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2년 아짧평

[Mr. 아이돌] - 어중이 떠중이 모은다고 아이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쭈니-1 2012. 1. 18. 09:54

 

 

감독 : 라희찬

주연 : 박예진, 지현우, 임원희, 김수로

 

 

대한민국은 지금 아이돌 세상

 

제가 TV를 잘 보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 TV를 틀어보면 이름을 알 수없는 수 많은 아이돌들이 음악 프로는 물론 예능, 심지어 드라마까지 장악하고 있는 것을 심심치않게 목격하게 됩니다. 저도 눈과 귀는 있는지라 아이돌 그룹 이름은 대충은 알고 있지만 멤버 각 개인의 이름과 얼굴은 매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구세대임을 느끼는 순간이죠.

이러한 아이돌 대세는 영화로도 이어졌는데, 지난 여름에는 아이돌이 되기 위한 여성 멤버들간의 경쟁과 질투를 공포 영화로 소환시킨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가 좋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 아예 아이돌의 탄생을 그려보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Mr. 아이돌]입니다.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캐릭터 집합소

 

대한민국 TV를 장악하고 있는 아이돌을 그리겠다는 이른바 본격적인 아이돌 영화인 [Mr. 아이돌]은 그러나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삐그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영화의 초반, 실연당한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Mr. 칠드런'의 보컬 지훈과 지훈의 죽음을 막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오구주(박예진)는 이 영화의 캐릭터가 얼마나 대충 만들어졌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입니다.

주인공 캐릭터에게 과거의 아픔을 심어주는 방식은 액션, 스릴러 할 것없이 장르를 불문하고 수 많은 영화에서 이용한 방식으로 라희찬 감독은 그로 인하여 'Mr. 칠드런'에 유난히 집착하는 웃음끼 없는 차도녀 오구주를 완성해내지만 그 이상은 발전시키지 못합니다. 독창성이 부족한 캐릭터 설정의 한계입니다.

'Mr. 칠드런'의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오구주가 과거 'Mr. 칠드런' 멤버를 모으고 보컬로 유진(지현우)를 캐스팅하는 장면들은 [국가대표]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그렇다고 [국가대표]처럼 멤버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세심하게 구축하지도 못하고 그저 엇비슷하게 따라한 느낌입니다.

 

불필요한 에피소드들

 

대강 멤버를 구성한 이 영화는 이후로 'Mr. 칠드런'이 무명 아이돌에서 유명 아이돌이 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나열시킵니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들이 영화의 짜임새를 더욱 공고하게 하거나, 혹은 영화적 재미를 장면들로 채워졌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는 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 예로 카바레에서 공연하던 'Mr. 칠드런'이 감전당하는 장면과 어린 시절 해외로 입양된 랩퍼 리키가 어머니를 만나 그녀 앞에서 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들은 관객들을 웃기려 시도한 장면들로 보이는데 웃기지는 않고 생뚱맞게만 느껴집니다.

유진이 지훈의 죽음을 알게되고 구주에게 '난 지훈이 아니고 유진이다.'라고 강변하는 장면에서는 갑작스럽게 오버하는 느낌이었고, 구주와 유진이 술을 마시다가 키스하는 장면은 어처구니없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무엇 하나 제대로된 에피소드도 없이 [Mr. 아이돌]은 'Mr. 칠드런'의 성공담을 완성시킵니다.

 

뻔한 위기, 그리고 어색한 연기들

 

과거의 상처를 지닌 능력있는 프로듀서가 어중이 떠중이를 모아놓고 아이돌 그룹을 만듭니다. 그들은 한때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결국 크게 성공하고, 이를 시기한 거대 기획사 사장 사희문(김수로)의 방해로 위기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 위기를 헤쳐나가고 이들은 다시 관중의 환호를 받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딱 세줄로 요약이 가능한데, 그러한 요약 사이에 등장해야할 세세한 에피소드들이 짜임새가 없다보니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도 요약본 세줄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예상 가능한 범위내에서 방황합니다.

특히 영화를 보며 제가 가장 당황했던 것은 박예진의 연기입니다. 전날 봤던 [결정적 한방]을 보며 윤진서의 연기에 당황했었는데 [Mr. 아이돌]에서는 그러한 역할을 박예진이 해냅니다. 물론 이 배우가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엉망은 아니었습니다. 오구주라는 캐릭터를 차도녀로 설정한 것까지는 알겠는데 과도한 연기 탓에 캐릭터 몰입이 안되고 그 가운데 박예진의 연기는 방향을 잃어버렸습니다.

 

아이돌이 쉬워 보이지?

 

[Mr. 아이돌]을 보고 느낀 점은 라희찬 감독이 요즘 대세인 아이돌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단순한 생각아래 시나리오도, 캐릭터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어디에서 많이 본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를 짜집기해놓았다는 것입니다.    

모든 영화가 그렇습니다. 아무리 소재가 좋다고해도 그러한 소재를 살리는 것은 스토리 라인과 스토리 라인을 끌고갈 캐릭터입니다. 이것이 부실하다면 좋은 소재도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Mr. 아이돌]은 그러한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