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백사대전] - [천녀유혼]의 추억을 깨우기엔 약간 부족하지만...

쭈니-1 2011. 11. 24. 10:43

 

 

감독 : 정소동

주연 : 이연걸, 황성의, 임봉, 채탁연

 

 

제 2의 [천녀유혼]을 기대했었다.

 

[백사대전]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는 [청사]와 [천녀유혼]이었습니다. 1994년 국내에 개봉했던 [청사]는 서극 감독, 왕조현, 장만옥, 조문탁이 주연을 맡은 판타지 멜로 영화입니다. 천년 묵은 백사와 5백년 된 청사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겪는 사랑과 금산사의 주지 법해의 이야기를 담은 [청사]는 제 2의 [천녀유혼]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천녀유혼]에 비해 큰 인기를 얻은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백사대전]은 [청사]의 리메이크 영화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백사대전]이 제 2의 [천녀유혼]이 되길 바랐습니다. 인간과 요괴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담은 슬픈 판타지 로맨스 [천녀유혼]은 사춘기 시절 제 가슴에 불을 지폈던 영화였으니까요. 최근 엽위신 감독이 연적하 캐릭터를 강화하여 리메이크했지만 추억을 되살리기에 2% 부족했던 저는 [천녀유혼]의 감독인 정소동이 연출한 [백사대전]이 [천녀유혼]의 뒤를 잇기를 바란 것이죠.

 

뭐가 문제였을까? 상영하는 극장을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되며 화제를 모았던 [백사대전]은 국내 개봉일을 11월 17일로 잡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 어디에서도 상영하는 극장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영화를 본 분들의 리뷰인데, 대부분 2011년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조잡한 특수효과를 지적하며 낮은 평점을 부여하더군요. [백사대전]이 제 2의 [천녀유혼]이 되길 바랐던 제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무래 악평을 받고 있는 영화라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평가하자는 생각으로 일단 [백사대전]을 봤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워낙 특수효과가 조잡하다는 악평을 들은터라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왠걸... 오프닝 장면인 법해(이연걸)와  붉은 옷을 입은 악귀가 하얀 설원 위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을 보며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런 생각은 채 몇 분이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괜찮은 와이어 액션, 조잡한 특수효과

 

꽤 멋졌던 설원에서의 오프닝 장면 뒤로 백사(황성의)와 청사(채탁연) 장면이 등장합니다. 상체는 여성, 하체는 뱀인 백사와 청사의 첫 등장은 나도 모르게 '이거 좀 심한데...'라는 투덜거림이 튀어 나왔습니다. 이건 마치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들어간 기분이었습니다.

[백사대전]은 그런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중국 영화가 오랜 기간 숙련해온 꽤 괜찮은 액션 장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액션 배우로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연걸을 캐스팅함으로서 법해와 요괴의 결투 장면은 개인적으로 꽤 좋았습니다.

하지만 특수효과에서는 역시 부족함을 드러냈는데, 특히 백사와 청사의 묘사 부분은 낯 뜨거울 정도로 조잡했습니다. 거의 20년 전 [청사]를 볼 때는 그런 생각이 안들었는데, 20년이 지나는 동안 특수효과에 대한 제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고, 중국 영화의 특수효과 기술은 그러한 제 눈높이를 미처 따로오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감정의 과잉이 문제이다.

 

그리고 스토리 라인 부분도 냉탕과 온탕을 오고 갔습니다. [천녀유혼]식의 요괴와 인간의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청사]의 주제이기도 했던 선과 악의 구분에 대한 질문 등 [백사대전]은 적절하게 [천녀유혼]과 [청사]를 교합시킵니다.

특히 박쥐 요괴에게 물린 후 요괴가 되어 버린 범해의 제자 장면은 효과적으로 이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는데, 인간과 요괴의 조화로운 세상 속에 요괴는 무조건 인간 세상의 악이라는 범해의 생각은 흔들리게 됩니다.

하지만 [천녀유혼]에서 영채신(장국영)과 섭소천(왕조현)의 슬픈 사랑을 감정 적절하게 조절해 나갔던 정소동 감독은 [백사대전]에서는 감정 조절에 실패하고 맙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백사 백소정과 허선의 이별 장면은 과도한 감정의 과잉으로 오히려 슬픔 보다는 뻘쭘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이렇듯 [백사대전]은 아쉬운 특수효과와 마지막 감정 조절 실패로 제 2의 [천녀유혼]이 되기엔 부족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동안 [천녀유혼]의 기억을 되살리며 꽤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