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이클 슈타이너
주연 : 록산느 에스키다, 카를로스 레알
스위스의 세넨툰치 전설
알프스엔 3명의 목자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걸 잃고 외로워했습니다. 그래서 빗자루, 빨래, 걸레를 이용해서 그들 꿈의 여자를 창조하려 했습니다. 이를 가엽게 여긴 악마는 그들에게 여자를 내려 보내주는데 그게 세넨툰치입니다.
남자들은 그녀에게 낮에는 온갖 집안 일을 시키고 밤에는 자신들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데 이용합니다. 하지만 악마의 선물에는 항상 그 댓가가 있는 법이죠. 남자들이 그렇게 즐기는 사이 세넨툰치는 남자들에 대한 복수심이 생기고 결국 그들 모두를 죽여 피부를 벗겨내고 그렇게 벗겨낸 피부에 지푸라기를 채워 인형을 만듬으로서 그들에 대한 복수를 하게 됩니다.
정말로 스위스에 이런 전설이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스위스 영화인 [세넨툰치]는 그러한 전설을 토대로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보기 드문 탄탄한 스릴러 영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하고, 몰입하며, 놀라웠답니다.
2010년에서 자연스럽게 1975년으로 넘어가다.
영화의 시작은 버섯을 따러 산에 올라간 어느 모녀의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능수능란하게 버섯을 따는 어머니와는 달리 어린 소녀는 식용 버섯과 독 버섯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런 소녀에게 정체 불명의 소년이 햇빛을 반사시킨 손거울의 빛으로 식용 버섯이 많이 자라 있는 곳을 알려 줍니다. 신이 난 소녀는 식용 버섯을 열심히 따다가 죽은 사람의 손 뼈를 발견하게 됩니다.
경찰이 출동하고 경찰은 어린 소녀가 봤다는 정체 불명의 소년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어린 소녀가 지목한 이는 1975년에 실종된 알버트를 지목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믿지 않습니다. 알버트가 실종된 것은 35년 전. 그런 경찰에게 소녀의 어머니는 35년전 일어났던 불가사리한 사건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영화는 자연스럽게 2010년에서 1975년으로 넘어갑니다.
꽤 깔끔한 오프닝이었습니다. 2010년과 1975년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영화적 기법이 자연스러웠고, 처음부터 미스터리한 소년의 존재를 드러냄으로서 1975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시켰습니다.
1975년... 마녀가 나타나다.
스위스의 작은 마을. 성구 관리인이 목을 매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하필 바로 그때 정체 불명의 소녀가 마을에 나타납니다. 마을 목사는 그녀가 악마라고 부르짖지만 마을의 경찰 로이쉬는 말도 안되는 소리로 치부합니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소녀에 대한 미스터리한 비밀들이 자꾸만 튀어 나오고, 소녀에게 연민의 정, 혹은 사랑을 느낀 로이쉬는 혼란스러워합니다.
한편 자신을 마녀라며 적대시하는 마을 사람들을 피해 산으로 도망친 소녀는 산 중턱에 사는 에르윈과 그의 벙어리 아들 알버트, 그리고 도시에서 온 이방인 마틴이 함께 사는 집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에르윈과 마틴에게 강간을 당하고 맙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세넨툰치]는 정체불명의 소녀에 대한 미스터리를 더욱 키웁니다. 그녀는 과연 신부의 말처럼 성구 관리인을 목매달아 자살하게 만든 마녀일까요? 아니면 악마가 에르윈 일당에게 보내준 세넨툰치일까요?
시간의 절묘한 배합, 그리고 전설의 접목
[세넨툰치]의 영화적 재미는 바로 이것입니다. [팻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록산느 메스키다가 맡은 정체불명의 소녀는 순수함과 섬뜩함을 오고가며 영화를 보는 저를 더욱 헷갈리게 했습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알버트의 등장 역시 마찬가지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알버트의 등장은 이 영화가 초현실적 스릴러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1975년의 그녀는 정말 악마가 보낸 세넨툰치일지도...
하지만 단지 소재만 세넨툰치 전설을 따왔을 뿐, 그것을 통해 인간의 사악한 면을 부각시킨 전통적인 방식의 스릴러 영화라면 그녀는 세넨툰치가 아닌 단순한 피해자일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섬뜩한 전설과 접목된 정체불명의 소녀의 정체에 헷갈려 하고 있는 제게 이 영화는 마지막 카운트펀치를 날립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밝혀지는 부분인데 이 영화의 시간의 배치가 영화의 순서대로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그러한 부분을 이 영화는 여러차례 제게 힌트를 줍니다. 정체불명의 소녀의 옷차림이 바로 결정적인 증거인데, 눈썰미 좋은 구피는 그것을 눈치챘지만 소녀의 정체에만 관심이 있었던 저는 놓치고 말았죠.
그녀는 우리가 만들어낸 세넨툰치이다. (스포 포함)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를 지은 이 영화를 보고 저는 한동안 멍했습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정체가 아니었던 겁니다. 세넨툰치의 전설대로 그녀는 에르윈 일당에게 복수를 하고 그들의 가죽을 벗깁니다. 하지만 과연 그 누가 그녀를 욕할 수 있을까요?
마을 교구 신부의 비틀어진 욕망 때문에 어머니를 잃고 교구 지하에 갇혀 살던 그녀. 그렇기에 그녀는 순수한 백지 상태 그대로였던 것입니다. 그러한 백지 상태의 그녀에게 마을 사람들과 에르윈 일당은 추악한 그림을 채워놓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닙니다.
어쩌면 악마는, 마녀는 그런 우리들의 추악한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가운데 스스로 마녀, 세넨툰치가 되어 버린 그녀의 마지막 절규가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낯선 스위스 영화에서 이렇게 기대하지 못했던 스마트한 재미와 영특한 스릴러 장치, 그리고 진지한 주제를 안겨주는 영화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기에 이 영화에 대한 여운은 더욱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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