빠진 두 재수없는 죄수의 기막힌 사연을 담아낸 [광복절특사]까지... 그의 영화들은 한결같이 웃기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그 한가운데에 여러 캐릭터들을 떨어뜨려놓고 그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관객에게 즐기도록 합니다.
[귀신이 산다]도 처음엔 김상진 감독 특유의 상황 코미디로 보였습니다. 어렵게 내집을 장만했더니만 그 집에 귀신이 산다니... 충분히 그 상황은 웃깁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귀신이 산다]는 갑자기 차승원의 원맨쇼에 모든 것을 맡깁니다. 물론 차승원의 물오른 코미디 연기는 충분히 관객들을 웃깁니다. 하지만 코미디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닙니다. 코미디가 그렇게 쉬웠다면 웃기는 배우 한명만 갖다놓으면 모든 것을 해결될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차승원의 원맨쇼는 잠시 관객을 웃게 만들지 모르지만 아무 내용없이 차승원이 오버연기만으로 웃은 웃음은 허망할 따름입니다. 코미디 영화의 달인인 김상진 감독이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을텐데... 차승원의 물오른 코믹 연기에 잠시 그의 판단력이 흐려졌나봅니다.


 


  
2. 장서희의 연기는 TV에서만 통하는 것일까?

영화의 중반이 되면 차승원의 원맨쇼가 끝나고 드디어 차승원과 장서희의 연기 대결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불안합니다. '정말 내가 보여?'라며 귀여운 표정을 짓는 장서희 귀신의 그 어이없는 연기가 절 사정없이 불안하게 만듭니다. [인어 아가씨]에서는 표독스러우면서도 왠지 위로해주고 싶은 가냘픔을 동시에 지녔던 그녀의 연기가 영화로 옮겨지고나니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어색할 따름입니다. 그녀의 어색한 연기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이어집니다.
[귀신이 산다]의 주인공은 기본적으로 차승원과 장서희입니다. 그런데 차승원은 물오른 코미디 연기로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혼자 원맨쇼를 하고 있으며, 장서희는 짜증나게 어색한 연기로 차승원의 주위만 맴돕니다. 서로 호흡이 맞지않아도 너무 맞지 않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반부엔 차승원의 오버연기가 조금은 자제된다는 사실입니다. 장서희가 차승원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영화의 전반부는 그야말로 차승원의 원맨쇼였습니다. 별다른 내용도 없고, 단지 차승원의 집에 귀신이 산다라는 컨셉하나만으로 차승원의 원맨쇼에 철저하게 기대었습니다. 하지만 장서희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중반부부터는 비록 장서희의 연기가 너무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차승원의 원맨쇼가 조금 자제되며 어느정도의 균형을 찾아갑니다. 한마디로 중반부가 오히려 초반부와 비교해서는 재미있었다는 말입니다. 차승원을 쫓아내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하는 장서희에게 시시껄렁한 표정으로 '아주 용을 쓴다'라며 핀잔을 주는 차승원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긴 장면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비록 장서희의 등장으로 영화가 조금 재미있어졌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차승원과 장서희 정도의 조합이면 이것보다는 열배, 아니 백배로 재미있어야 합니다. 이 영화가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이 만든 영화가 아니라 코미디의 달인인 김상진 감독과 차승원, 그리고 TV에서 멋진 연기를 펼쳤던 장서희의 만남이니 만큼 커져버린 기대감은 최소한 채워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부족합니다. 그것도 너무 부족합니다.


 



3. 언제까지 패싸움을 할건데?

