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결정적 한방] - 이따위로 한방을 날려서 뭘 어쩌려고?

쭈니-1 2012. 1. 17. 10:36

 

 

감독 : 박중구

주연 : 유동근, 윤진서, 김정훈, 오광록, 차화연

 

 

정치 드라마의 미개척지 대한민국 영화계

 

우리 영화계에서 아직 한참 부족한 장르는 바로 정치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에 압력이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들이 정치에 별 관심이 없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정치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본에서의 납치 실화를 다룬 정치 드라마 [케이티]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 영화라는 것이 좋은 예일 것입니다.

제 기억으로 괜찮게 봤던 정치 드라마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라는 강우석 감독의 스릴러 영화뿐입니다. 그 외에도 [피아노 치는 대통령],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에서 대통령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정치 드라마보다는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결정적 한방]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 코미디를 표방하고 나섭니다. 청렴결백한 괴짜 장관 한국(유동근)을 주축으로 그의 가족사와 부패한 정치인 여당 최고의원 근석(오광록)과의 한판 승부를 그린 이 영화는 우리 정치계를 풍자하면서 웃음과 감동까지도 움켜쥐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힙니다.

 

정치 코미디? 그래서 웃겼는가?

 

시도는 일단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정치 이야기를 하지 못할 바에야 관객들이 좋아하는 가벼운 코미디로 포장하겠다는 전략은 처음부터 진지한 정치 드라마로 밀어 부쳤다가 실패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정치 코미디라고는 하지만 넓게 보면 코미디 장르의 영화인데 [결정적 한방]이 전혀 웃기지 않다는 점입니다. 영화를 보며 도대체 어디에서 웃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더군요.

분명 민생 현장을 가장 중요시하는 괴짜 장관 한국은 웃길 수 있는 캐릭터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웃기는 괴짜 장관이라는 임무보다는 청렴결백한 정치인이라는 임무가 더욱 중요하다보니 한국을 이용한 코미디 장치는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날라리 보좌관 하영(윤진서)인데 그녀는 공무원은 6시 칼퇴근을 해야한다는 신념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저는 윤진서라는 배우가 이렇게 연기를 못하는 배우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어쩜 모든 연기가 그렇게도 어색하던지... 그녀의 어색한 연기는 웃음은 커녕 헛웃음도 지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코미디는 어영부영 넘어가버렸습니다.

 

한국보다는 수현에게 한 표

 

그래도 그나마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은 언더그라운드 가수인 한국의 아들 수현(김정훈)의 이야기가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싶었지만 언제나 유명 정치인인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져야 했던 수현은 그렇게 혼자 외톨이가 되어 갑니다. 하지만 한국의 덕을 보려는 이들은 끊임없이 그에게 마수의 손길을 뻗치고 급기야는 연예 기획사의 음모로 수현은 함정에 빠져 버립니다.

장자연 사건을 연상시키는 연예기획사의 음모와 가수 지망생의 자살, 그로인한 수현의 상처와 한국의 위기는 어정쩡한 코미디보다, 소심한 정치 이야기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이 한방이 그 한방이더냐?

 

정치 코미디로서의 재미는 초반부터 이미 물건너 갔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수현의 이야기로 중반까지 영화가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결정적 한방 뿐입니다. 한국과 수현을 위기에 빠뜨린 연예 기획사와 근석에게 시원하게 한방을 선사한다면 나름 이 영화도 만족스럽게 끝맺음 할 수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결정적 한방을 보며 어이가 없어서 웃을 수도 없더군요. 연예기획사는 가수 지망생의 자살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짧막한 뉴스 한 장면과 함께 사라져버리고(우리는 장자연 사건을 통해 그 검찰 조사라는 것이 허울좋은 빈껍데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부패 정치인 근석에게는 한국의 따끔한 주먹만이 전부입니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정치계가 폭력으로 일그러졌다고 하지만 청렴결백한 이상적인 정치인 한국이라는 캐릭터를 제시하고는 이따위 폭력적 한방으로 영화를 끝맺음하는 것은 또 무슨 경우인지... 현실 정치를 풍자하려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관객에게 속시원한 한방도 안겨주지 못한 이 영화의 '결정적 한방'은 그저 정치 이야기에 소심한(혹은 무관심한) 박중구 감독의 어이없는 선택일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