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1년 아짧평

[스크림 4G] - 최고의 공포 시리즈를 코미디로 변화시키다.

쭈니-1 2011. 10. 18. 07:30

 

 

감독 : 웨스 크레이븐

주연 : 니브 캠벨, 커트니 콕스, 데이빗 아퀘트, 엠마 로버츠

 

 

공포 영화를 처음부터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아마도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난 공포 영화가 싫어요.'라고 밝힌 것이 수십번은 될 것입니다. 정말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공포 영화만큼은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부터 공포 영화를 싫어했던 것은 아닙니다. 결혼 전에는 하지원 주연의 공포 영화 [가위], [폰]에 열광했고, 결혼 후에도 한동안 여름이면 [인형사], [분홍신] 등 공포 영화를 보러 다녔으니까요.

특히 저는 할리우드의 슬래셔 영화에 푹 빠졌었습니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데스티네이션] 등.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저를 가장 열광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 3부작이었습니다.

[스크림]은 기본적으로 슬래셔 영화이면서 잔인한 장면만을 내세우지 않고 '누가 범인일까?'라는 추리 게임을 제시한 영화입니다. 웬만한 스릴러 영화에서 범인 맞추기 게임을 져 본적이 없다고 자부하지만 [스크림]에서는 번번히 웨스 크레이븐 감독에게 패하고 말았죠. 그래서 시리즈가 진행될 때마다 '이번엔 이길거야.'라며 승부욕을 불태웠으나 영화가 끝나면 여지없이 범인을 못맞추고 '저런 의외의 범인을 내세우다니...'하며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을 날 위해 안무섭게 만들었나?

 

[스크림 3]가 개봉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저는 결혼했고, 그렇게 즐겨보던 슬래셔 무비도 보지 못할 정도로 겁쟁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스크림 4G]에 대한 궁금증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극장에서는 놓쳤지만 결국 지난 주말 아주 오랜만에 공포 영화 보기에 도전했습니다. 방문을 활짝 열어서 무서우면 구피한테 뛰어갈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놓고 말입니다.

하지만 [스크림 4G]는 전혀 무섭지 않았습니다. [스크림 4G]가 원래 안무서운 것인지, 아니면 이제 제가 다시 공포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것인지 모를 정도로 심하게 안무섭더군요.

영화의 내용은 작가가 된 시드니(니브 캠벨)가 과거의 악몽을 벗고 고향인 우즈보로로 돌아오며 시작됩니다. 그녀의 귀환과 함께 다시 연쇄 살인사건은 시작되고 시드니는 함께 사건을 해결했던 보안관 듀이(데이빗 아퀘트)와 게일(커트니 콕스)과 함께 사건을 파헤칩니다.

그런데 그런 가운데 중간 중간 저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특히 영화의 오프닝 씬에서 [쏘우 4]를 놓고 의견 대립을 하다가 친구를 살해하는 '스텝 6'의 장면과 시드니를 지키다 죽는 경찰이 쓰러지며 '브루스 윌리스만 사냐'라고 투덜거리는 장면, 그리고 '공포 영화에서 게이는 죽지 않는다'며 살해 당하는 순간 커밍아웃을 하는 장면 등은 이 영화가 [스크림]의 네번째 영화인지 아니면 [스크림]을 패러디한 코미디 영화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범인을 이번에도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둿맛이 영 좋지 않다. (스포 포함)

 

[스크림] 시리즈가 언제나 그랬듯 [스크림 4G]는 공포 영화의 법칙을 늘어 놓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장면들이 너무 과하다보니 오히려 웃긴 장면이 되어 버린 것이죠. 이전 시리즈에서도 공포 영화의 법칙을 늘어 놓는 장면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러한 장면들은 영화의 진범을 찾는 또 하나의 단서가 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스크림 4G]에서는 단서가 아닌 코믹한 장면이 되어 버린 셈이죠.

그리고 또 하나... 저는 분명 또다시 범인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며 열심히 추리해낸 끝에 유력한 범인으로 부보안관과 질의 남자 친구 혹은 시드니의 이모를 범인으로 지목했는데 완전히 빗나가 버렸습니다. 물론 영화의 후반부에는 찰리를 의심하기도 했지만 진정으로 시드니의 사촌인 질(엠마 로버츠)이 범인일줄은 몰랐습니다.

이만하면 또다시 제게서 범인 맞추기 게임에서 승리한 웨스 크레이븐 감독에게 경이를 표할만도 한데 이번 만큼은 그 뒷맛이 영 좋지 못했습니다. 분명 의외의 범인인 것은 확실했지만 질의 행동이 너무 과했던 것입니다.

 

그럴 필요까지 있었을까? (1,2,3편 스포 포함)

 

[스크림] 3부작이 대단했던 것은 의외의 범인이 등장하면서도 그 범인이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했었다는 점입니다. 1편에서 빌리(스킷 울리히)는 시드니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버지와 바람을 피운 탓에 부모님이 이혼한 것에 원한을 품었었고, 2편의 범인은 기자로 위장한 빌리의 어머니였습니다. 그리고 3편은 시드니의 어머니가 할리우드에서 낳은 시드니의 오빠였던 것입니다.

그들 모두 시드니의 어머니에게 원한을 갖고 있었고, 시드니의 어머니가 죽은 시점에서 시드니에게 그 원한이 넘어가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원한은 시드니를 괴로움에 빠뜨릴 연쇄 살인 사건의 원인이 됩니다.  

그런데 과연 질은? 시드니처럼 유명해지고 싶다는 십대 소녀의 욕망이 전부입니다. 그러한 욕망으로 자신의 친구들은 물론 어머니까지 죽인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과했던 것입니다. 솔직히 시드니의 이모이자 질의 어머니가 죽는 장면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에러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질과 찰리에게 그녀를 죽일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 아직도 의문이 남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질의 난도질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시드니를 죽이기 위한 질의 마지막 발악인데 이건 뭐 이젠 반전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막장으로 치닫는 것 같아서 좀 씁쓸했습니다.

[스크림 4G]는 기대와는 달리 미국 흥행에서 완전히 참패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1편이 미국내 흥행 성적은 1억3백만 달러, 2편이 1억1백만 달러, 3편은 8천9백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스크림 4G]는 3천8백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하긴 제가 전혀 무서움을 느끼지 않고 웃으며 편하게 봤으니 공포 영화팬은 오죽했겠습니까? 아무래도 [스크림]은 그냥 3부작으로 끝이 났어야 했을 영화였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