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직장 판타지!

쭈니-1 2011. 11. 21. 08:09

 

 

감독 : 세스 고든

주연 : 제이슨 베이트먼, 찰리 데이, 제이슨 수데키스

 

 

이 세상에 좋은 직장 상사 따위는 없다.

 

이 세상에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세가지가 있다는 농담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넉넉한 월급봉투이고, 두번째는 엄마같은 시어머니이며, 세번째는 좋은 직장상사라고 하더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지만 전 그 농담을 들으며 '맞아!'라고 무릎을 쳤었습니다.

한때 제게는 악마같은 직장 상사가 있었습니다. 외모는 마음씨 좋은 넉넉한 아저씨처럼 생긴 그 직장 상사는 불 같은 성질머리에 거친 입, 그리고 상대방의 자존심을 팍팍 깎아 먹는 언변과 사이코같은 성격으로 1년 반 동안이나 저를 괴롭혔습니다. 당시에는 당장 회사를 관두고 싶었지만 연말 보너스(6백만원 정도 되었습니다.) 욕심에 참고 또 참았었습니다. 덕분에 제 머리숱이 많이 줄어들었답니다.

그 회사를 관두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며 제게도 처음으로 부하 직원이 생겼습니다. 매번 말단 사원이었다가 드디어 관리부 팀장 직책을 얻게 된 것이죠. 그때 저는 결심했습니다. 난 정말 좋은 직장 상사가 되겠다고... 하지만 제 그런 마음과는 달리 업무를 하다가보면 부하 직원들에게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있는저를 발견했고, 그런 저 때문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직원까지 생기자 그제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 좋은 직장 상사라는 것은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구나!' 어쩌면 좋은 직장 상사는 하늘이 내려주는 천자(天子) 같은 것일지도... ^^;

 

악마같은 직장 상사에 대한 코미디 영화가 개봉되었다.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라는 매우 긴 제목의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그런데 근래 보기 드문 긴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제목만으로도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직장 상사라는 그 이름 자체가 스트레스를 부르기 때문이죠. 지금 현재 저도 그렇고, 제 부하 직원들도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 많은 직장인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듯 제목만으로 공감을 얻어낸 이 영화. 그렇다면 내용은?

사이코같은 직장상사 데이비드 하켄(케빈 스페이시)에게 매일 시달림을 당하는 닉(제이슨 베이트먼), 색광녀 같은 직장상사 줄리아 해리스(제니퍼 애니스턴)에게 매일 성희롱을 당하는 데일(찰리 데이), 망나니같은 보스 바비 펠릿(콜린 파렐) 때문에 다니는 회사가 망할지도 모를 위기에 빠진 커트(제이슨 수데키스), 이렇게 세 친구는 모든 문제의 근원인 직장 상사를 죽이기로 결심을 합니다. 

조금 과장되었긴 하지만 직장 상사를 죽인다는 내용은 직장 상사에 의한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이 아니었던가요?(저 역시 저를 고롭혔던 그 사이코같은 직장 상사를 죽이는 상상을 몇 번이나 했었습니다. 그는 딱 데이비드 하켄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제목 뿐만 아니라 영화의 내용 자체도 관객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가 이 영화에 전혀 공감을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살인을 감행할 정도로 그들의 직장 상사는 최악이었던가?

 

세스 고든 감독은 기본적인 설정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공감이 되는 영화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닉과 데일, 커트가 자신의 직장 상사를 죽이기로 결심하는 부분이 너무 장난같았는데, 실제로 이 영화에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최악의 직장 상사는 하켄 뿐이었습니다.(제가 그런 직장 상사에게 시달려 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닥터 해리스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데일은 사연 자체가 공감이 안됩니다. 차라리 데일을 여성으로 설정하던가, 아니면 닥터 해리스 캐릭터를 굉장히 못생긴 여성으로 설정한다면 모를까 영화 속 닉과 커트가 오히려 데일을 부러워하듯이 데일의 사연은 그저 제니퍼 애니스턴을 내세운 섹스 코미디를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것처럼 보일 뿐이었습니다.

사정은 바비 펠릿을 보스로 모시는 커트도 마찬가지인데, 과연 그가 자칫 잘못하면 살인자의 굴레로 평생 살아야할지도 모를 선택을 한 만큼 절박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닉과 데일, 커트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그들의 선택은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장난처럼 표현되어 공감 대신 웃음을 위한 억지 장치로만 표현될 뿐이었습니다.

 

코미디의 한계에 부딪힌...

 

물론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답게 가볍습니다. 전 그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벼운 코미디라도 어느 정도의 공감을 형성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행오버]의 경우는 술을 마신 후 필름이 끊기는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을 경험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고, 영화 자체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가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 정도 공감이 되고, 그래서 더욱 웃겼습니다. 술을 마시면 자신 안에 갇혀 있던 악마가 튀어 나오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는 공감되는 소재를 가지고 있으면서 영화 자체는 그냥 가벼운 코미디 그 이상은 되지 못합니다. 닉과 데일, 커트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부터가 열심히 늘어만 놓고 그냥 대충 웃기게 마무리하는 것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아무리 코미디라도 현실적인 소재를 가진 이상 그 현실성에 조금이라도 맞췄다면 더욱 공감하며 웃을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