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레니 할린
주연 : 지나 데이비스, 매튜 모딘
* 해설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대가를 꼽으라면 [로보캅], [토탈리콜], [원초적 본능], 최근엔 [쇼걸]로 실패를 맛본 폴 베호벤 감독과 [다이하드], [붉은 10월호] 등의 존 맥티어난 감독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니 할린 감독이다.
레니 할린이 액션영화의 대가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라이벌인 존 맥티어난 감독이다. 존 맥티어난 감독은 [다이하드]의 속편 제의를 줄기차게 받았으나 각본이 맘에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고, 그 행운은 [나이트 메어]에서 레니 할린 감독의 재능을 인정한 제작자 조엘 실버의 추천으로 레니 할린에게 돌아갔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이하드 2]로 박스오피스를 강타, 전편을 능가하는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 [다이하드 3]는 다시 존 맥티어난이 메가폰을 잡아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듯 하다.
암튼 레니 할린 감독은 [다이하드 2]의 성공 후에도 감독에게 가장 비협조적인 배우로 악명높은 실베스타 스탤론을 기용 [클리프 행어]를 만들어 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만 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국내에 레니 할린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컷스로트 아일랜드]는 레니 할린이 [클리프 행어] 이후에 2년을 투자하여 만든 액션 대작이다. 그는 이번엔 무대를 바다로 옮겼으며 제작비 1억2천만 달러를 투입했다. 특히 이번 영화는 93년 결혼한 지나 데이비스와의 첫 합작품이라는데에 의의가 있다.
[델마와 루이스]로 할리우드의 스타가 된 지나 데이비스는 액션배우로는 거리가 먼 배우이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인 레니 할린의 제의를 받아들였고 연기 변신과 영화 촬영지인 몰타와 카리브에서의 뒤늦은 허니문등 일석이조(?)의 기쁨을 맛보았다.
* 줄거리
1668년 카리브해. 악명 높은 여해적 모건 아담스(지나 데이비스)는 아버지인 해리가 컷스로트 아일랜드로 가는 보물 지도로 인해 이복 동생인 악명높은 해적 선장 독 브라운에게 살해당하자 복수를 결심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머리가죽에 쓰여 있는 지도를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얻게 되고 '보물과 복수'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로 한다.
보물 지도는 모두 3장으로 나눠있는데 한장은 독 브라운에게 그리고 또 마지막 한장은 삼촌인 모데카이에게 있다. 모건은 아버지가 물려준 유일한 재산인 보물 지도의 내용을 해독하기 위해 노예로 팔려나온 매력적인 사기꾼 월리엄 쇼(매튜 모딘)를 사들인다.
노예 시장에서의 해군 제독의 귀찮은 추격을 따돌린 모건은 마지막 지도를 얻기위해 모데카이를 찾아가지만 독 브라운의 습격을 받는다. 아수라장 속에 월리엄 쇼는 마지막 보물 지도를 얻게 되고 자신이 보물을 찾으려는 계략을 세운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모건에 의해 지도도 빼앗기고 갇히는 신세가 된다.
한편 독 브라운과 현상금을 타려는 해군 제독의 끈질긴 추적은 계속되고 모건의 배 모닝스타호에선 반란이 일어난다. 결국 모건과 그녀의 충실한 심복들은 배에서 쫓겨나고 폭풍우에 휩싸여 운좋게 컷스로트 아일랜드에 도착한다.
그러나 해군 제독과 모닝스타호의 반란자들과 손잡은 독 브라운도 컷스로트 아일랜드에 도착한다. 이제 마지막 독 브라운의 지도를 해석해야만 보물을 찾을 수 있다. 그 와중에 윌리엄 쇼는 독 브라운의 지도를 훔쳐내고 모건과 보물을 찾으러 나선다.
드디어 보물을 찾지만 어느새 그들은 독 브라운에게 포위된 상태. 게다가 윌리엄 쇼는 붙잡혀 처형당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모건은 모닝스타호를 습격, 배를 되찾고 독 브라운의 해적선과 정면 대결을 벌인다.
결국 모건의 재치로 독 브라운과 그의 해적선은 바다에 가라앉고 모건은 보물을 되찾는다. 그리고 모건과 윌리엄 쇼의 로맨스는 시작된다.
* 감상평
바다 위에서 벌여지는 할리우드식의 액션 어드벤처. 끊임없이 펼쳐지는 이 엄청난 액션씬에 관객들은 정신을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영화를 들여다보면 [다이하드 2], [클리프 행어] 등에서 보여주었던 빈틈없는 스토리 전개는 좀 느슨해 보인다. 특히 마지막 독 브라운과의 대결 장면은 좀 억지가 섞여 있다. 나무통 하나로 그 어마어마한 보물들을 건지는 장면 또한 웬 억지!!!
하지만 신경쓸 필요는 없다. 물론 빈틈없이 전개되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아닌들 또 어떠하리. 그것이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장점 아니던가?
1996년 5월 3일
VIDEO
2012년 오늘의 이야기
한동안 할리우드는 바다를 소재로한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징크스를 안고 있었습니다. [컷스로트 아일랜드]는 1억 달러에 육박하는 제작비를 투여했지만(제 글에서는 1억 2천만 달러라고 했지만 박스오피스 모조 자료를 보니 제작비가 9천8백만 달러로 나와 있네요.) 이 영화가 미국에서 벌여들인 돈은 고작 1천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제작사인 MGM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재앙과도 같은 영화였을 듯.
바다를 소재로한 재앙 블록버스터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워터월드]가 1억7천5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미국에서만 9천5백만 달러를 벌여들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재앙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대강 감이 잡히실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영화가 모두 95년도 작품이라는 사실입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97년 [타이타닉]을 통해 그러한 징크스를 깨지 않았다면 어쩌면 우린 [캐리비안의 해적]를 볼 수 없었을지도.... 재미있는 것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 역시 해양 블록버스터의 재앙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어비스]입니다. 영화의 작품성과는 별도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유일한 흥행 실패작입니다.
사실 저는 [컷스로트 아일랜드]를 꽤 재미있게 본 셈입니다. 지금 줄거리를 다시 읽어보니 [캐리비안의 해적]과 비슷하기도 한 이 영화는 레니 할린 감독의 액션영화에 대한 재능이 십분 발휘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레니 할린 감독은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실패이후 하향세를 걸었는데 [롱 키스 굿바이], [딥 블루 씨], [드리븐] 등의 영화가 잇달아 만족할만한 흥행 성적을 내지 못하며 요즘은 그의 신작을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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