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유위강, 맥조휘
주연 : 유덕화, 양조위, 여명, 진혜림, 진도명
개봉 : 2004년 7월 2일
관람 : 2004년 7월 3일
[무간도]는 정말 대단한 영화입니다. 범죄 조직에 잠입한 경찰의 스파이 진영인(양조위)과 경찰 내부에 잠입한 범죄 조직의 스파이 유건명(유덕화)이라는 상반되면서도 서로 닮은 처지에 놓인 캐릭터만으로 90년대 이후 사라졌던 홍콩 영화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으니 말입니다.
1편인 [무간도]는 정말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 홍콩 느와르는 이제 완전히 죽었다고 생각했던 제게 [무간도]는 홍콩 느와르가 이렇게 건재함을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어찌보면 [무간도]는 수없이 자기복제끝에 스스로 관객의 외면을 받아야했던 이전의 홍콩 느와르 영화들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습니다. 스토리 라인도 평범하고, 이전의 홍콩 느와르 영화에 닮고도 닮도록 출연했던 유덕화와 양조위가 다시 주연을 맡았으니 이 영화가 흔하디 흔한 홍콩 느와르의 부활이라는 허황된 꿈을 안고 시작된 시대착오적인 영화처럼 보였던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무간도]는 그러한 제 생각을 일시에 부숴버렸습니다. 평범하지만 잘 짜여진 스토리 라인은 이전의 홍콩 느와르 영화들이 말도 안되는 총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했던 것과는 달리 총싸움을 자제하고 그대신 치밀한 구성에 의한 긴장감을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그러한 긴장감은 홍콩 느와르 영화의 고질적인 약점인 억지 비극에서 [무간도]를 건져내는 성과를 거둡니다.
2편인 [무간도 2 : 혼돈의 시대]에 대한 편견은 [무간도]보다 심했습니다. 홍콩 영화중 속편이 재미있었던 경우는 [영웅본색 2]밖에 없었기에 [무간도]를 재미있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무간도 2]에 전혀 기대를 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여문락, 진관희라는 생소한 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으므로 전편에서 멋진 연기를 펼쳐던 유덕화, 양조위라는 스타 시스템에 의한 영화적 재미도 기대할 수 없었고, 스토리 라인도 1편의 과거라고하니, 이건 완전히 [무간도]의 성공으로 돈벌이나 해보려는 상업적인 시도로 만들어진 억지 속편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무간도 2] 역시 이러한 제 편견을 여지없이 날려버립니다. [무간도 2]는 [무간도]와는 또다른 재미를 안겨줬습니다. 왠지 홍콩 느와르라는 장르에서 벗어나 헐리우드의 갱스터 무비를 보는 듯한 느낌은 제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었으며, 결국 그러한 [무간도 2]의 재미로인하여 저는 오히려 [무간도]보다 [무간도 2]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무간도 3 : 종극무간]으로 이 놀라운 홍콩 영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리즈는 막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미 [무간도]와 [무간도 2]를 통해 홍콩 영화에 대한 제 안좋은 편견이 산산조각이 난만큼 저는 [무간도 3]에 대한 기대를 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1. 과거에 대한 단절이 아쉽다.
하지만 [무간도 3]는 시작부터가 좋지 않았습니다. [무간도 3]는 끊임없이 과거에 집착합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진영인이 죽기 6개월전부터 보여주더니만 영화의 중간중간에 자꾸만 과거로 회귀하려합니다.
시리즈 영화가 전편과 연결이 되어있어야함은 분명 당연한 일입니다. [무간도 3부작]역시 분명 진영인과 유건명이라는 두 캐릭터에 의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무간도 2]는 [무간도]의 과거로 갔고, [무간도 3] 역시 [무간도]의 미래를 주요 스토리 라인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간도 3]는 [무간도]의 미래에 안주하지 못합니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과거인 [무간도]의 시절로 관객들을 안내합니다.