허망한 웃음이지만 그래도 차승원의 오버 연기 덕분에 웃겼던 전반부와 어색하지만 그래도 장서희의 등장으로 약간은 재미있어진 중반부를 지나면 드디어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인 후반부에 도달하게 됩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어이없는 표정만을 지어야하는 이 영화의 후반부는 김상진 감독의 유머 감각을 의심케하는 결정적인 한방이었습니다.
내집 마련을 위해 쫌생이처럼 일만하던 차승원은 어느사이 의리의 사나이로 변합니다. 그는 비싼 돈을 받고 집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서희의 한풀이를 위해 자신의 한몸을 바칩니다. 차승원이 연기한 필기라는 캐릭터에겐 전혀 맞지 않은 선택인 셈입니다. 마치 김상진 감독은 요즘 코미디의 추세인 슬픈 코미디를 따라하려는 듯, 캐릭터의 성격까지 급변시키며 영화를 후반부엔 멜로 영화로 탈바꿈시킵니다. 하지만 장서희의 그 어색한 연기로는 아무리 필기의 캐릭터가 의리의 사나이로 변해도 어림없습니다. 배우의 연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게다가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가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 튀어나옵니다. 바로 패싸움 장면입니다. 김상진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클라이막스를 패싸움 장면으로 마무리하죠. 무슨 작가주의도 아니고 한두편의 영화에서 재미를 봤으면 됐지 이렇게 매 영화마다 써먹는 것은 너무 안일한 태도아닌가요?
김상진 감독의 영화는 [주유소 습격사건]을 기점으로 그 영화적인 재미가 점차 감소되어왔습니다. 그마나 [신라의 달밤]은 조폭 코미디라는 시대의 주류에 편승하여 꽤 성공적인 흥행 기록을 작성했지만, 차승원, 설경구, 송윤아라는 드림팀을 만들었던 [광복절 특사]는 확실히 [주유소 습격사건]과 비교해서 영화적 재미가 많이 떨어진 기미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갑작스런 죄수 폭동과 정치인들의 자기 죄 고백이라는 어이없는 장면이 크게 한몫했었습니다.
그런데 [귀신이 산다]가 그 전철을 밟습니다. 죄수 폭동이 귀신 폭동으로 바뀌었을뿐 [광복절 특사]의 어이없는 부분을 고스란히 따라합니다. 아마도 김상진 감독은 [광복절 특사]를 꽤 성공적인 영화로 자평하나 봅니다. 물론 [광복절 특사]를 재미있게 본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겐 정말 어이없는 영화였기에 [귀신이 산다]의 후반부가 마치 [광복절 특사]처럼 흘러가자 그나마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영화적 재미가 송두리째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김상진 감독의 코미디적 감각이 분명 다한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렇지않고서야 이렇게 철저하게 실망스러운 영화를 만들수 없습니다. 이젠 김상진 감독에게 코미디의 달인이라는 말은 빼야할 것 같군요. [광복절 특사]때만 하더라도 한번의 실수겠지라며 설마설마했는데 [귀신이 산다]로 치명적인 한방을 날려버리는 군요.
김상진 감독님, 차라리 다음번엔 제대로된 사회 드라마 한편 만드시죠. 괜히 코미디 영화에 편승된 어정쩡한 사회 비판을 하지 말고 기왕하실거라면 제대로 해보시는 것이 어떠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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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우스
아..저도 일하면서 슬쩍 보면서 원맨쇼구나 하는 생각은 했었답니다..
초반타이틀도.. 공포영화인것처럼... 잡아놓았는데.. 뭔가 안어울리더군요..-_-;;; 요즘들어 나오는영화중에 조폭이 (혹은 비슷한 것들) 안들어간 영화가 없네요. 꼭 그들을 넣어야 액션씬이 허락되는건 아닐텐데요..^^;; (가족도 그것땜에 짜증이 나더군요..-_-;;;)
우선 감사용부터 보고 나~중에 봐야겠네요 ^^;
즐거운 하루되세욥 ^^
 2004/09/21   
쭈니 일하면서 영화를... 정말 꿈과 같은 일이군요.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  2004/09/21   
오기우스
헉..^^;; 문제는 제대로 본 영화가 하나도 없답니다..ㅠ_ㅠ
(일하면서 중요부분보고 나면.. 다시보기 싫어지더군요..ㅠ_ㅠ)아 슬쩍 본다는건요 ^^;; 지나다니면서 1~2분정도 서서 보는거랍니다..^^;; 그게 모이면..영화한편이 뚝딱..;;; 쿨럭....;;;
그럼 전 출근하러갑니다 ^^ 즐거운 오후보네세요 ^^
 2004/09/22   
쭈니 아~ 그렇군요. 그렇담 부러움 취소... ^^
정말 그렇겠군요. 그러게 부분부분보다보면 다시 보기 싫어지죠.
암튼 출근잘하세요.
 200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