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영화에 대한 생각들

여배우의 파격 노출... 득(得)일까? 실(失)일까?

쭈니-1 2011. 12. 2. 11:40

 

 

오인혜의 노출 드레스와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의 상관관계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단연 화제를 몰고온 인물을 한 명 꼽으라면 저는 오인혜를 선택하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오인혜라는 배우의 존재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고, 그녀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홍보를 한 자신의 주연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이라는 영화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건 아마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인혜는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서 파격적인 노출 드레스를 입고 나옴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의 영화 홍보도 효과적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오인혜의 노출 드레스 덕분에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12월 8일 개봉을 앞두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12월 8일이라면 전 주에 개봉한 [브레이킹 던 part 1]이 건재하며,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 감독과 제작자로 조우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이 개봉하는 주이고, 그 다음 주에는 톰 크루즈가 내한하며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이 개봉합니다. 한마디로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대 격돌을 하는 전쟁터 그 한가운데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오인혜의 노출 드레스 덕분에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무늬만 개봉인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으로 보입니다. 벌써부터 영화 속 오인혜의 노출 장면이 파격적이라며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을 보면 최소한 무관심 속에 조용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에게는 좋은 현상이죠. 하지만 이렇게 [븕은 바캉스 검은 웨딩]을 듣보잡 영화에서 벗어나게 해준 일등공신 오인혜에게도 좋은 현상일까요? 

 

 

[씨받이]로 국민 여배우가 된 강수연

 

여배우의 노출은 영화 또는 배우 그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우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경우부터 살펴보죠.

제 기억으로는 노출 연기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배우는 단연 강수연입니다. 강수연은 1986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를 통해 제 44회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그녀는 일약 국민 여배우로 발돋음하게 됩니다.  

분명 [씨받이]는 그냥 야한 영화로 치부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 가부장적 질서에 의해 유린당한 여성의 이야기라는 임권택 감독의 문제 의식은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가련한 여인의 이야기로 탄생되었고, 이제 갓 20살이 된 어린 배우 강수연의 과감한 노출 연기는 임권택 감독의 주제 의식을 더욱 살려주었습니다.

[씨받이]를 통해 일약 세계적인 배우 대우를 받게 된 강수연. 하지만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그대 안의 블루]를 제외하고는 그녀가 주연을 맡은 그 수많은 영화들은 그다지 높은 흥행 스코어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수연은 아직 톱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씨받이]의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미지가 얼마나 강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미지 변신의 지름길 노출 연기

 

[씨받이]의 강수연과 같이 국제 영화제 수상이라는 프리미엄이 붙는다면 노출 연기는 여배우에게 큰 득이 됨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굳이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노출 연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은 배우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배우가 전도연입니다.

[해피엔드]에 출연하기 전, 전도연은 그저 귀여운 배우에 불과했습니다. [접속], [약속], [내 마음의 풍금] 등의 영화로 흥행 배우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녀의 귀여운 이미지를 깨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전도연은 파격적인 선택을 합니다. 바로 [해피엔엔드]에서 노출 연기를 선보인 것이죠. 그 전까지만 해도 여배우의 노출 연기에 관대하지 않았던 관객들은 청순미의 대명사이기도 했던 전도연의 연기에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도연의 모험은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해피엔드]를 통해 전도연은 그저 귀엽고 예쁜 배우가 아닌 진정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임을 드러냈고, 이후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너는 내 운명], [밀양] 등 폭넓은 연기력을 지닌 진짜 배우로 발돋음할 수 있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너무 빨리 세상을 등진 여배우 이은주도 데뷔 초기 노출 연기를 통해 진정한 배우로 거듭 태어난 케이스입니다.

TV 드라마 [카이스트]를 통해 이름을 알린 그녀는 박종원 감독의 문제작 [송어]로 영화계에 데뷔했지만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그 다음으로 선택한 영화가 바로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입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항상 그렇듯 찌질한 남자들의 연애담을 담은 이 흑백 영화에서 이은주는 신인 여배우로는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선보였고, 대개의 신인 여배우들이 예쁘장한 캐릭터에 몰두하고 있던 시절 이은주는 다른 여배우와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였습니다.

