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스파이 넥스트 도어] - 가벼움만이 능사는 아니다.

쭈니-1 2011. 12. 19. 10:43

 

 

감독 : 브라이언 레반트

주연 : 성룡, 엠버 발레타

 

 

요즘 성룡이 찬밥 신세이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성룡의 영화는 흥행의 보증수표와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명절 대목이면 어김없이 극장에서 성룡의 영화를 상영했고, 관객들은 환호했습니다. 특히 동아수출공사와 성룡의 인연은 유명한데, 성룡은 무명 시절 도와준 동아수출공사의 사장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영화는 동아수출공사에만 우리나라의 수입, 배급을 맡겼고, 성룡의 영화를 토대로 동아수출공사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성룡의 영화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영화에 출연하지 않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을 오고가며 꾸준히 영화를 찍고 있고, 액션, 코미디, 시대극을 넘나들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룡 영화에 가장 많은 환호를 보내줬던 우리나라 관객들은 이제 성룡 영화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작년 3월에 개봉한 [대병소장]의 흥행 실패와 [스파이 넥스트 도어]의 뒤늦은 개봉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합니다.

 

할리우드에서 성룡을 소모하는 방법

 

[대병소장]과 [스파이 넥스트 도어]는 성룡이라는 브랜드를 바라보는 중국과 미국의 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의 성룡 영화를 보면 [대병소장], [신해혁명], [샤오린 : 최후의 결전]처럼 시대극이 많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미국에서의 성룡 영화를 보면 [러시 아워], [턱시도], [상하이 눈], [상하이 나이트]와 같은 코믹 액션 영화들이 대부분이죠.

[스파이 넥스트 도어]는 미국 성룡 영화의 대표 장르를 고스란히 표방한 코믹한 액션 영화입니다. 미국에서는 2010년 1월에 개봉하여 개봉 첫주 1천2백만 달러의 흥행으로 5위에 올랐으며, 최종 성적은 2천4백만 달러 정도입니다. 이는 [메달리온], [80일간의 세계일주]와 비슷한 흥행 성적입니다. 

특히 [80일간의 세계일주]의 흥행 실패는 파급력이 컸는데, 무려 1억1천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로 고작 미국 흥행 성적이 2천4백만 달러, 월드 와이드 성적도 7천2백만 달러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결과 미국에서 성룡의 영화는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는 코미디 액션으로 한정되어 버렸고, [스파이 넥스트 도어]가 바로 그러합니다.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스파이 넥스트 도어]는 [베토벤],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 [솔드 아웃], [스노우 독스]와 같은 주로 가벼운 코미디 영화를 연출했던 브라이언 레반트 감독의 영화입니다. 그는 관객이 성룡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꿰 뚫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성룡 특유의 코믹한 날것 액션을 선보이며 '우린 성룡 영화를 찍고 있어.'라고 과시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성룡 특유의 액션은 반갑지만 그를 뒷받침해줄 스토리 라인이 부실하다는 것입니다. [스파이 넥스트 도어]는 그냥 성룡이 나오는 영화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안타까운 수준에 머뭅니다.

브라이언 레반트 감독은 [유치원에 간 사나이], [패씨파이어] 등에서 써먹었던 '최고의 특수요원 VS 말썽쟁이 아이들'이라는 대결 구도를 완성해냅니다. 그리고 그 속에 은퇴후 결혼을 꿈꾸는 최고의 스파이 밥(성룡)을 던져 놓고, 그에게 매력적인 이웃집 여자 질리언(엠버 발레타)의 말썽쟁이 세 아이를 돌보는 임무를 부여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부터 발생합니다.

 

긴장감 제로가 문제다.

 

[유치원에 간 사나이]와 [패씨파이어]는 근육질의 특수요원이 조그마한 아이들에게 쩔쩔 매는 장면으로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공공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악당을 투입시켜 긴장감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그렇다면 [스파이 넥스트 도어]는? 일단 성룡은 근육질의 배우가 아니라서 [유치원에 간 사나이]과 [패씨파이어]와 같은 웃음 코드가 불가능합니다. 전적으로 성룡의 코믹 액션에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 영화의 악당은 [나홀로 집에]에 나오는 멍청한 도둑 수준입니다. 웃음 코드가 부족하다보니 악당들이 몸소 웃기려 하는데 그래서 액션 영화로서의 재미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제작비가 적게 들어간 영화답게 최소한의 스케일로 영화가 만들어진 티가 팍팍 나고 악당들은 긴장감 제로 상태로 영화를 몰고가고, 질리언의 아이들과 밥의 대결은 애초부터 뜨끈미지근합니다. 그냥 성룡의 코믹 액션을 다시 볼 수 있는 재미... 그걸로 만족해야 하는 정말 아쉬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