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국내 최초 뱀파이어 수사극
10월 1일 아침 일찍 극장으로 달려가 무려 세 편의 영화를 본 저는 그 덕분에 연휴 기간 내내 바빴습니다. 왜냐하면 영화를 보면 꼭 영화 이야기를 쓰는 버릇이 있기에 세 편의 영화 이야기를 전부 쓰려면 잠잘 시간을 쪼개는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아빠의 옛날 이야기(요즘은 '포켓몬스터'의 쭈니 버전 '포켓몬스터 웅'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를 들어야만 잠을 자는 웅이를 겨우 재우고, 10월 1일 밤에는 [의뢰인]의 영화 이야기를, 10월 2일 밤에는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영화 이야기를, 10월 3일 밤에는 [카운트다운]의 영화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런데 한참 [카운트다운] 영화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거실에서 구피가 부릅니다. 영화 이야기를 쓸땐 웬만해선 절 방해하지 않는 구피이기에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절 부르지 않는데 그날은 한참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부른 것입니다.
구피가 절 그렇게 간절히 부른 이유는 TV에서 [뱀파이어 검사]의 첫 회가 방영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순간 저는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시간은 밤 11시. 빨리 영화 이야기를 써야만 일찍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 출근에 지장이 없을텐데, [뱀파이어 검사]도 보고 싶으니...
'조금만 보자'라며 거실에 주저 앉았는데 결국 [뱀파이어 검사] 첫 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요즘 미드에 푹 빠진 구피도 [뱀파이어 검사]를 열심히 시청했는데 보고나서 미드 못지 않게 재미있다며 극찬을 하더군요. 앞으로 일요일 저녁은 [뱀파이어 검사] 본방 사수를 위해 구피와 저는 거실 TV에 사이 좋게 앉아 있게 될 것 같습니다.(덕분에 새벽까지 [카운트다운]의 영화 이야기를 쓰느라 글은 엉망, 화요일날 출근해서도 눈은 충혈, 컨디션 최악이었습니다.)
일요일 밤을 날려 버릴 뱀파이어가 온다!!!
시작부터 달린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제가 [뱀파이어 검사]를 끝까지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드라마의 진행 때문입니다. [뱀파이어 검사]는 처음부터 차량 추격씬으로 시작합니다. 이유도 알지 못한채 다짜고짜 감각적인 화면에 빠른 편집이 돋보이는 차량 추격씬이 등장하니... '응! 뭐지?'라고 자리에 주저 앉아 보게 된 것이죠.
그런데 거기에 멈추지 않습니다. 뱀파이어로 보이는 괴한의 출현, 그리고 그러한 괴한에게 물리는 민태연(연정훈)의 장면이 연달아 등장합니다. 이건 뭐 정신차릴 겨를이 없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더군요.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불어닥친 이후에도 [뱀파이어 검사]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데 앞뒤 사정 전부 생략한채 뱀파이어가 된 검사 민태연과 그런 민태연의 정체를 알고 있는 강력반 형사 황순범(이원종)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뭐야? 민태연은 뱀파이어가 된거야? 황순범은 민태연의 정체를 아는거야?' 등등 너무 빠른 진행으로 인하여 어리둥절하기까지 합니다.
이렇듯 첫 회에서 보여준 [뱀파이어 검사]의 장점은 스피드한 전개입니다. 뱀파이어가 된 검사라는 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서 [뱀파이어 검사]는 캐릭터 소개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민태연의 활약을 통해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이해하게 만듭니다.
이것은 굉장한 모험입니다. 평범한 캐릭터가 아니니 시청자가 캐릭터를 이해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마땅해 보이는데 [뱀파이어 검사]는 오히려 캐릭터보다는 민태연의 활약에 초점을 맞추고 그 중간 중간 민태연의 캐릭터를 풀어 넣습니다. 그럼으로서 민태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것이죠. 그러한 민태연에 대한 궁금증은 시청자들에게 [뱀파이어 검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시작부터 정신 없는 민태연. 시청자도 덩달아 정신없다.
수사극의 묘미를 살린 짜임새 있는 사건들.
앞서 언급했듯이 [뱀파이어 검사]는 캐릭터 설명을 최대한 생략한 대신 민태연의 활약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첫 회인 '프랑스인형이 있는 방'의 시작에 등장하는 한 여성의 살인 사건인데, 민태연은 피의 동선으로 이 여성이 살해당한 것이 아닌 자살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뱀파이어 검사]가 다른 수사물과 차별점은 둔 것은 주인공이 뱀파이어라는 점과 그로 인하여 죽은 자의 피를 통한 사이코메트리, 혈흔만으로 살해 당시의 상황을 보는 피의 동선 등의 능력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뱀파이어 검사]는 그러한 설정을 잘 이용하는데 살해를 가장한 여성의 자살 사건에서는 피의 동선 능력을, 뒤이어 등장한 보육원 어린 소녀의 살해 사건에서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선보이며 굳이 말로 캐릭터의 능력을 설명하기 보다는 민태연의 활약으로 자연스럽게 그 능력을 설명하는 영리함을 보여줬습니다.
여주인공인 유정인(이영아)이라는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에 비해 매력이 덜 하다는 점이 조금 아쉽지만(어린 아이 시체를 보고 재미있겠다며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은 처음부터 비호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시리즈가 진행되며 차차 그녀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완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육원 사건을 보며 느낀 분노... 우린 사회적 약자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프랑스인형이 있는 방'에서 느껴진 [도가니]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뱀파이어 검사]의 첫 회에 등장한 보육원 소녀 살인 사건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도가니]의 사건과 비슷해서 놀랬습니다. 제가 차마 중간에 시청을 포기하고 자리를 일어서지 못한 것도 어린 아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궁금해서 였는데... [뱀파이어 검사]를 보며 나도 모르게 분노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태연의 활약에 속이 시원했습니다.
과연 [도가니]와 '프랑스인형이 있는 방'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건 묘사가 우연일까요? 저는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러한 사건들을 묘사한 영화, 드라마가 연이어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도가니]에 그토록 분노를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나약한 이들에 대한 강자의 폭력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폭력을 모른채하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우리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입니다. 저항할 힘도 없고, 보호해줄 보호자도 없는 [도가니]의 자애 학원 아이들처럼 [뱀파이어 검사]의 보육원 사건 역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입니다. 부모가 없는 어린 아이들, 우리들의 관심만이 절대적인 사회적 약자인 그들이 혹시라도 처할 수 있는 폭력에서 지켜주는 일이겠죠. 그렇기에 '프랑스인형이 있는 방'의 사건이 픽션임을 알면서도 가슴 아팠습니다.
이렇듯 [뱀파이어 검사]는 수사극의 특수성을 살린 재미와 함께 사회성을 완성해냈습니다. 앞으로 민태연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사회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뱀파이어.
[뱀파이어 검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특수성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완벽한 키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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