그러므로써 생기는 문제점은 바로 스토리 라인의 복잡함입니다. 제가 [무간도]를 본것이 벌써 1년 6개월전이고, [무간도 2]를 본것은 6개월전입니다. [무간도]와 [무간도 2]를 분명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이 영화의 세세한 것까지 기억은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무간도 3]는 처음부터 [무간도]를 기억해내라고 관객에게 요구합니다. 6개월전 보았던 [무간도 2]도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과 영화에 대한 재미만 기억이 나는 제게 [무간도 3]는 1년 6개월전 본 [무간도]를 세세하게 기억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반지의 제왕]처럼 아예 처음부터 하나의 영화를 3개의 영화로 나누지않는한 시리즈 영화는 어느정도 전편과 단절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분명 하나의 스토리 라인으로 엮어져 있으면서도 각각의 영화만 봐도 충분히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지못하고 속편이 너무 전편에 얽매인다면 속편의 재미는 전편의 스토리 라인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냐에 좌우되기 때문에 몇몇 매니아급 관객들에게만 영화적 재미를 안길 수 있는 겁니다. [무간도 2]는 바로 그러한 전편에 대한 적절한 단절을 잘 해냈습니다. [무간도]를 보고 [무간도 2]를 봤다면 분명 더 큰 재미를 느꼈을테지만 [무간도]를 보지않고 [무간도 2]만 봤더라도 [무간도 2]는 이해하는데에 전혀 무리가 없었을 것이며, 영화에 대한 재미도 분명 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무간도 3]는 그러지 못합니다. [무간도]를 보지않고 [무간도 3]를 본다면 도저히 스토리 라인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며, [무간도]를 봤다고하더라도 [무간도]의 세세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복잡한 스토리 라인에 붙잡혀 전혀 영화에 대한 재미를 느낄수 없을 겁니다. 그렇게 [무간도 3]는 기대보다는 실망으로 제게 시작되었습니다.
2. 로맨스라는 새로운 재미를 찾아내다.
[무간도]와 너무 깊숙히 연결된 나머지 너무 복잡하게 꼬여버린 스토리 라인때문에 영화에 대한 재미를 서서히 잃어갈때쯤 이 영화는 새로운 재미를 재미를 제시합니다. 그것은 바로 진영인과 이심아(진혜림)의 안타까운 사랑입니다.
홍콩 느와르는 사나이들의 의리와 비극적인 사랑을 주요 테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마지막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것도 의리때문이던가, 아니면 사랑때문입니다. 하지만 [무간도]는 의리도, 사랑도 없습니다.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다보니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할 뿐입니다. 하지만 [무간도 2]에서는 유건명의 배신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개입시킴으로써 진영인에 비해서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없었던 유건명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이제 [무간도 3]에서는 [무간도]이 캐릭터중에서 관객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진영인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새로운 재미를 관객에게 제시하는 겁니다.
물론 진영인은 [무간도]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며 죽습니다. 그렇기에 [무간도 3]가 진영인과 이심아의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자꾸 과거인 [무간도]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제가 앞에서도 이야기한 과거에대한 단절을 방해하여 스토리 라인을 복잡하게 만드는 악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진영인의 그 안타까운 눈빛을 잊을 수 없는 저같은 관객에겐 오히려 새로운 재미의 발견이기도 합니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아오이를 연기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던 진혜림과 슬픈 눈빛을 가진 양조위가 연기한 사랑 이야기는 진영인에 대한 향수를 더욱 자극시킵니다. 그러한 향수는 영화의 초반 자꾸 과거로 회귀하려함으로써 스토리 라인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무간도 3]에 대한 불만을 어느정도 해소시킵니다. 최소한 그렇게라도 과거로의 회귀함으로써 우리는 양조위의 그 슬픈 눈빛을 다시 만날 수 있고, 그의 이룰수없었던 슬픈 사랑과 마주칠 수 있으니 말입니다.
3. 유덕화라는 배우를 발견하다.
