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안드레 외브레달
주연 : 오토 예스페르센, 한스 모텐 한센, 토마스 앨프 라슨, 요한나 모크
페이크 다큐의 장점은 허구를 실제처럼 느끼는 것이다.
1999년 놀라운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블레어 윗치]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가짜 다큐)라는 일반 관객에겐 생소한 장르를 이용하여 관객에게 극한의 공포를 안겨줬고,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사실 [블레어 윗치]는 내용만 놓고본다면 그다지 무서운 영화가 아닙니다. 각종 무시무시한 살인마가 등장하여 피가 난무하고 사지를 절단시키는 것이 기본인 할리우드 영화판에서 고작 저주 받은 마녀라니... 이건 뭐 시대착오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공포영화팬에겐 지루한 소재입니다.
그런데 [블레어 윗치]는 페이크 다큐를 이용해 이 지루한 소재에 무시무시한 공포를 덮칠합니다. 바로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허구가 아닌 사실이다.'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면서 그 무시무시한 현장 한가운데에 서게끔 하는 것입니다.
[블레어 윗치]는 개봉 전부터 마치 178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블레어 윗치' 사건이 실제인것 마냥 선전을 했고, 다른 영화적 기교를 최대한 배제하고 캠코더를 이용한 단순한 장면들로 영화의 사실성을 높였습니다. 이렇게 소재나 내용으로 관객에게 공포를 안겨줬던 이전의 공포영화와는 달리 [블레어 윗치]는 페이크 다큐를 이용한 사실성으로 공포를 안겨줬다는 점에서 정말 획기적인 영화였습니다.
[블레어 윗치],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성공과 [클로버필드], [포스카인드]의 실패
2009년에 개봉하며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두었고 최근 3편이 제작되며 시리즈의 장기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도 [블레어 윗치]의 흥행 전략을 고스란히 따라갑니다.
사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역시 소재만 놓고본다면 공포를 느끼기에 부족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카메라를 통한 영상으로 관객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닌 마치 실제 캠코더로 찍은 생생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고, 그러한 사실성은 공포로 변환되었습니다.
이렇듯 페이크 다큐의 힘은 사실성입니다. 물론 [블레어 윗치]도 [파라노말 액티비티]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불과합니다. 단지 표현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꾸민 것 뿐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간단한 장치만으로도 관객들은 공포를 느끼고 기꺼이 지갑을 열어 관람을 해준 것입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페이크 다큐는 관객들에게 '이건 영화가 아닌 다큐이다.'라고 느끼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그래서 뉴욕에 정체 불명의 무시무시한 괴물을 출현시켰던 [클로버필드], 알래스카에서 외계인에게 납치된 주민들의 실제 영상이라며 공개했던 [포스카인드]등 일부 페이크 다큐 기법을 이용했던 영화들은 기대했던 흥행을 가두지 못한 것입니다. 소재만으로도 가짜티가 팍팍 났기 때문입니다.
[트롤 사냥꾼]의 경우...
[트롤 사냥꾼]은 우리에겐 생소한 노르웨이의 페이크 다큐 영화입니다. 영화는 노르웨이의 숲에는 다양한 트롤이 살고 있으며, 정부는 트롤의 정체를 철저하게 일반인들에게 감춘다는 설정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에 카메라를 들고 수수께끼가 가득한 밀렵꾼을 취재하겠다며 트롤 헌터(오토 예스페르센)를 따라다니는 세 명의 대학생의 등장으로 페이크 다큐가 완성됩니다.
앞선 예처럼 [트롤 사냥꾼]의 성공 여부는 간단합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정말 트롤이 있나봐.'라고 믿게 하면 되는 겁니다. 과연 [트롤 사냥꾼]은 영화를 보는 제게 '그래, 정말 트롤은 전설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할지도 몰라.'라고 믿게 할 수 있을까요?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 대답은 'NO'입니다. 영화는 시작 전부터 자막을 통해 편집하지 않은 필름이라며 진짜를 주장하지만 오히려 그런 주장은 [포스카인드]에서 주연인 밀라 요보비치가 나서서 '이건 실제 상황'이라고 우겼던 것과 마찬가지의 역효과만을 제게 안겨줬습니다.
대학생들이 찍은 필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블레어 윗치], [파라노말 액티비티]와는 달리 화면의 땟깔도 좋은 편이고, 공포의 실체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서 공포를 확산시켰던 이전 페이크 다큐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트롤의 모습을 노출시키기도 합니다.
물론 트롤을 형상화한 특수효과는 놀랄만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과도한 보여주기식 장면이 페이크 다큐라는 장르를 선택한 이 영화에겐 단점으로 작용하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페이크 다큐가 아닌 그냥 괴수 영화로 만들었다면...
제게 [트롤 사냥꾼]은 페이크 다큐 영화로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트롤이 존재할지도 몰라.'라는 생각보다는 '어쭈 제법 트롤의 특수효과가 제대로인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페이크 다큐로는 실망스러웠지만 트롤이 등장하는 괴수 영화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트롤이 등장하는 장면는 꽤 근사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그러한 장점을 앞세워 되지도 않는 페이크 다큐가 아닌 근사한 괴수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오히려 제 환호를 얻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거대한 트롤이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를 보며 '와우~'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는데 왜 안드레 외브레달 감독은 그렇게 멋진 특수효과로 탄생한 트롤을 페이크 다큐에 가두어버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가두어진 영화는 마지막 자막을 통해 다시한번 실소를 머금게 하는데, 끝까지 페이크 다큐이고 싶었던 이 영화의 마지막 칭얼거림이 오히려 거대한 트롤의 위용을 자랑하던 [트롤 사냥꾼]의 후반부 멋진 장면의 옥의 티로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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