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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이후 우리 드라마의 수사극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쭈니-1 2011. 10. 25. 07:00

2003년 4월 25일에 개봉하여 전국 510만 관객을 동원했던 [살인의 추억]에는 박두만(송강호) 형사가 유력한 용의자인 백광호(박노식)와 함께 열광하면서 보는 TV 프로가 있습니다. 지금도 [살인의 추억]의 명장면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는 이 장면은 [수사반장]의 타이틀 음악을 박두만과 백광호가 짜장면을 함께 먹으며 '빠바바담~'하며 따라 부르는 장면이죠.

[살인의 추억]이 80년대 벌어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영화인 만큼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었던 [수사반장]을 통해 시대적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설명한 것이죠. 그만큼 [수사반장]은 70~80년대를 대표하는 드라마이자 우리나라 수사 드라마의 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명작입니다.

 

70~80년대 수사극은 [수사반장]으로 통한다.

 

 

[수사반장]은 1971년 3월 6일 첫방송을 시작하여 1989년 10월 12일 막을 내리기까지 18년간 880회를 방송한 장수 드라마였습니다.  내용을 보면 한국의 콜롬보라고 할 수 있는 박 반장 최불암을 축으로 김상순, 조경환, 노경주 등 5명의 수사관들이 범죄를 해결하는 활약상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특이할 점은 분명 최불암을 축으로 하고 있지만 나머지 수사관들 역시 각자의 캐릭터를 부여 받았고, 각각의 에피소드에 주연급 활약을 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대표적인 팀플레이 수사극인 셈이죠.

하지만 70~80년대를 주름잡던 [수사반장]이 80년대의 마지막 해에 막을 내리면서 한국 드라마의 1세대 수사극은 쓸쓸히 퇴장을 하게 됩니다.

 

90년대 수사극은 트렌디 드라마에 밀리다.

 

수사극의 최강자 [수사반장]이 80년대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90년대. 하지만 한국 드라마의 판도는 이미 X세대로 통칭되던 신세대를 겨냥한 트렌디 드라마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트렌디 드라마의 시초는 1992년 최진실과 최수종이 주연을 맡았던 [질투]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질투]의 엄청난 성공은 이후 장동건, 심은하 주연의 [마지막 승부],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 우희진 주연의 [느낌], 차인표, 신애라 주연의 [사랑은 그대 품안에]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90년대를 대표하는 트렌디 드라마를 꼽으라 한다면 열 손가락만으로도 모자랄 정도로 90년대는 트렌디 드라마의 전성 시대였습니다.

그렇다면 수사극은? 안타깝게도 트렌디 드라마에 밀린 90년대에는 특별히 언급할만한 수사극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나마 인기 만화가 이현세의 인기 만화 [폴리스]를 원작으로 했던 동명의 드라마가 눈에 띄네요.

 

 

[폴리스]에서 가장 주목해볼 것은 화려한 캐스팅 라인입니다. 당시 최고의 청춘 스타였던 이병헌, 엄정화, 김호진, 오현경, 이승연이 총출동하였습니다. 그리고 트렌디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주제곡도 화제였습니다. 손성훈의 걸출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곡이었죠.

다시 정리하자면 [폴리스]는 90년대의 추세였던 트렌디 드라마를 수사극에 교묘하게 접목시킨 드라마였습니다. 그렇기에 수사극이 갖는 일반적인 재미보다는 선남 선녀들이 펼치는 우정과 사랑이 주 내용이었죠.

 

다양화를 앞세운 2000년대 수사극

 

2000년대 수사극의 시작은 SBS가 창사 10주년 특집 드라마로 편성했던 [경찰특공대]였습니다. 단순한 수사극을 넘어 테러리스트에 맞선 경찰특공대의 활약을 담은 드라마였습니다.

잠시 내용을 살펴보면 테러리스트들이 세계 정상들이 모인 부산에 핵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테러리스트에게 형을 잃은 김석훈이 컴퓨터 해킹으로 발사를 막고 테러리스트들을 일망타진한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일단 국내 범죄를 다루던 기존의 수사극과는 달리 당시 복잡한 세계 정세를 반영하듯 테러리스트를 등장시킴으로서 스케일이 상당히 커졌고, 김석훈, 김유미 등 신예 배우를 캐스팅하는 과감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경찰특공대와 테러리스트의 이룰 수 없는 슬픈 사랑을 양념으로 추가시켰는데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작을 알렸던 [쉬리]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MBC에서 2003년에 방영된 [좋은 사람]은 아예 수사극을 추리, 액션의 범주에 넣지 않고 코믹한 부분을 부각시키기도 했습니다.

가진것도 없고, 머리도 그저그렇고, 잘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빽이 있나, 가정환경이 받쳐주나, 그저 타고 태어난 깡 하나와 건강한 몸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날나리 삼류건달이 사회 정의와 질서를 수호하는 경찰이 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좋은 사람]은 코믹한 부분과 강태평이라는 주인공의 인간 승리 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조한선, 신하균, 소유진, 한지민, 유민 등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경찰특공대]기 블록버스터급 스케일로, [좋은 사람]이 코미디로 수사극에 새로움을 추구했다면 [투명인간 최장수]와 [눈사람]은 휴먼 가족 드라마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2006년 KBS를 통해 방영된 [투명인간 최장수]는 무대포 강력반 형사 최장수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되고, 남은 가족들을 위해 이별을 준비하면서 겪게 되는 가슴 찡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유오성의 연기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 드라마였죠.

