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

쭈니-1 2011. 11. 24. 08:33

 

 

감독 : 브라이언 싱어

주연 : 가브리엘 번, 케빈 스페이시, 스테판 볼드윈

 

 

* 해설

 

'라스트 10분. 패배자는 바로 관객' 이것이 바로 [유주얼 서스펙트]의 광고문이다. 과감하게 관객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 영화의 감독은 올해 겨우 27세인 브라이언 싱어이다. 미국의 메이저 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답게 이 영화엔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국내에 소개된 위노라 라이더 주연의 [작은 아씨들]에서 잠시 등장하는 가브리엘 번과 볼드윈가의 막내 스테판 볼드윈 정도가 관객에게 낯이 익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히어로는 영화의 화자인 버벌 킨트 역의 케빈 스페이시. [쎄븐]에서 희대의 살인마 연기를 해냈던 그는 이 영화로 68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해 할리우드의 성격파 배우로 자리잡았다.

이 영화는 스페이시가 받은 남우조연상 외에 크리스토퍼 매커리가 각본상을 수상함으로서 독립영화로는 의외로 아카데미를 두개나 수상했으며 95년 동경영화제 영시네마부문 대상, 95년 칸 영화제 공식 초청되는 등 95년에 가장 주목받는 영화가 되었고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전미 비평가협회 21세기 차세대 감독으로 지명되는 영광까지 안았다.

 

* 줄거리

 

미국 캐리포니아주 산 페드로 항구의 부두에서 엄청난 유혈극이 벌어지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27명 사망, 1명 중상, 9천1백만 달러가 증발한다. 이 대사고에서 단 1명의 범인 버벌 킨트(케빈 스페이시)가 살아 남아 경찰에 붙잡힌다.

경찰 특수요원 쿠잔이 버벌을 신문한다. 하도 머리가 좋아 범죄조직 내에서도 총보다 펜을 잡고 작전 계획을 주로 담당했다는 버벌은 쿠잔에게 지난 6주간 그들 일당이 벌였다는 범죄 행위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때부터 신문실의 팽팽한 대화와 버벌이 털어놓은 과거 범죄 장면의 회상을 교차시켜 나간다.

그에 따르면 대 참사는 카이로 소제라는 지하 범죄조직의 보스가 치밀한 계획아래 전직 경관, 깡패, 사기꾼 등 5명의 범죄 전문가들을 조종해 진행돼 왔다는 것. 총기 도난 사건으로 경찰 용의자로 지목된 전직 경찰 딘 키튼(가브리엘 번), 마이클 맥마저즈(스테판 볼드윈), 호크니, 프레드 그리고 버벌은 의기투합하여 경찰을 골탕먹이기로 한다.

그들은 보석을 빼앗아 레드풋이라는 장물애비에게 넘긴다. 레드풋은 이들에게 사울이라는 보석상인을 터는 일을 의뢰하고 이들 다섯은 본의 아니게 사울을 죽이게 된다. 그 일로 인해 그들은 암흑가의 전설적 존재인 카이로 소제의 변호사 고바야시를 만나게 되고, 고바야시는 그들에게 산 페드로 항구의 소제의 라이벌 마약상인들의 배를 터는 일을 의뢰한다. 겁에 질린 프레드는 도망가지만 곧 변사체로 발견되고 꼼짝없이 소제의 명령에 굴복해야 할 위기에 처한 딘, 맥, 버벌, 호크니는 드디어 배에서 일대 격전을 벌이게 되고 버벌만 살아 남는다.

과연 카이로 소제는 누구일까? 쿠잔은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딘 키튼이 카이로 소제임을 확신하고 버벌은 가석방된다. 하지만 이때 쿠잔은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 버벌이 한 모든 이야기는 그가 꾸며낸 이야기인것. 결국 카이로 소제는 바로 버벌인 것이다. 버벌은 유유히 경찰서에 나와 쿠잔을 비웃는다.

 

* 감상평

 

관객에게 사랑받는 영화 장르 중 가장 으뜸은 역시 수사극이다. 그러나 최근 할리우드 수사극들은 액션에 치중했고 이제 범인이 누구인지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홈즈식 수사극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유주얼 서스펙트]는 수사극의 완벽한 부활이다.

과연 카이로 소제란 인물은 누구인가? 관객과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두뇌 싸움은 일단 싱어 감독의 승리이다. 하지만 그 승리가 완벽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결말은 외외이지만 관객은 아직 어리둥절하다.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수사극에 길들여져 있던 관객들은 복잡한 이 영화에 백기를 든 것이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너무 시대를 앞서 갔다고나 할까? 관객은 영화의 선전문구처럼 패배했지만 그 패배는 그리 유쾌하지 않다.

 

 

1996년 4월 14일

VIDEO

 

 

 


 

 

2011년 오늘의 이야기

 

이젠 [식스센스]와 함께 반전 영화의 교과서같은 영화로 그 명성을 높이고 있는 [유주얼 서스펙트]. 하지만 이 영화를 처음 봤던 1996년의 저는 별 네개라는 평범한 별 점과 함께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는 않았네요. 아마도 복잡한 스토리 전개가 문제였던 듯. 하지만 누가 뭐래도 케빈 스페이시의 섬뜩한 연기와 절름발이였던 버벌이 경찰서를 나와 똑바로 걷는 장면에서 오는 소름돋는 반전은 기가 막혔습니다.

지금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정상급 감독으로 성장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이 영화를 연출할 당시 나이가 27세였군요.(아마도 만으로 계산한듯... 브라이언 싱어는 1966년생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27세에 뭘했는지... 새삼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