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 익스프레스]라는 영화를 보다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는 주인공 남자 아이를 바라보며 그의 부모는 '이젠 마법이 깨진거지.'라며 안타까워합니다.
저와 함께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던 웅이가 제게 묻습니다.
"아빠, 왜 마법이 깨진거라고 그래요?"
웅이의 물음에 저는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응, 산타할아버지를 믿지 않으면 마법이 깨지면서 어른이 되는 거란다. 우리 아들은 산타 할아버지를 믿니?"
"그럼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도 주는걸요."
아직 동심이라는 마법이 깨지지 않은 웅이를 보며 저는 안도의 숨을 쉽니다.
언젠가는 웅이도 마법이 깨지겠지만... 그래도 동심이라는 아름다운 마법의 세계에서 좀 더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폴라 익스피레스]를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구피가 갑자기 외칩니다.
"아참, 오늘 개기월식한다던데... 10년 만의 월식이래."
구피의 그 한마디에 [폴라 익스프레스]에 푹 빠져 있던 웅이는...
"나, 개기월식 보고 싶어요." 라며 절 간절히 쳐다봅니다.
그때 시간이 밤 9시 30분.
웅이가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지만 웅이와 함께 개기월식을 볼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개기월식을 본 장소는 공항 이마트.
구피는 쇼핑하고, 텅빈 야외 주차장에서 웅이와 저는 차를 세워놓고 추위에 덜덜 떨면서 개기월식을 구경했답니다.
저희 가족이 공항 이마트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 경.
9시 45분부터 시작했다는 개기월식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공항 이마트에 들러서 망원경을 사고 싶었는데 팔지 않더군요.
아쉬운 마음에 사진만 열심히 찍었답니다.
저희 집 카메라인 올림푸스로 최대한 확대해서 찍은 개기월식 사진입니다.
좀 더 좋은 카메라가 있었다면 환상적인 장면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이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는...
삼각대 없이 사진을 찍으려니 사진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사진은 수도 없이 많이 찍었는데 정작 흔들리지 않은 사진이 별로 없어서 안타까운...
이 사진도 약간 흔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나마 잘 나온 사진 축에 낍니다. ^^
시간은 11시 30분경.
개기월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달이 붉게 바뀌었습니다.
두 눈으로 봐도 선명한 붉은 달은 보며 웅이는 연신 '우와!'라며 탄성을 질렀답니다.
사진을 찍다가 손이 흔들려서 망친 사진들.
그런데 이렇게 올려 놓고 보니 오히려 잘 나온 사진보다 이렇게 망친 사진들이 더 멋져 보이는...
무슨 UFO 사진 같지 않나요? ^^
온 가족이 함께 한 추운 겨울밤의 개기월식 쇼쇼쇼
과학적으로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이 되어 지구의 그림자에 달이 가려진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웅이와 함께 한 겨울 밤의 개기월식은 그런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었답니다.
다음 개기월식은 2018년 1월 31일이라고 하네요.
그때에는 웅이도 동심이라는 마법이 깨져버린 사춘기 소년이겠죠.
어쩌면 우린 그날도 함께 개기월식을 보며 2011년 12월 추운 겨울밤의 개기월식을 회상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분명 저는 동심이라는 마법이 아직 깨지지 않았던 순수했던 웅이의 모습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제 가슴 속에 자리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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