이후 [번지점프를 하다], [연애소설]과 같은 예쁘장한 영화와 [주홍글씨] 같은 파격적인 분위기의 영화들에 번갈아 출연하며 2000년대 초반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성장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은주를 상당히 좋아했는데 그녀가 안타까운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 배우가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노출도 불사하지않은 이은주의 연기 열정이 있었습니다.

 

 

노출 연기 데뷔로 그 벽에 갇힌 배우들

 

하지만 여배우가 노출 연기를 통해 긍정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는 경우는 영화의 작품성이 인정되었을 경우입니다. 만약 작품성을 인정받지 못한 영화에서 섣부르게 노출 연기를 펼쳤다면 오히려 배우 인생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그 대표적인 배우가 박영선입니다. 톱모델로 유명했던 박영선은 활동 영역을 영화계로 넓힙니다. [자전거를 타고 온 연인], [연애는 프로, 결혼은 아마츄어] 등이 그녀가 출연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박영선은 모험을 결심합니다. 그것은 바로 파격적인 노출 연기였습니다.

강정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당시 톱 배우중 하나였던 최민수가 주연을 맡은 영화 [리허설]에서 박영선은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선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비평가들의 혹평과 관객의 외면 속에 조용히 사라져 버렸고, 박영선은 더 이상 영화에 출연하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도전은 오히려 그녀의 연기 인생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죠.

박영선과 같은 경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여균동 감독의 포르노 그라피 [미인]에서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데뷔했던 이지현은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그저 그런 배우에 머물고 있으며, '룰라'라는 혼성 그룹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김지현은 '룰라' 해체 이후 영화 배우의 길을 모색하며 박재호 감독의 [썸머타임]에서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펼쳤지만 역시 그 영화가 그녀에겐 마지막 영화가 되었습니다.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에서 음모 노출이라는 지금까지의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노출을 감행했던 김태연 역시 영화의 화제성과는 별도록 [거짓말]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으며, 아역 탤런트의 이미지를 벗고자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였던 이재은은 [노랑머리]에서 동성애 연기까지 선보이는 파격을 선택했지만 역시 이후 인상적인 배우 활동을 펼쳐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정선경이 '엉덩이가 예쁜 여자'로 유명세를 탄 후 [돈을 갖고 튀어라], [개같은 날의 오후] 등의 흥행작에 출연했지만 역시 그녀가 맡은 캐릭터는 술집 여자 등으로 한정되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최근 여배우 노출 연기 화제가 되었던 영화들

 

제가 너무 옛날 영화 이야기만 한다고요? 흠...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그렇다면 요즘 영화들로 눈을 돌려보면... 제 기억으로는 여배우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로 [쌍화점], [방자전] 그리고 [나탈리]가 떠오르네요.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쌍화점]과 [방자전]은 사극이며, 흥행에도 성공했고,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여배우를 캐스팅했습니다. 그에 비한다면 [나탈리]는 현대극이고, 흥행에 실패했으며, 신인급 여배우를 캐스팅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재미있게도 극과 극입니다.

송지효는 [쌍화점]을 통해서 배우로서의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물론 그녀의 인기가 오른 것은 TV  예능프로인 '런닝맨'도 한 몫했지만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 [썸], [색즉시공 시즌 2] 등으로 배우로서의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그녀로서는 [쌍화점]은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될 영화임에 분명해보입니다.

[방자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지도 비해 대표작이 없던 배우 조여정은 [방자전]을 통해 주연급 배우로 발돋음했습니다. 단, 그녀가 [방자전] 이후 선택한 영화가 [후궁 : 제왕의 첩]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자전]과 같은 사극으로 파격적인 노출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이므로 그녀의 이미지가 굳어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정선경처럼 말입니다.

그에 비해 [나탈리]의 박민경은 국내 최초 3D 영화에 파격적인 노출 연기라는 화제를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며 그녀의 연기 생활도 주춤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그녀는 [ID 백설공주]라는 신작을 준비중인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영화의 성패가 그녀에겐 중요할 것입니다.

 

 

 

모든 것은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과 오인혜 본인의 연기력에 달려 있다.

 

참 많은 영화에서 여배우들이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으로는 그러한 노출 연기가 여배우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의 오인혜도 불안해 보입니다.

하지만 앞의 영화들의 예에서 보듯이 영화가 흥행성을 인정받고 오인혜가 연기력을 인정받는다면 오히려 과감한 오인혜의 선택은 그녀의 연기 인생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의 작품성과 오인혜의 연기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