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신동헌
더빙 : 김민종, 채시라, 신현준, 윤석화, 노영심
* 해설
95년은 유난히도 우리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많이 선보인 해였다. 80년대 [철수와 미미의 청춘 스케치]로 젊은 감독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이규형 감독이 젊은이들의 인기 스포츠 농구를 소재로한 [헝그리 베스트 5]를 비롯하여,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성인 세대를 만화방을 끌어 모았던 만화가 이현세가 감독으로 나선 [아마게돈], 그리고 신동우 화백 원작의 [홍길동] 등.
그 중 [돌아온 영웅 홍길동]은 우리의 고전적 캐릭터인 홍길동 이야기를 기본 줄거리로 하여 최근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모은 [드래곤 볼] 식의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연출자문으로 [드래곤 볼]의 원작자인 야마우치 시게야수가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젊은 층의 관심을 끈 목소리 주연으로 최고의 청춘 스타들이 대거 참여하여 관심을 끌었는데 인기 탤런트 김민종, 채시라, 영화배우 신현준, 연극배우 윤석화, 가수 노영심 등 각 부문의 스타들이 영화의 재미를 높였다.
* 줄거리
때는 조선 시대. 집에서 쫓겨나 길을 헤매던 길동(김민종)은 장터에서 차돌바위(윤석화)라는 소년을 만난다. 차돌바위는 양반에게 부모를 잃고서 백운도사를 찾아 금강산으로 가던 중이었다. 길동 또한 탐관오리들에게 고생하는 조선의 백성들을 보며 차돌바위와 함께 백운 도사를 찾아가기로 한다.
한편 조선의 선한 기를 없애고 사악한 기를 모아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심을 가진 골반 도사는 수제자 호피(신현준)와 뱀사나이, 사자가면, 익룡가면 등을 시켜 조선에 사는 맑은 영혼의 소유자 8스님을 차례로 없앤다.
차돌바위와 함께 백운 도사를 찾아가던 도중 길동은 곱단이(채시라)라는 아름다운 처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는 길동에게 3명의 맑은 영혼의 소유자가 힘을 합쳐야만 조선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그 3명의 맑은 영혼의 소유자는 길동과 곱단. 그러나 3번째 맑은 영혼의 소유자는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
길동, 곱단, 차돌바위는 드디어 백운 도사를 찾게 되고 길동은 백운 도사의 선한 기를 전수 받는다. 백운 도사는 자신의 제자 돌순이(노영심)에게 길동을 도와 골반 도사를 없애라는 유언을 남긴 채 사라지고 이들 4명은 골반 도사의 소굴로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돌순이는 사자가면과 차돌바위와 곱단이는 익룡가면과 혈투를 벌이게 되고, 뱀사나이를 없앤 길동은 호피와 운명적인 결투를 벌이게 된다. 그러나 결투를 벌일수록 길동과 호피는 서로에게 무언가 통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사실 호피는 3명의 맑은 영혼 중 마지막 영혼의 소유자. 이들의 예언을 알았던 골반 도사가 어린 호피를 자신의 제자로 삼아 사악한 기로 물들이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호피는 길동을 통해 맑은 영혼을 되찾고 사자가면과 익룡가면을 겨우 물리친 돌순이, 차돌바위, 곱단이는 최고의 적 골반 도사를 맞이하게 된다.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던 이들은 길동에게 자신의 기를 전해줌으로서 힘을 한데 모르고 길동은 드디어 골반 도사를 무찌르지만 호피는 희생되고 만다.
* 감상평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다. [드래곤 볼] 식의 영상은 이 영화의 재미를 충분히 살려 주었고 고전적 캐릭터인 홍길동의 활용은 한국적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특히 전문 성우가 아닌 연예인들로 구성된 목소리 주연팀은 우려되었으나 의외로 잘해주었고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하얀 천일수록 다른 색에 물들기 쉽다. 그러나 그건 천의 질이 나빠서가 아니다. 오히려 천을 불들인 세상의 잘못이다.'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한 이 대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직 일본 애니메이션 기술진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한국적 캐릭터, 재미, 교훈을 골고루 전해준 수작이다.
1996년 4월 24일
VIDEO
2012년 오늘의 이야기
이 글에서 소개했듯이 90년대 중반은 극장용 한국 애니메이션의 중흥기를 이끌었습니다. 94년 11월에 개봉한 우리나라 최초의 성인용 애니메이션 [블루 시걸], 95년 12월에 개봉한 [헝그리 베스트 5]와 [돌아온 영웅 홍길동], 96년 1월에 개봉한 [아마게돈] 그리고 96년 7월에 개봉한 [아기 공룡 둘리 : 얼음별 대소동]까지... 하지만 정작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기 공룡 둘리 : 얼음별 대소동]뿐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94~96년에 반짝 한 후에 다시 기나긴 암흑기에 접어들고 맙니다.
[돌아온 영웅 홍길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홍길동]의 신동헌 감독이 [호피와 차돌바위] 이후 무려 30여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입니다. 원작은 만화가이자 신동헌 감독의 동생인 신동우 화백이 1965년 6월 25일부터 1969년까지 '소년조선일보'에 연재한 [풍운아 홍길동]입니다.
단 아쉬운 것은 [돌아온 영웅 홍길동]을 만들기 위해 일본 제작진의 힘을 빌렸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90년대 중반에는 한국 영화계의 힘만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여력이 없었던 것이죠. 그래도 90년대 중반에 나왔던 극장용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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