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드라이브] - 서서히 속도를 높여 극한의 질주를 선사하는.

쭈니-1 2012. 2. 1. 12:30

 

 

감독 : 니콜라스 빈딩 레픈

주연 : 라이언 고슬링, 캐리 멀리건, 브라이언 크랜스턴, 앨버트 브룩스, 론 펄먼

 

 

[오직 그대만]에 이은 태국 후아힌영화제 특집

 

태국 후아힌영화제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오직 그대만]의 한효주 연기를 극찬했다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오직 그대만]을 봤던 저는, 다음날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 [드라이브]를 봤습니다. 이로서 태국 후아힌영화제 특집이 완료된 셈입니다.(저 혼자만 특집입니다. ^^)

작년 11월 개봉 당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영화의 내용과 포스터가 B급 액션영화처럼 보여서 제 관심을 사지 못했던 [드라이브].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일반 액션영화와는 다른 뭔가 끈적끈적한 매력이 있는 영화더군요.

 

차량 추격씬이 이렇게 조용할 수 있어?

 

[드라이브]는 드라이브만이 인생의 전부인 한 남자(라이언 고슬링)가 2인조 강도단을 차에 태우며 시작합니다. 곧이어 경찰의 추격이 벌어지고 그는 현란한 운전 솜씨로 경찰의 추격을 멋지게 따돌립니다.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무슨 현란한 액션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테지만 실제 영화의 분위기는 그와는 전혀 딴판입니다. 무슨 차량 추격씬을 이렇게 조용히, 그리고 이렇게 담담하게 찍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영화의 오프닝씬은 차량 추격씬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그것과 180도로 다릅니다.

그러한 오프닝씬은 니콜라스 빈딩 레픈 감독의 선언과도 같습니다. 그는 조용한 차량 추격씬을 담은 오프닝을 통해 [드라이브]의 영화적 성격을 정확하게 관객에게 인지시킵니다. 그러한 오프닝 이후에도 [드라이브]는 전형적인 액션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표현하는 영상은 담담하고 조용한 편입니다.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키다.

 

액션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브]의 초반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지루합니다. 주인공인 드라이버는 거의 표정 없는 얼굴로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러한 드라이버에게 관객이 감정을 이입할만한 여지를 전혀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초반은 상당히 무미건조합니다.

그러던 것이 드라이버가 아이린(캐리 멀리건)을 만나고 그녀와 그녀의 어린 아들과 가까워지며 분위기는 점점 고조됩니다. 드라이버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러한 드라이버의 변화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기 이전의 불안한 고요처럼 느껴집니다. 

 

드라이버의 폭발

 

후반부가 되면 초반에 그렇게 무미건조했던 영화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됩니다. 자신의 위기에 빠뜨리고 아이린의 남편을 죽음에 몰아넣은 이를

 망치 하나 들고 찾아가는 장면에서의 숨막히는 긴장감. 드라이버를 해치기 위해 그의 아파트에 온 킬러와 드라이버의 엘리베이터씬은 그러한 고조된 분위기를 최절정으로 끌어 올립니다. 결국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자제시켰던 드라이버는 마음 속 깊이 내제된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이린 앞에서 감정의 폭주를 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아이린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한번 폭주하게된 드라이버의 감정은 아이린이 떠났어도 조절되지 않습니다. 이후 영화는 그 어떤 액션 영화보다도 긴장된 장면이 연속으로 터져나옵니다. 마지막 장면에 가서는 폭주가 끝난 이후의 기관차의 기적소리처럼 모든 일을 마무리한 드라이버의 가쁜 숨소리가 영화를 보는 제게도 생생하게 전해졌습니다.

 

배우들의 재발견

 

사실 라이언 고슬링이라는 배우를 잘 모릅니다. 그를 스타덤에 올린 [노트북]은 보지 못했고, 그 이후의 영화들 역시 국내 미개봉작이 대부분이었어서 그의 연기를 볼 기회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드라이버]를 보니 충분히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배우더군요. 그러한 무표정으로 극한의 감정을 발산할줄 아는 배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캐리 멀리건은 [언 애듀캐이션]때부터 참 매력있는 배우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드라이브]를 보니 그 매력이 이제 절정에 달한 듯이 보입니다. 그녀의 차기작을 보니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와 에단 코엔 감독의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가 있네요. 어서 이들 영화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이 영화로 다수의 비평가협회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앨버트 브룩스의 연기도 좋았고, 오랜만에 보는 론 펄먼의 묵직한 연기도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