진영인과 이심아의 안타까운 사랑이 과거에서 진행되는 순간 현재에선 유건명의 불안한 심리가 영화를 더욱 비극으로 치닫게 합니다.
솔직히 이 영화 이전까지 유덕화는 배우가 아닌 한명의 스타에 불과했습니다. [무간도]에서조차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으면서도 양조위의 열연에 막혀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던 유덕화는 그러나 [무간도 3]에 이르러 진정한 주인공으로 거듭납니다.
범죄 조직에 의해 경찰의 스파이로 심어졌고, 자신의 신분을 지키기위해 보스인 한침(증지위)을 죽이고, 경찰에 스파이로 심어진 동료 스파이들을 차례로 죽였던 유건명은 결국 악역도 그렇다고 선한역도 아닌 뭔가 불분명한 캐릭터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무간도 3]에 이르러서는 그는 자신의 신분이 들통날지도 모른다는 심한 심리적 압박과 악한 편이 아닌 선한 편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이 부딪히며 결국 정신적인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유건명을 연기한 유덕화는 예전에는 미처 볼 수 없었던 섬세한 연기를 통해 유건명의 정신적 착란을 잘 표현해냅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선 [무간도 3]의 새로운 캐릭터인 양금영(여명)이 유건명에 맞서 새로운 갈등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양금영은 진영인이라는 캐릭터가 1편에서 죽음으로써 생겨버린 빈공간을 착실하게 채워냅니다. 하지만 연기력으로만 따진다면 분명 유덕화보다 한수위라고 평가해도 될만한 만만치않은 연기력을 가진 여명조차도 [무간도 3]에서만큼은 유덕화의 연기에 가려집니다. 유덕화의 뛰어난 연기는 유건명과 양금영의 갈등구조와 함께 유건명의 심리적 압박을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함으로써 관객의 긴장감을 늦출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신적 착란은 이 영화가 왜 그토록 과거로 회귀하려했는지 마지막에 가서야 설명합니다.
4. 완벽한 반전... 이 반전을 위해 모든 것이 존재했다.
너무 과거에 얽매인 복잡한 스토리 라인으로인해 오히려 [무간도 시리즈]의 재미를 잃었다고 생각했던 저는 마지막 반전을 맞이하며 완전히 뒷통수를 맞아야했습니다. 이 영화는 그 마지막 반전을 관객에게 선사하기위해 자꾸 과거로 회귀하려 했던겁니다.
이 영화의 이 놀라운 마지막 비극은 [무간도]의 그 놀라운 긴장감과 [무간도 2]의 홍콩 느와르와 헐리우드 갱스터의 색다른 만남에 의한 재미를 능가하는 [무간도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완벽하게 어울리는 끝맺음이었습니다. [무간도 3]의 스토리의 복잡함을 탓했던 저는 결국 [무간도 3]를 보기전에 미리 [무간도]를 답습함으로써 [무간도 3]를 완전히 즐길 준비를 안한 제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또하나의 제가 좋아하는 시리즈 영화가 막을 내렸습니다. [매트릭스]와 [반지의 제왕]에 이해 [무간도]까지 끝이 난겁니다. 맥조휘와 유위강 감독은 [무간도]의 진정한 팬을 위한 마지막 비극을 준비했으며, 그러한 마지막은 스토리의 복잡성으로 인하여 약간의 어려움을 겪게했지만 결국은 그 어떤 홍콩 느와르 영화들도 제게 안겨줄 수 없었던 거대한 비극을 선사해 줬습니다.
몇년뒤 제가 DVD 플레이어를 갖게된다면 그때 [무간도 3부작]를 DVD로 구입하고 하루를 몽땅 투자하여 조용히 3부작을 함께 보며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를 다시한번 느껴보고 싶습니다. 1편에서 2편을 보게된때까지의 1년 6개월의 시간과 2편에서 3편을 보게된때까지의 6개월의 시간에 의해 가로막혀 제가 느끼지 못한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를 전 미래로 기약해 놓겠습니다. 과연 그런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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