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킬러 엘리트] - 실화를 오락 액션 영화로 포장했을 때 생기는 오류.

쭈니-1 2011. 11. 8. 09:07

 

 

감독 : 개리 맥켄드리

주연 : 제이슨 스타뎀, 클라이브 오웬, 로버트 드니로

 

 

제이슨 스타뎀 주연 영화에 대한 선입견

 

쭈니 : [킬러 엘리트]? 나, 그 영화 봤는데...

구피 : 언제?

쭈니 : 언제냐하면... 응... 안봤나?

위의 뜬금없는 대화는 실제로 저와 구피가 나눈 대화였습니다. 전 [킬러 엘리트]가 개봉할 당시 극장에서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놓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킬러 엘리트]를 봤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구피의 질문에 제 블로그를 꼼꼼히 살펴본  결과(제가 본 영화는 모두 블로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킬러 엘리트]를 안 봤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킬러 엘리트]를 봤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1차적으로는 [킬러 엘리트]와 [메카닉]을 헷갈렸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한 것이며, 두번째 이유는 언제나 엇비슷한 역만 맡는 제이슨 스타뎀에 때문입니다. '제이슨 스타뎀이 킬러로 나오는 영화'라는 [킬러 엘리트]에 대한 간단한 설정만으로도 저는 [킬러 엘리트]를 봤다는 착각에 빠져 버린 것이죠.

 

놀랍게도 실화를 근거로 하고 있댄다.

 

제가 [킬러 엘리트]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이번엔 진짜로 [킬러 엘리트]를 봤습니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제이슨 스타뎀이 킬러로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히 익숙한 이 영화는 요즘 참 많은 영화에 열심히 출연중인 로버트 드니로와 [씬 시티] 이후 제이슨 스타뎀과 마찬가지로 엇비슷한 캐릭터만 연기하고 있는 클라이브 오웬([클로저]의 그가 그립습니다.)이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당연히 열심히 총 쏘는 킬러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놀랍게도 영화의 시작엔 자막으로 실화를 근거로 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뭐 정말? 게다가 석유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영국의 추악한 비밀과 영국 특수요원 SAS에 의해 세 아들을 잃은 오만 부족장의 복수 등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진짜? 순간 저는 가벼운 액션 영화를 보겠다는 생각으로 한껏 풀어졌던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어쩌면 석유 이권을 둘러싼 미국의 추악한 진실을 까발렸던 [시리아나]같은 진중한 첩보 스릴러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이슨 스타뎀은 제이슨 스타뎀일 뿐이었습니다.

 

특색없는 액션. 오히려 실화가 족쇄가 되었다.

 

제가 본 [킬러 엘리트]는 [메카닉]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대니(제이슨 스타뎀)에게 가벼운 트라우마를 안겨줍니다. 가벼운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의 캐릭터를 빠른 시간 안에 완성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죠. 하지만 쉬운 방법인 만큼 너무 흔하고 깊이는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대니라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그렇게 깊이없는 캐릭터로 탄생한 것입니다.

이후 오만 부족장에게 잡힌 헌터(로버트 드니로)를 구하고 영국 SAS요원을 암살하기 위해 팀을 짜는 장면 역시 진중함과는 상관이 없는 가벼운 액션 영화의 그것이었습니다. 대니와 그의 팀이 SAS요원을 자살로 위장해서 암살하는 장면 역시 그다지 치밀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킬러 엘리트]가 진정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대니와 스파이크(클라이브 오웬)의 대결이었기 때문입니다. 대니와 스파이크의 대결을 통해 [킬러 엘리트]는 실화 영화로서의 차별점을 획득하려 합니다.

문제는 그러한 대니와 스파이크의 대결 속에는 석유 이권을 위해 약소국의 국민을 무차별 살인한 영국의 추악한 진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그저 또 하나의 액션 영화의 장치로 밖에 안보입니다. 문제 제기를 위한 실화 영화와 오락성을 중요시한 오락 영화 중간에서 방황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차라리 그냥 액션 영화를 만들지 그랬냐?

 

대니의 SAS 요원 암살은 뒷전으로 밀리고 대니와 스파이크의 진검 승부가 장면으로 배치됩니다. 하지만 대니는 영화 오프닝씬에서 획득한 트라우마를 근거로 살인을 자제하며 착한 척합니다. 수 많은 사람을 죽인 킬러 주제에 말이죠.

대니의 그러한 캐릭터를 관객에게 이해시키려면 시간을 더 투자해서 대니의 캐릭터를 완성했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평범하고 흔한 방법으로 얼렁뚱땅 대충 대충 방법이 아닌... 대니의 캐릭터 완성에 관심이 없다면 그냥 속 시원한 액션 영화처럼 빵빵 터트려야 했습니다. 중요한 순간 주저하며 답답한 액션을 보이지 말고요.

예상대로 해피엔딩으로 마감되고 영국의 어느 요원이 자기 입으로 영국의 음모를 까발리다 죽고, 마지막 자막으로 그 이후 그들은 어떻게 되었다더라... 라는 자막을 내보내며 실화를 근거로 한 영화로서 뭔가 있어 보이려 노력하지만 영화를 본 내 머리 속에는 뭔가 펼쳐지려다 만 평범한 액션 영화만이 자리잡아있을 뿐입니다.

[킬러 엘리트]는 [시리아나]가 될 수 없었다면 차라리 [트랜스포터]가 되었어야 했습니다. 실화를 근거로한 진중한 주제도 잃지 않으며 화끈한 킬러 액션 영화를 만드려고 하니 이런 어정쩡한 영화가 나오고 마는 것이죠. 참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