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파퍼씨네 펭귄들] - 아빠가 되고나니 이런 영화가 좋아지더라.

쭈니-1 2011. 10. 13. 11:00

 

 

감독 : 마크 워터스

주연 : 짐 캐리, 칼라 구기노, 안젤라 랜스버리

 

 

결혼하기 전에는 내가 싫어하는 류의 영화였다.

 

결혼하기 전 저는 가족주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브렛 래트너 감독의 [패밀리 맨]인데, [패밀리 맨]은 일 밖에 모르던 남자(니콜라스 케이지)가 자신이 사회에서의 성공을 포기하고 사랑하던 여자(티아 레오니)를 선택했을 경우의 삶을 경험하게 되면서 결국 사회에서의 성공을 포기하고 좋은 아빠가 된다는 내용의 전형적인 가족주의 영화입니다.

미국 영화를 보다보면 그런 식의 영화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정을 위해서 주인공(남자건 여자건)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야망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인가? 솔직히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가정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신의 인생은 가족들이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닌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혼하기 전 그런 제 생각에 입각한다면 [파퍼씨네 펭귄들] 역시 가족주의에 입각한 조금은 짜증나는 영화입니다. 이혼한 아내와 두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일을 포기하는 파퍼(짐 캐리)를 보며 아마도 저는 '왜 파퍼만 포기하고, 파퍼만 희생해야 하지? 가족들은 아빠의 일에 대해서 왜 이해를 해주려 하지 않는거지?'라고 투덜거렸을 것입니다.

 

결혼하고 나니 이런 류의 영화가 좋아지더라.

 

다행스럽게도 눈에 콩깍지를 쓰고 저와 결혼해준 구피 덕분(?)에 저는 결혼을 했고, 웅이라는 9살된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이기적입니다. 가정을 위해 내 모든 것을 희생할 생각이 전혀 없고,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취미 생활을 위해 가끔 가족을 외면하기도 합니다. 어제도 아빠 퇴근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웅이를 외면하고 [리얼 스틸]을 보기 위해 퇴근 후 곧바로 극장에 갈 계획을 세웠었으니까요.(결국 못갔습니다. -_-)

암튼 그러한 평범한 가장이 되고 나니 새롭게 깨달은 것은 영화 속 주인공들의 희생은 가족만을 위한, 자식들만을 위한 희생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러한 희생에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도 포함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구피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다행스럽게도 구피는 아주 작은 일에 행복을 느낍니다.), 웅이가 꺄르르 웃는 모습을 보았을 때(웅이는 한번 웃음보가 터지면 배꼽을 움켜잡고 아예 뒹굽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저는 그 어떤 사회적 성공을 거두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보다, 제가 좋은 하는 그 어떤 취미를 할 때보다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결국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나니 영화 속 너무 뻔해 보이던 주인공의 희생이 공감이 된 것입니다. [파퍼씨네 펭귄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펭귄에게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다.

 

[파퍼씨네 펭귄들]은 아주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부재를 겪었던 파퍼는 어른이 되어서 성공적인 직장인은 되었어도 좋은 남편, 좋은 아빠는 되지 못합니다. 아내와 이혼했고, 아이들과 떨어져 사는 파퍼. 그런 그에게 소식조차 없던 아버지의 죽음 소식과 함께 유산으로 살아 있는 펭귄 여섯 마리가 전해집니다.

당연하겠지만 처음 파퍼는 이 성가신 동물들로 인하여 평온한 일상이 깨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괴로워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펭귄을 좋아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당분간 펭귄을 기르게 됩니다. 그렇게 펭귄과 함께 생활하며 그는 펭귄을 위해 자신의 일과 생활을 일부분 포기하게 되고, 새롭게 탄생하는 아기 펭귄들을 보며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한 것입니다.

이 영화는 조금 뜨끈미지근한 가족주의 영화의 전형을 갖추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그 중심에 펭귄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과 동물이라는 할리우드 착한 영화의 단골 소재를 한데 엮은 것인데, 그 효과는 꽤 좋습니다. 뒤뚱거리는 귀여운 펭귄만으로 너무 뻔해 보이는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의 단점이 가려진 것이죠.

 

너무 순진한 결말, 가족도 성공도 포기할 수 없다?

 

게다가 [파퍼씨네 펭귄들]은 가족을 위해 주인공의 사회적 희생시켰던 기존의 가족주의 영화와는 달리 파퍼가 가족을 선택함으로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성공도 이루게 되는 결말을 택합니다. 너무 순진한 결말이라서 '말도 안돼'라는 투덜거림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 나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저랬으면 좋겠다'라는 부러움의 시선도 묻어 났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죠.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야 합니다. 물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사회적 성공과 가정의 선택을 강요하는 기존의 가족주의 영화가 훨씬 현실적입니다. 그들 영화는 대부분 사회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주인공은 행복했다로 결말 짓습니다.

그런데  [파퍼씨네 펭귄들]은 가정을 선택함으로서 사회적으로도 성공하고 행복을 획득합니다. 영화이기에 가능할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도 빈번하게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러한 일은 거의 불가능하죠.

결국 현실의 우리 아빠, 엄마 들은 가정의 행복과 사회적 성공을 적당히 저울질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영화 속의 아빠, 엄마 보다 현실의 아빠, 엄마가 더욱 고단하죠. 그래도 영화에서만이라도 저런 판타지를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파퍼씨네 펭귄들]은 그런 판타지를 완벽하게 보여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