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도망자] - 의외로 깔끔한 액션 스릴러

쭈니-1 2012. 1. 27. 11:45

 

 

감독 : 에릭 발렛

주연 : 알버트 듀퐁텔, 앨리스 태글리오니, 스테판 드박

 

 

프랑스 액션영화에 대한 편견

 

처음 영화를 좋아했던 10대 시절 제겐 프랑스 영화라면 무조건 어렵고, 지루한 영화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뤽 베송 감독이 등장하고 [니키타], [레옹], [제5원소] 등을 국내에 소개되면서 제 인식은 달라졌습니다. "아! 프랑스 영화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구나."

이후 뤽 베송은 감독보다는 제작자로 더욱 활발하게 활약을 하며 프랑스 영화의 재미를 이끌 새로운 감독들을 많이 발굴했습니다. [택시], [와사비]의 제라르 크라브지크, [13구역], [테이큰], [프롬파리 위드러브]의 피에르 모렐, [트랜스포터 : 라스트 미션], [콜롬비아나]의 올리비에 메가톤 등 뤽 베송이 발굴한 감독들은 프랑스와 미국을 넘나들며 액션영화의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액션영화가 뤽 베송에게 좌지우지되다보니 또다시 새로운 편견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프랑스 액션영화는 모두 뤽 베송이 제작을 맡았을 것 같고, 뤽 베송이 제작을 맡은 대신 스타일이 엇비슷할 것만 같은 편견말입니다.

 

[도망자]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다.

 

그런 제게 [도망자]는 영화를 보기 전부터 편견으로 보기가 꺼려지는 영화였습니다. 일단 제목과 포스터부터가 해리슨 포드 주연의 할리우드 히트작 [도망자]를 연상시켰고, 이 영화가 프랑스 액션영화라는 사실을 알고난 다음부터는 뤽 베송 스타일의 뻔한 프랑스식 액션영화라고 영화를 보기 전부터 단정지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새로운 흥미가 생겼습니다. 우선 [도망자]라는 제목은 영화의 국내 수입사에서 지 멋대로 지은 제목이니 이 영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며, 제작자도 당연히 뤽 베송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영화는 뤅 베송 사단과는 별 상관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영화를 보기 전부터 생긴 쓸데 없는 편견이 깨어진 이후부터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과연 뤽 베송과 상관이 없는 프랑스 액션영화는 어떨까?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스타일과 비슷했던 뤽 베송 스타일과는 다른 모습일까? 이러한 호기심은 영화의 관람으로 이어졌습니다.

 

초반... 실망감이 밀려온다.

 

[도망자]는 주인공 프랭크 아드리엔(알버트 듀퐁텔)이 은행강도를 저질러 감옥에 갇혀 있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아드리엔의 은행 강도 장면이 짧게라도 보여질줄 알았는데 이 영화는 그러한 장면들을 아예 생략해 버립니다.

그러한 생략은 영화의 러닝타임과 제작비를 줄였을지 모르지만 영화의 초반 긴장감 형성 실패라는 부작용을 불러 일으킵니다. 가족을 위해 은행 강도짓을 했다는 아드리엔의 가족애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고, 그가 감춰둔 돈에 대한 행방과 그에 따른 동료들과의 대치 등도 뜬금없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감옥의 간수들과 다른 죄수들이 왜 아드리엔과 같은 방을 쓰는 모렐(스테판 드박)을 폭행하려 하는지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채 [도망자]는 꽤 많은 부분을 관객의 상상력에 맡깁니다.

아드리엔의 은행 강도 범행과 그가 숨겨둔 , 그리고 그에 따른 동료들과의 반목은 아드리엔이 출소를 앞둔 모렐에게 자신의 가족을 부탁하게 되는 동기가 되는 만큼 이 영화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도망자]는 바로 그러한 부분들을 애써 생략해버립니다. 그러한 이 영화의 선택은 초반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영화의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조금씩 이해가 되더군요.

 

중반... 아드리엔이 탈옥을 하며 영화는 달리기 시작한다.

 

초반이 실망스러웠다면 아드리엔이 탈옥을 한 이후인 중반부터는 영화가 점점 재미있어집니다. 연쇄 살인자의 손에 자신의 가족이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게된 아드리엔은 탈옥 후 필사적으로 경찰의 추격을 피해 모렐의 행방을 뒤쫓고, 모렐은 나름대로 자신의 범행을 아드리엔에게 뒤집어 씌우며 치밀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한 가운데 이들을 둘러싼 새로운 캐릭터들이 속속 등장합니다. 여성이지만 프랑스 제일의 유능한 경찰 클레어 린네(앨리스 태글리오니)와 전직 경찰이며 직감적으로 모렐이 연쇄살인범임을 눈치채고 그를 뒤쫓는 마누엘 카레자(세르지 로페즈), 그리고 마지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과거 피해자의 할아버지까지...

새로운 캐릭터들이 계속 등장하고, 상황은 점차 꼬여가면서 [도망자]는 스릴러영화로서의 재미와 아드리엔의 온몸 액션으로 액션 영화로서의 재미까지 완성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왜 초반에 그토록 무리하게 아드리엔의 은행 강도 장면을 생략해야했는지 그 당위성을 설명합니다. 아드리엔이 숨겨둔 돈, 동료 강도들과의 갈등 등은 아드리엔의 탈옥 이후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의외로 깔끔한 액션 스릴러

 

프랑스 액션영화에 대한 편견으로 시작해서 초반의 실망감을 극복하고 중반이후부터 프랑스 액션영화의 새로운 재미를 안겨준 이 영화는 분명 초호화 캐스팅과 천문학적인 돈, 화려한 특수효과를 앞세운 할리우드 액션 영화와는 다른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드리엔이 처한 상황, 다양한 캐릭터와 그들이 사건에 개입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스토리 라인의 흥미진진함 등. 분명 [도망자]는 제게 의외로 깔끔한 액션 스릴러 영화의 재미를 안겨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