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헬프] - 변화는 그렇게 시작되는거다.

쭈니-1 2011. 11. 29. 10:00

 

 

감독 : 테이트 테일러

주연 : 엠마 스톤, 바이올라 테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남북전쟁은 노예를 진정으로 해방시키지 못했다.

 

1861년부터 1865년, 미국은 북부와 남부로 나눠 4년 간의 내전을 벌입니다.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이 전쟁에서 링컨 대통령이 이끄는 북군이 승리를 하게 되었고, 링컨 대통령은 남북 전쟁 중인 1863년 노예 해방을 선언했으며, 남북 전쟁이 끝난 1865년에는 수정헌법 13조를 통해 공식적으로 미국의 노예는 해방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흑인들은 1865년부터 완전한 미국의 국민 대우를 받으며 자유를 만끽했을까요? 아닙니다. 비록 공식적으로 흑인은 노예에서 해방되었지만 그들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습니다. 기록을 보면 1954년 공립학교에서의 인종차별은 위헌이라는 연방법원의 판결이 나왔다고 하니 남북 전쟁이 끝난 후 100년 가까이 되도록 공립학교에서조차 흑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했던 것입니다.

 

우아한 백조와 고단한 백조의 다리

 

[헬프]는 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앨런 파커 감독의 전설적인 영화 [미시시피 버닝]에서도 나왔듯이 미시시피 지역은 미국 내에서도 인종 차별이 극심한 지역입니다. [헬프]를 보다보면 정말 흑인들이 노예에서 해방된 것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들의 생활은 자유롭지 못합니다.

귀찮은 가사 일, 아이를 볼보는 것 등 대부분 흑인 가정부에서 맡기면서 흑인과 같은 화장실을 쓰면 병균에 옮길지도 모른다고 태연스럽게 말하는 백인 여성들을 보며 저는 이 영화의 배경이 흑인의 노예 해방이 이뤄지기 전인 1860년 이전이라 착각을 했을 정도입니다.

물 위의 백조는 우아한 자태를 뽐냅니다. 하지만 물 밑의 백조 다리는 물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 열심히 허우적거려야 한다고 합니다. [헬프]는 바로 백인 중산층의 백조처럼 우아한 생활의 뒷받침이 되어 줬던 백조 다리와 같은 흑인 가정부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녀들은 평등했었나?

 

[헬프]를 보다보면 힐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를 비롯한 백인 여성의 삶이 참 우아하게 보여집니다. 흑인 가정부 덕분에 말 그대로 손에 물 묻힐 일도 없으며, 자신의 곁에 있는 흑인 가정부는 무시하면서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기 위한 바자회를 열며 호들갑을 떱니다. 그녀들의 삶이 흑인 가정부의 희생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우아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속사정을 보면 아닙니다. 그것 아세요? 미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은 1920년이 되어서야 인정이 되었다는 사실을... 흑인의 노예 해방보다 무려 55년이나 늦은 것이죠. 지금은 당연하다고 느끼는 투표권을 미국의 여성들은 한동안 얻지 못한 것입니다.

민주주의에서 투표권이 없다는 것은 국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결국 미국의 여성들은 1920년이 되어서야 비로서 미국의 국민으로 인정이 된 것이죠.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그러한 모습은 [헬프]에서도 나타나는데 그녀들은 모여서 사회적 참여를 이야기하며 우아한척 하지만 실상은 남편들의 경제력에 빌붙어 경제적인 독립을 하지는 못한 모양새를 보입니다.

 

무겁지 않게, 가볍지 않게.

 

[헬프]는 작가를 꿈꾸는 스키터(엠머 스톤)가 흑인 가정부인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과 미니(옥타비라 스펜서)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흑인 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하지만 그다지 무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의 예고편처럼 가벼운 코미디도 아닙니다. 영화 자체는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유지합니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토해냅니다.

스키터가 쓴 책은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흑인 가정부의 인권이 한 순간에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에이블린이 정들었던 집의 가정부 자리에서 쫓겨난 쓸쓸한 뒷모습처럼 그녀들의 변화를 향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변화는 그렇게 찾아옵니다. 남북 전쟁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조차도 미처 바꾸지 못했던 흑인 차별... 그녀들의 인권은 그런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로 바뀌는 것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스스로 변화할 때 다른 사람들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작은 용기... [헬프]는 그것을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