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악질경찰] - 착한 일을 하면 좋은 일만 일어날까?

쭈니-1 2011. 11. 11. 10:21

 

 

감독 : 베르너 헤어조그

주연 : 니콜라스 케이지, 에바 멘데스

 

 

좋은 일을 했는데 오히려 안좋은 결과를 받은 적이 있니?

 

좋은 일을 한 사람에겐 좋은 일만 일어나고, 나쁜 일을 한 사람에겐 나쁜 일만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만약 그런다면 우리 사는 세상은 훨씬 살기 좋고 아름다운 곳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좋은 일을 한 사람들은 오히려 가난하고 비루하게 사는 경우가 더 많고, 나쁜 일을 한 사람들은 부자에, 권력도 쥐고 떵떵거리며 사는 경우를 우리는 허다하게 보아 왔으니까요.

여기, 테렌스 맥도나(니콜라스 케이지)라는 뉴올리언즈의 평범한 형사가 있습니다. 그는 특별히 정의감에 불타거나, 그렇다고 굉장히 악질적인 경찰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즈를 덮치던 어느날 그의 선택 하나가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립니다.

목까지 물이 찬 감옥 안에 갇힌 어느 죄수를 구해준 것입니다. 동료는 '저 녀석은 구해줄 가치도 없다. 911 구급대원이 올때까지 기다리자.'라고 만류하지만 테렌스 맥도나는 충동적으로 그를 구해주기 위해 물 속을 뛰어듭니다.

결국 테렌스는 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좋은 일을 한 것이죠. 그렇다면 그에게 좋은 일이 생겨야할텐데 안타깝게도 그로인하여 테렌스는 허리를 다치게 되고, 극심한 요통을 견디기 위해서 마약에 손을 대게 되었습니다.

 

그가 악질 경찰이 될수밖에 없었던 이유

 

물론 테렌스에게 그로인해  좋은 일도 일어났습니다. 죄수를 구한 공로가 인정되어 특진된 것이죠. 하지만 그깟 계급장 따위는 시시각각으로 조여오는 극심한 요통과 점점 빠져드는 마약의 늪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부서장이 된 테렌스는 마약상에 의한 일가족 살해 사건을 맡게 되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일합니다. 하지만 그가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그에겐 나쁜 일만 일어납니다. 살인 사건의 유력한 증인은 사라지고, 증인을 빼돌린 노부인을 협박하여 그의 행적을 알아내지만 하필 그녀는 유명 정치인의 어머니였습니다. 그로인해 과잉 수사 혐의를 받으며 좌천됩니다.

증거품 보관소에 마약이 자꾸 없어진다는 것을 눈치챈 내사과는 증거품 보관소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서 그를 궁지에 몰아 넣고, 도박 빚 때문에 빚쟁이들이 경찰서까지 와서 돈 재촉을 하기에 이릅니다. 창녀 애인인 프랭키(에바 멘데스)에게 폭행을 가한 녀석을 혼내줬더니 해결사들이 총을 들고 그를 찾아와 협박을 하고, 결국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인 빅 페이트는 무혐의로 풀려납니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나야 할텐데, 그가 좋은 일을 하기만 하면 그의 주위엔 나쁜 일만 일어납니다. 그리고 나쁜 일만 일삼고 살던 빅 페이트는 일급 변호사를 끼고 죄를 지어도 죄값도 받지 않으며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테렌스는 결심합니다. 악질 경찰이 되기로...

 

나쁜 짓을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불편한 진실

 

영화의 중반부에는 테렌스의 악질 경찰 행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빅 페이트와 손을 잡고 그에게 마약 단속 정보를 알려줘 푼 돈을 챙기고, 미식축구 스타를 협박하여 경기를 조작하려 하고, 좌천되어 증거품 보관소에 가서는 아예 대놓고 마약을 빼돌립니다.(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꼴) 악질 경찰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테렌스의 일은 술술 잘 풀립니다. 그에게 산적해있던 모든 문제가 갑자기 모두 해결되는 장면을 보며 혹시 마약에 취한 테렌스의 환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테렌스의 모든 문제를 영화 전반에 걸쳐 차곡 차곡 쌓았던 베르너 헤어조그 감독은 아예 단 한방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추진력(?)을 선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정말 테렌스가 착한 일을 했기 때문에 나쁜 일이 생긴 것이며, 지금은 나쁜 경찰이 되었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요? 분명 그렇게 오해할 소지가 충분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관객의 오해에 베르너 헤어조그 감독은 대답을 합니다.

 

좋은 일만 일어날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라. (스포 포함)

 

영화의 마지막 장면... 기적적으로 빅 페이트 사건을 해결짓고 다시 특진한 테렌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여전히 테렌스는 마약 중독에 시달리고, 길거리에서 젊은 얘들 마약이나 삥 뜯는 악질 경찰 짓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 앞에 이 모든 일의 원인이 되었던 테렌스가 구해준 죄수가 나타납니다. 테렌스에게 겨우 구해진 그는 자신의 모든 나쁜 짓을 반성하고 이젠 착한 인간이 되어 착실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호텔방에서 마약에 취한 테렌스에게 그는 생명의 은인이라며 그의 친구가 되어 줍니다. 

길거리에 함께 앉아 오래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테렌스와 그 죄수의 마지막 모습에서 저는 희망을 느꼈습니다. 그로 인하여 테렌스는 악질 경찰이 되어 있었지만 그의 착한 일로 인하여 한 생명을 구했고, 그를 올바른 길로 인도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으로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착한 일을 하며 그 일의 보상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저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착한 행동이 진정한 착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자기 자신에게 보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착한 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행복해진다면 그것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테렌스 역시 착한 사람이 되어 있는 그 죄수를 보며 보람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희망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나에게도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 나도 마약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따지고 보면 좋은 일은 착한 일을 했을 때 보상으로 오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요. 테렌스가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테렌스도 악질 경찰에서 다시 착한 경찰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혼신의 연기

 

제가 니콜라스 케이지라는 배우를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것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라는 영화에서였습니다. 정말 알콜 중독자처럼 보였던 니콜라스 케이지의 혼신의 연기. 그리고 그러한 연기에서 오는 영화의 감동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후 니콜라스 케이지는 블록버스터 영화 전문 배우가 되었고, 요즘은 특수효과만 요란한 속빈 강정같은 액션 영화에 자주 얼굴을 내밉니다. 많은 분들이 그런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실망했고, 그러한 실망은 흥행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 중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기다렸고, 니콜라스 케이지를 믿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악질 경찰]에서 그 기다림의 보상을 얻었습니다. 극심한 요통으로 인하여 구부정한 자세로 어그적 걷는 테렌스의 모습은 영락없는 요통 환자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제게도 그의 허리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마약에 찌든 모습, 악질 경찰이 된 비열한 모습 모두 완벽했는데 다시 [라스베아스를 떠나며]의 니콜라스 케이지를 보는 것만 같아서 개인적으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