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스톤] - 달콤한 코코아를 기대했는데, 쓰디쓴 커피였다.

쭈니-1 2011. 10. 6. 11:53

 

 

감독 : 존 큐렌

주연 : 로버트 드니로, 에드워드 노튼, 밀라 요보비치

 

 

화려한 캐스팅 때문에 기대를 안할 수가 없었다.

 

처음 [스톤]이라는 영화의 정보를 봤을 때 저는 '우와! 이런 영화가 있었다니...'라며 놀랬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로버트 드니로, 에드워드 노튼, 밀라 요보비치라는 초호화 캐스팅이 돋보였고, 영화의 내용도 은퇴를 앞둔 가석방 심사관과 그를 이용해서 가석방을 받으려 하는 범죄자의 심리 스릴러 영화였기에 기대를 안할수가 없었습니다.

심리스릴러의 경우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관객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키는 배우들의 연기 대결... 그런 면에서 연기력 하나만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로버트 드니로와 에드워드 노튼의 만남이니 이 영화의 긴장감은 떼논 당상과도 같았습니다.

게다가 밀라 요보비치라니... 두 남자의 팽팽한 심리 게임에 개입되는 요염한 팜므파탈. 이건 뭐 화룡점정과도 같습니다. 연기파 배우들의 팽팽한 긴장감과 섹시한 여전사 이미지를 지닌 여배우의 팜므파탈. 저는 이 달달한 스릴러를 즐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기대와는 다른 영화를 봤을 때의 당혹감.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스톤]이 너무 지루하고 졸리웠습니다. 영화를 보며 이렇게 졸음과 사투를 벌이며 본 기억이 까마득하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러한 당혹스러움은 [스톤]이 제가 기대했던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가석방 심사관 잭(로버트 드니로)과 범죄자 크리슨(에드워드 노튼)의 팽팽한 심리 게임이 전개되었고, 크리슨이 잭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게 하기 위해 아내인 루세타(밀라 요보비치)를 이용하는 것까지는 제 예상 그대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크리슨이 내면의 평화로움을 깨닫기 시작하는 부분부터는 [스톤]은 스릴러가 아닌 종교 영화로 흘러가는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흐름이었기에 저는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반 이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갑자기 느슨해지고, 선(잭)과 악(크리슨)이 갑자기 뒤 바뀌고, 캐릭터들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달달한 스릴러를 기대했던 저는 갑자기 어렵고 무거워진 주제에 뒷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에 주목하자.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저는 이 영화를 천천히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 영화의 첫 장면이 상당히 중요했을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스톤]입니다. '스톤'은 크리슨의 별명입니다. 그는 잭과의 첫 면담에서 자신의 이름은 제랄드 크리슨이지만 자기는 스톤이라 불리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저는 크리슨을 중심으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그런데 [스톤]은 제목과는 달리 잭의 젊은 시절로 시작합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어느 중산층 가정. 멀뚱히 골프 중계를 보는 남편과 어린 딸을 이제 막 재운 아내가 있습니다. 아내는 결국 남편에게 감옥같다며 떠나겠다고 선언하고 남편은 잠든 어린 딸을 창 밖으로 던지겠다고 아내를 협박합니다.

이 장면의 의미를 처음 영화를 볼 땐 몰랐습니다. 크리슨을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된다면 당연히 영화의 첫 장면은 크리슨이 저지른 방화 사건으로 시작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스톤]은 처음부터 잭의 젊은 시절을 보여주며 '당신이 예상했던 그런 영화가 아니야.'라고 선전포고를 했던 것입니다. 

 

당신은 어떤 죄를 짊어지고 사는가?

 

전형적인 심리, 에로틱 스릴러로 진행될 것 같았던 이 영화가 크리슨이 종교적 깨우침을 얻으며 급변합니다. 저는 크리슨이 '모든 일은 이미 예정된 것이다'라는 대사에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이해했습니다. 젊은 시절 아내가 떠나지 못하도록 억지로 붙잡았던 잭. 하지만 예정된대로 시간이 흘러 아내는 예정된대로 잭을 떠납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고작 이건가?'라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천천히 영화를 정리해보니 이 영화의 주제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죄를 지으며 살아갑니다. 성서에서는 원죄라고 하는데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원죄를 짓는다고 합니다. 제가 기독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중국의 고대 유학자 순자의 성악설과 맞닿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잭은 겉보기에는 흐트러짐이 하나 없는 죄라고는 전혀 짓지 않는 그런 인간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이브가 선악과의 유혹에 빠지듯이 잭 역시 루세타의 유혹에 넘어갑니다. 그러면서 그의 평온해보이는 인생은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죠. 마치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것처럼.

크리슨은 말합니다. 당신은 죄를 짓지 않았냐고... 그리고 영화는 말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죄인이라고. 중요한 것은 죄를 짓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참회하고 그 속에서 평화를 되찾는 것이라고...

 

달달한 스릴러에 대한 기대감을 애초부터 버려라.

 

제가 [스톤]에 대해서 이해한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영화 자체를 졸음과 싸우면서 봤고, 기독교의 원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으며, 잭과 크리슨의 영화 후반부의 행동들이 제겐 이해 불가였으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스톤]은 달달한 스릴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수입사가 내세운 로버트 드니로와 에드워드 노튼의 팽팽한 연기 대결은 중반 이후에 사라지고, 밀라 요보비치의 섹시한 악녀 연기 역시 기대이하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톤]을 감상하기로 결정하셨다면 달달한 스릴러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제법 무거운 이 영화의 주제에 초점을 맞추시길... 저처럼 잘 못 기대해서 당혹함을 맛보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