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51구역] - 음모이론과 B급 공포 영화의 만남

쭈니-1 2011. 12. 6. 10:04

 

 

감독 : 제이슨 코너리

주연 : 브루스 박스라이트너, 레이첼 마이너

 

 

51구역을 아는가?

 

'51구역'은 미국의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아래에 위치한 미국의 1급 비밀 군사기지를 일컫는 명칭입니다. 군 당국은 이유를 불문하고 '51구역'으로 들어온 사람은 사살하고, 비행기 역시 '51구역' 항로를 지날 경우 격추시키겠다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지도에는 '51구역'이 아예 제외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까닭에 '51구역'은 미국의 음모 이론을 이야기할때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데 미국의 대통령은 임기 중 '51구역'에 대해 알게 되는 어떤 사실에 대해서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한다는 설도 있고, 미국 정부가 포획한 UFO를 분해하여 그 원리를 알아내는 기능을 가지는 기지라는 설도 있으며, 미국 정부가 외계인과 협상을 통해 빌려준 지역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51구역'에서 외계인은 미국 정부의 묵인 아래 인간을 이용한 인체 실험을 하고, 미국 정부는 그 대가로 외계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전수받는다고 합니다. 또한 1969년 달 착륙 영상은 이곳에서 찍었다는 설도 있죠.

이러한 음모 이론은 [맨 인 블랙], [슈퍼 에이트] 등 수 많은 SF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영화 [51구역]은 아예 '51구역' 그 자체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SF 공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쓰레기??

 

처음 [51구역]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미리 본 분들의 리뷰를 읽으니 거의 쓰레기 수준의 취급을 받더군요. 그렇지않아도 크지 않았던 기대감이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바닥까지 내려 앉은 기대감으로 본 [51구역]은 오히려 제게 꽤 흥미진진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우선 앞서 설명한 '51구역'에 대한 음모 이론을 영화를 통해 잘 표현하고 있는데, 여러 설 중에서 미국 정부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을 잡아 실험을 하며 외계의 고차원적 기술을 무기화하는 곳이라는 설정입니다.(어찌보면 [슈퍼 에이트]와 좀 비슷합니다.)

미국 국민과 언론의 압박 속에서 '51구역'을 일반인에게 공개해야하는 군 당국은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51구역'을 방문하는 일반인들을 속이려 준비를 하고 그 와중에 갇혀 있던 외계인들이 탈출하며 '51구역'은 공포의 현장이 됩니다. 일단 [51구역]은 영화의 첫 설정은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측면에서 음모 이론을 토대로한 이 영화에 적합해 보였습니다.

 

B급 영화치고는 다채로운 캐릭터

 

특히 제가 이 영화에 마음이 들었던 것은 대부분의 B급 영화들이 액션, 혹은 호러 보여주기에 급급하며 캐릭터 구성에 소홀한 것과는 반대로 [51구역]은 캐릭터 구성에도 꽤 공을 들인 티가 난다는 점입니다.

일단 '51구역'을 방문하는 일반인 구성을 보면 제도권 언론인 샘과 그의 촬영기사, 블로그를 통한 비제도권 언론인 클레어와 그녀의 촬영기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 한 장면이지만 클레어가 샘에게 진실을 외면하는 제도권 언론의 비겁함을 비난하고, 샘은 클레어에게 제도권 언론이으로서의 충고를 해주는 장면 등 '51구역'을 방문한 일반인을 그저 희생자 혹은 영웅으로 그리지 않고 각자의 캐릭터를 살리려 노력했습니다.

군인 캐릭터도 꽤 흥미로웠는데 전형적인 군인 마틴(브루스 박스라이트너)의 일반인 방문객에 대응하는 모습과 언론에 그럴 듯하게 포장된 가짜 영웅 한나(레이첼 마이너)가 진짜 영웅으로 거듭나기 등 B급 영화치고는 캐릭터가 꽤 탄탄한 편입니다. 

 

쿨하지 못했던 후반부가 아쉬워.

 

외계인의 존재도 괴물형과 형체 변환형으로 나눠 공포와 심리 게임을 적절하게 섞어 놓는 등 [51구역]은 적은 제작비 안에 최대한의 영화적 재미를 위해 여러가지를 구축해 놓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후반부의 쿨하지 못한 장면들로 마지막엔 실망감을 안겨줍니다.

기지 폭파 명령에 마틴은 갑자기 진실을 외부에 알리자며 일반인 방문객들을 선동합니다. '51구역' 포기를 결정한 상부에 대한 배신감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캐릭터 변화는 좀 난데없이 느껴집니다.

마지막 부분 샘과 클레어가 '51구역'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장면에서 [51구역]은 음모이론 영화가 가져야할 미덕을 잃어버립니다. 실제 '51구역'은 아직도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영화 [51구역]은 '51구역'의 비밀을 밝히며 영화를 끝맺음합니다. 이건 '어쩌면 정말 51구역에 저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라며 흥미롭게 영화를 감상하던 제게 '이건 영화야.'라고 선언하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음모 이론을 바탕으로 한 영화답게 '진실은 저 너머에...'라고 끝맺음을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짙게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