2003년 MBC에서 방영된 [눈사람]은 강력반 형사 한필승이 어린 동생과 함께 사는 서연정을 사랑하게 되면서 엽기 처제 서연옥과 함께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조재현의 연기는 물론 [눈사람]을 통해 엽기 처제 공효진의 연기력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렇듯 2000년대 수사극은 수사극이라는 한 장르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추구하였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드라마 외에도 SBS 시트콤 [형사], MBC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 등 다양한 장르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펼쳤습니다.

 

명품 수사극의 탄생을 알린 [부활]와 [마왕] 그리고 [히트]와 [개와 늑대의 시간]

 

물론 2000년대에 다양한 시도만 한 수사극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명작 드라마로 기억에 남는 수사극도 많이 탄생을 했는데 그 중 [부활], [마왕], [히트]는 한국형 명품 수사극으로 역사에 오랫동안 남을 걸작입니다.

 

 

2005년 6월 1일부터 8월 18일까지 KBS2에서 방영되었던 [부활]은 불행한 과거를 가졌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삶을 살았던 한 형사의 처절한 복수극을 담고 있습니다. 강력계 형사 서하은(본명 유강혁)은 자신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난 그의 쌍둥이 동생은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는 악당들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유강혁은 무릉건설의 부사장인 동생 유신혁이 되어 복수를 이뤄 나갑니다.

엄정화의 동생으로만 알려졌던 엄태웅과 한지만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았던 [부활]은 정통적인 수사극은 아니지만 한 남자의 정교한 복수를 통해 수사극에서만 안겨줄 수 있는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안겨줬습니다.

 

 

엄태웅의 카리스마는 2007년 3월 21일부터 5월 24일까지 KBS2에서 방영되었던 [마왕]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습니다.

[마왕]은 소년 시절 비극적인 사건으로 숙명적인 대결을 펼치는 두 남자와 사이코매트리 능력을 가진 초능력 여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강오수(엄태웅)는 12년 전 친구를 죽였지만 아버지 덕분에 풀려납니다. 하지만 그가 죽인 친구의 동생인 오승하(주지훈)가 복수심을 키워나갑니다. 12년 후 강력반 형사가 된 강오수와 변호사가 된 오승하는 다시 만나게 되고 오승하가 파놓은 치밀한 복수의 함정에 강오수는 점점 빠져 들어갑니다.

[마왕]의 특이한 점은 서해인(신민아)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사이코매트리라는 특별한 능력을 수사극에 접목시켰다는 점과 [부활]에서 복수의 아이콘이었던 엄태웅을 이번엔 복수 당하는 캐릭터로 전복시켰다는 점입니다.

 

 

2007년 3월 19일부터 5월 22일까지 MBC에서 방영되었던 [히트]도 2000년대 방영되었던 명품 수사극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한국 최초의 여성 강력계 반장 차수경(고현정)과 뺀질거리는 서울지검 강력부 신입검사 김재윤(하정우)를 축으로 진행되는 [히트]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차수경이 그러한 트라우마를 힘겹게 이겨내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였습니다. 고현정의 보이쉬한 매력과 이제는 하정우의 전매특허가 된 미워할 수 없는 뺀질이 연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2007년 7월 18일부터 2007년 9월 6일까지 MBC에서 방영되었던 [개와 늑대의 시간] 역시 결코 앞선 명품 수사극에 뒤지지 않는 드라마였습니다.

제목인 [개와 늑대의 시간]은 '해 질 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수현(이준기)을 중심으로 하여 국가장보원과 태국의 범죄조직 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준기, 정경호, 남상미 등이 출연을 했으며, 특히 최재성의 악역이 인상적인 드라마였죠.

 

2011년 수사극은 케이블 방송이 주도한다.

 

2000년대 수사극은 가히 전성기라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드라마들이 소개되었고, 그 중에서 위에서 언급되었던 묵직한 걸작 수사극이 다수 탄생되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로 넘어서며 [CSI]등 미드의 등장으로 그 판도가 바뀌고 맙니다.

특히 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 OCN이 국내 최초 뱀파이어 수사극인 [뱀파이어 검사]를 통해 새로운 판타지 요소가 강한 캐릭터 수사극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1년 11월 18일 밤 12시부터 새로운 수사극 [특수사건 전담반 TEN]를 새롭게 방영한다고 하네요.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시도를 했던 TV 수사극이 [특수사건전담반 TEN]에서는 70~80년대를 주름잡던 [수사반장] 식의 팀플레이 수사극으로 복귀했다는 점입니다.

[특수사건전담반 TEN]은 경찰청이 해결하기 어려운 상위 10%의 중범죄 사건을 사전에 판별, 특수전담반을 투입하여 검거율 100%로 만들고자 전담반 'TEN'을 만들었다는 설정 아래 시작됩니다. 멤버로는 팀장 여지훈(주상욱)을 축으로 형사 경력 24년의 베테랑 형사 백도식(김상호), 한국대 심리학과 수석 졸업에 프로파일러 특채 차석이라는 화려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교통계, 단순 실정사건 등 잡다한 업무만을 담당하던 남예리(조안), 그리고 경찰청에 갓 입사한 신참 형사 박민호(최우식)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이루어내는 팀플레이가 [수사반장]의 향수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만큼 매력적일지는 11월 18일 첫 방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캐릭터가 하나의 사건을 해결해나가며 진실에 접근하는 요즘의 수사극도 좋지만 여러 캐릭터들이 팀을 이루어 여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수사반장] 식의 수사극도 선호하는 편이기에 오랜만에 등장하는 정통 수사극 [특수사건전담반 TEN]에 거는 기대가 꽤 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