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월 1일) 매서운 추위를 뚫고 종로의 서울극장까지 멀고도 먼 길을 해쳐나가며 [디센던트]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구피는 [디센던트]의 개봉일인 2월 16일까지 기다렸다 동네 멀티플렉스에서 봐도 될 것을 왜이리 고생을 해가며 봐야 하냐고 가벼운 항변을 했지만, 사실 2월 16일에는 [하울링]을 비롯하여 [아티스트], [고스트 라이더 : 복수의 화신], [더 그레이] 등 기대작이 무려 6편이나 개봉하기에 [디센던트]만큼은 시사회로 일찍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게다가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영화잖아요. 그가 누구냐고요? [어바웃 슈미트]로 제게 의외의 재미를 안겨줬으며 [사이드웨이]로 저를 홀딱 반하게 했던 인물입니다. 그의 영화는 잔잔하지만 그 잔잔함을 넘어서는 소소한 웃음과 감동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시사회를 선호하지 않으면서 [디센던트] 시사회만큼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굳이 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영화 이야기를 쓰기 위해 [디센던트]의 영화 정보를 보다가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디센던트]에 대한 미국과 우리나라 포스터의 미묘한 차이와 그로인한 엄청난 의미의 차이입니다.
왼쪽의 포스터가 미국의 포스터이고, 오른쪽의 포스터가 우리나라의 포스터입니다. 우리나라의 포스터에는 [디센던트]의 화려한 수상 경력을 나열한 것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없어보이시죠? 그런데 사실 이 두 포스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조지 클루니의 시선입니다.
미국의 포스터에서 조지 클루니는 해변가에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는 [디센던트]의 내용, 주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사고와 죽음,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알게 되는 아내의 비밀. 하지만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맷 킹에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상처받은 두 딸에 대한 걱정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비밀 때문에 반항심이 커진 큰 딸과, 어머니의 부재로 조기 성숙한 막내 딸. 맷 킹은 죽어가는 아내에 대한 비밀보다 이 두 딸의 성장과 방황에 더욱 당황스러워합니다. 미국 포스터는 조지 클루니의 시선으로 그러한 맷 킹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하지만 한국 포스터에는 뒤를 돌아 두 딸을 바라보는 조지 클루니의 시선을 조금 바꿉니다. 뒤를 보는 미국 포스터와는 다르게 우리나라 포스터에서 조지 클루니는 옆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디센던트]의 화려한 수상 경력이 훈장처럼 달려있습니다. 이는 이 영화의 수입사가 [디센던트]의 화려한 수상 경력을 관객에게 어필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렇게 대단한 영화이니 여러분도 보세요.'라는 외침입니다.
수입사의 그러한 전략이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먹혀들어갈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미국 포스터가 더 마음에 드네요.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듯한 조지 클루니의 근엄한 표정보다 두 딸을 걱정하는 조지 클루니의 쓸쓸한 뒷모습이 제겐 [디센던트]라는 영화와 더 잘 어울려 보입니다.
P.S. [디센던트]의 영화 이야기를 쓰기 전에 두 포스터의 미묘한 차이가 재미있어 영화에 대한 잡담글 먼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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