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4년 영화이야기

[빌리지] - 사랑은 반전보다 위대하다.

쭈니-1 2009. 12. 8. 17:08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주연 :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와킨 피닉스, 애드리안 브로디, 월리엄 허트, 시고니 위버
개봉 : 2004년 9월 24일
관람 : 2004년 10월 2일


[빌리지]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입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빌리지]는 많은 것을 이미 획득해놓고 시작합니다. 반전 영화의 교과서적인 영화가 되어버린 [식스센스]를 만든 샤말란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빌리지]를 관객의 기대를 한몸에 받기에 충분합니다. 과연 또 어떤 멋진 반전이 펼쳐질 것인가? 이러한 관객들의 기대는 [빌리지]를 선택하는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한 이유로 [빌리지]는 미국에서 개봉당시 5천만달러 이상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흥행을 좌지우지할만한 스타급 연기자가 출연하지 않은 영화가 첫주에 5천만달러라는 엄청난 흥행수입을 차지한 것은 그만큼 미국의 관객들이 샤말란 감독의 이름에 기대를 걸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빌리지]는 샤말란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때문에 많은 것을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샤말란 감독의 영화라는 것은 [빌리지]가 넘어야할 산이 바로 [식스센스]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빌리지]를 선택한 관객들은 대부분 이 영화가 [식스센스]를 넘어서는 엄청난 반전을 준비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고 막상 이 영화의 반전이 별것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땐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의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를 떠나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한 이유로 [빌리지]는 2주차엔 무려 60% 이상의 흥행 하락세를 보이며 1천6백만달러를 기록, 1위 자리를 톰 크루즈라는 톱스타를 기용한 [콜래트럴]에게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이렇듯 [빌리지]는 [식스센스]로 인해 수혜를 받은 영화임과 동시에 피해를 받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식스센스]이후 샤말란 감독은 [언브레이크커블]과 [싸인]으로 반전과는 조금 거리가 먼 영화들을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의 관심이 반전에만 쏠려있음을 확인하고 [빌리지]에선 아예 반전을 염두에두고 영화를 만든듯 싶습니다. 하지만 [식스센스]에 의해서 높아질대로 높아진 관객들의 반전에 대한 감각을 [빌리지]는 채워주기엔 분명 역부족인듯 보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만으로 [빌리지]를 낮게 평가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반전이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기때문입니다.


 



[빌리지]는 세상과 철저하게 단절된채 살아가던 한 시골 마을이 배경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둘러싼 숲에 괴물이 살아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는 숲을 침범하면 괴물들로부터 끔찍한 습격을 받을 것이라고 두려워 합니다. 그렇게 그 마을은 숲속의 괴물과 공존하며 이슬아슬한 평화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루시우스 헌트(와킨 피닉스)와 아이비 워커(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사랑이 시작되며 평화는 깨질 조짐이 보입니다. 아이비를 남몰래 사랑하던 노아 퍼시(애드리안 브로디)는 질투에 눈이 멀어 루시우스를 칼로 찌르고 아이비는 루시우스의 약을 구하기위해 숲을 건너 이웃 마을로 떠날것을 선언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과연 괴물의 존재가 무엇일까하는 생각에 온통 휩싸여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모두들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괴물의 존재에 이 영화의 반전이 숨어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온통 관심을 괴물에게 쏟아붓는 거죠. 하지만 이 영화의 키포인트는 괴물의 존재가 아닙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두려움조차 막을 수 없었던 루시우스를 향한 아이비의 사랑. 괴물의 존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아이비의 사랑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빌리지]의 진정한 재미가 펼쳐지는 겁니다.
놀랍게도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화두는 샤말란 감독의 4편의 영화중에서 처음 제시되는 겁니다. 영화에선 그토록 흔하디 흔한 것이 남녀간의 사랑인데 4편의 영화를 만드는 동안 샤말란 감독은 이제서야 사랑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겁니다. 아마도 그것은 사랑이야말로 반전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언브레이커블]에서 관객들이 열광하는 코믹스의 초인적인 주인공을 샤말란식으로 재해석하고, [싸인]에서는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SF영화의 소재인 외계 생명체를 [식스센스]식의 보이지 않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이용했던 샤말란 감독은 그러나 [식스센스]의 완벽한 반전을 원하는 관객들에 의해 번번히 실패작 판정을 받고 말았습니다. 코믹스의 영웅도, 무시무시한 외계 생명체도 반전의 산을 넘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영화의 가장 오랜 소재인 사랑밖에 남지 않은 셈이죠. 아마도 샤말란 감독도 그것을 깨달은 것은 아닐지...


 



깊은 상처를 입은 루시우스를 살릴 길은 이웃 마을로가서 약을 구하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이웃 마을로 가기위해선 괴물이 사는 숲을 건너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비는 사랑과 두려움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선택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두려움을 넘어서겠다고...
사실 저는 아이비가 사랑을 선택하는 그 순간부터 반전에 대한 집착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이비가 실체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을 이기고 사랑을 구하기 위해 공포의 공간인 숲에 발을 들여놓은 그 순간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습니다. 아이비는 진정한 사랑을 위해 오랜 시간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던 공포와 싸워야 했던 겁니다. 그렇기에 공포의 실체가 밝혀지는 영화의 종반에도 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쥐어잡으며 아이비를 응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진정한 공포는 괴물따위가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그 막연한 공포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반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언브레이커블]과 [싸인]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반전이 그리 크게 중요하게 작용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빌리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샤말란 감독은 분명 영화의 그 모든것을 한꺼번에 뒤집는 엄청난 반전을 영화의 마지막에 숨겨놓았습니다. 하지만 반전만 놓고본다면 이 영화는 [식스센스]에 한참이나 못미치는 영화입니다. 한마디로 [빌리지]에서도 샤말란 감독은 [식스센스]를 넘어서는데 실패한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반전이 단지 아이비의 사랑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 영화는 영화적인 재미를 충분히 느낄수있는 영화임에 분명합니다. [식스센스]라는 영화가 없었다면, 아니 [식스센스]가 샤말란 감독의 영화가 아니었다면, 분명 [빌리지]는 지금보다 휠씬 높은 관객의 점수를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하나입니다. 관객들도 이제 그만 [식스센스]를 잊고 샤말란 감독에게서 [식스센스]라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산을 그의 앞에서 치울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언제까지 [식스센스]만을 기억하며 샤말란 감독의 모든 영화를 [식스센스]에 맞춰진 잣대에 따라 실망을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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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처음에는 무지하게 지루한 영화 하지만 마지막 반전이 그 지루함을 지워준다.물론 위의 평대로 식스센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디아더스보다 더한 반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함-_-
 2004/12/08   
쭈니 오호~ [디아더스]보다 더한 반전이라면 꽤 엄청난 호평이군요. 전 개인적으로 [디아더스]를 꽤 재미있게 봐서... 전 이 영화, 반전보다는 영화적인 상황이 더욱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반전에 대해서는 조금 까다로운 편이거든요. ^^  200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