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오직 그대만] - 신파도 그들이 만들면 명품이 된다.

쭈니-1 2012. 1. 31. 09:33

 

 

감독 : 송일곤

주연 : 소지섭, 한효주

 

 

라이언 고슬링이 [오직 그대만]에 대한 잊었던 관심을 깨웠다.

 

기대작이었지만 극장에서 놓친 이후 제 관심에서 지워지는 영화들이 가끔 있습니다. 매주 기대작들이 개봉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대작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데다가, 영화계의 2차 판권 시장이 붕괴함으로서 극장에서 놓친 영화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오직 그대만]이 그러한 경우인데 2012년 10월 개봉 당시만 하더라도 [완득이]와 더불어 기대작이었지만 예상 외로 [완득이]에게 흥행 참패를 당하며 쓸쓸히 개봉관에서 사라져야 했던 비운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제게 잊혀졌던 [오직 그대만]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깨워준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태국 후아힌 영화제에 출품된 [오직 그대만]을 본 할리우드 스타 라이언 고슬링이 한효주의 연기를 극찬했다는 인터넷 기사였습니다.

무심코 그 기사를 읽던 저는 기사에 언급된 한효주 주연의 영화인 [오직 그대만]과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드라이브]를 제가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결국 먼저 [오직 그대만] 관람으로 이어진 것이죠.

 

전형적인 신파... 처음엔 짜증이 났다.

 

하지만 감정이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화를 극장이 아닌 집에서 본다는 것은 아무래도 영화 자체에겐 불리한 일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오직 그대만]을 극장에서 봤다면 철민(소지섭)과 정화(한효주)의 사랑 이야기에 푹 빠졌겠지만 극장이 아닌 집에서 보다보니 초반 그들의 사랑이 너무 뻔하고 공감도 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캐릭터 자체가 제겐 그리 호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는데, 이유없이 발랄한 정화와 심각하게 과묵한 철민이라는 상반된 캐릭터는 철민에게 거리낌없이 다가서는 정화의 행동에 이해가 되지 않았고, 괜히 무게잡는 철민의 행동에 짜증이 났습니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정화와 철민이 콘서트 장에서의 첫 데이트를 끝내고 고기집에서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장면입니다. 역시나 정화는 철민의 과거를 캐묻고, 영화 초반부터 '나 과거에 상처있는 남자야!'를 얼굴 표정 전체로 외쳤던 철민은 정화에게 상처를 입힙니다. 그 장면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정화의 모습도, 화난 철민의 모습도, 영화를 보면서 제게 한숨만 자아내게 했습니다. 그것은 아직 제대로 영글지 못한 소지섭과 한효주, 두 젊은 배우의 연기력 탓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후반이 될수록 난 그들의 사랑에 빠져 있더라.

 

철민과 정화의 과거 관계의 비밀이 벗겨지고, 철민은 정화의 눈을 되찾아 주기 위해 위험한 경기를 자청합니다. 이쯤되며 '내가 졌소!'라며 저는 두손, 두발 전부 들어야 했습니다. 이건 뭐 신파를 위해 짜맞췄다고 해도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의 설정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영화 속에 빠져 들었고, 마음 속으로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후반부가 되면 엇갈린 그들의 운명에 가슴 아파하며 두 눈에 어느새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습니다.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요?

영화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웠지만 영화에 대한 잔상이 계속 남아서 오랜만에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너무나도 뻔한 신파에 불과했던 이 영화의 어떠한 부분에 제가 그토록 빠져버린 것인지 아직도 속 시원한 해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배우들의 매력? 멋진 화면?

 

그래도 몇 가지 이유를 유추해보면 가장 유력한 이유로는 소지섭과 한효주라는 배우의 매력을 들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분명 그들의 연기력이 놀랍거나 잘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라이언 고슬링은 한효주의 맹인 연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저는 '나쁘지 않다' 정도의 평범한 느낌만 받았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한효주의 화사한 미소에 어느새 중독되었나봅니다. 정화가 두 눈을 뜨고 일상 생활을 하는 장면을 보며 마치 철민이 그러했을 듯이 저 역시 기뻤습니다. 그녀가 철민을 알아보지 못하고 거리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장면에서 너무 안타까워 그녀를 철민에게로 데려가고 싶었습니다. 이건 한효주의 매력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죠.

소지섭도 남자인 제가 봐도 참 멋졌는데 영화의 후반 망가질대로 망가진 소지섭조차도 멋지더군요. 멜로 영화에서 배우의 매력이 80% 이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거기에 [꽃섬], [거미숲] 등을 만들었던 송일곤 감독의 영상미가 곁들여져 있습니다. 하긴 생각해보니 [거미숲]을 봤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뭔가 알 수 없는 매력에 흠뻑 빠져 허우적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 송일곤 감독의 영화를 볼때에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멜로 영화의 힘은 그런 것이 아닐까?

 

저마다 자신의 사랑 이야기는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들이 보면 뻔하고, 오글거릴 뿐입니다. 멜로 영화는 바로 그렇게 뻔하고 오글거리는 남의 사랑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야 하는 영화 장르입니다.

현실의 사랑이, 반짝 반짝 빛나는 배우들에 의해서 약간의 신파를 곁들여지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 사랑이 뻔한줄 알면서도 눈물을 흘리고, 미소를 짓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오직 그대만]은 그러한 멜로 영화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명품 신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