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올리비에 메가턴
주연 : 조 샐다나, 마이클 바르탕, 조르디 몰라
개봉 : 2011년 8월 31일
관람 : 2011년 8월 31일
등급 : 15세 이상
뤽 베송 스타일의 섹시 여전사가 돌아왔다.
'액션은 남성의 전유물이다.'라는 선입견을 깨뜨린 영화가 있었습니다. 당시 [서브웨이], [그랑 블루]를 통해 프랑스의 천재 감독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었던 뤽 베송 감독의 [니키타]입니다.
거리의 부랑아였던 한 여성이 비밀 정보 기관으로부터 전문 킬러로 키워진다는 기본 내용을 가지고 있는 [니키타]는 섹시 여전사가 낯설던 80, 90년대에 획기적인 영화로 평가 받았습니다.
뤽 베송 감독은 [니키타]를 통해 근육질의 남성 캐릭터들이 펼치던 묵직한 액션과는 다른 여성 캐릭터 만의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액션을 펼쳐 보여줬습니다. [람보], [코만도] 등 근육질의 남성 배우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적에게 총을 난사하던 그 시절, 연약한 몸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사랑에 흔들리고, 죄의식을 느끼던 니키타의 모습은 분명 새로웠습니다.
할리우드 역시 섹시 여전사의 가능성을 높이 사서 [토요일 밤의 열기], [전선 위의 참새], [코끝에 걸린 사나이] 등을 연출했던 존 바담을 감독으로 영입, [니키타]의 리메이크인 [니나]를 관객에게 선보였지만 관객에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니나]는 [니키타]와 비교되며 뤽 베송이 얼마나 대단한 감독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역할만 했을 뿐이죠.
[니키타] 이후 섹시 여전사를 앞세운 영화들은 액션 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밀리 요보비치를 섹시 여전사로 내세운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우마 서먼의 복수극을 담은 [킬 빌 1, 2], 케이트 베킨세일 주연의 [언더월드1, 2], 이젠 섹시 여전사의 대명사가 된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툼 레이더 1, 2], [원티드], [솔트] 등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섹시 여전사들이 스크린 속을 활개치고 있습니다.
가끔 섹시가 아닌 보호본능을 자극시키는 시얼샤 로넌 주연의 [한나]와 같은 여전사도 있었지만 , 아무래도 여전사하면 섹시함이 대세이긴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독보다는 제작자로 맹활약을 하고 있는 뤽 베송이 또 다른 섹시 여전사를 내놓았습니다. 뤽 베송이 제작과 각본을 맡았고, 뤽 베송 사단 중 한명인 [트랜스포터 : 라스트 미션]의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세계적인 흥행작 [아바타]에서 나비족의 여전사를 연기했던 조 샐다나를 캐스팅한 [콜롬비아나]는 [니키타]이후 20년 만에 돌아온 뤽 베송 스타일의 섹시 여전사로 제게 기대를 모았습니다.
너무 매력적인 아역의 활약... 그래서 커져버린 조 샐다나에 대한 기대
[콜롬비아나]의 오프닝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 콜롬비아의 풍경과 거리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범죄를 빠른 편집으로 번갈아 보여줍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 암흑조직에게 부모를 잃은 아홉살 소녀 카탈리아가 있습니다. 총을 든 괴한의 난입과 그로인한 부모님의 죽음으로 이 아홉살 어린 소녀는 겁을 집어 먹을만도 한데 너무나도 침착하게 위기에서 빠져 나옵니다.
작고 유연한 몸을 이용한 어린 카탈리아와 그녀를 쫓는 덩치큰 조직원의 추격씬은 이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충분히 예상하게 만듭니다. 유연하고 날렵한 카탈리나의 액션으로 다른 남성 캐릭터 중심의 액션 영화와는 확실한 차별점을 두겠다는 야심찬 선언과도 같았습니다.
[콜롬비아나]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 사는 삼촌의 집에 도착한 어린 카탈리나는 그제서야 눈물을 흘립니다. 마치 감정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던 아홉살 꼬마는 그렇게 눈물을 꾹 참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버텼던 것입니다.
이것 역시 여성 캐릭터 중심의 액션 영화의 장점인데, 주인공의 눈물은 영화를 보는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완벽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무기인 유연함과 눈물, 그것은 뤽 베송 감독이 [니키타]에서 써먹었던 키워드이고, [콜롬비아나]에서도 여전히 적용되는 영화적 재미 요소입니다.
어린 카탈리나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아역 배우 아만들라 스탠버그의 활약 덕분에 [콜롬비아나]에 대한 제 기대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어쩌면 [니키타]보다 진일보한 섹시 여전사의 액션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게 몰아쳤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15년이 지나고 어린 카탈리나에서 성인이 된 카탈리나(조 샐다나)로 교체가 되며 이 영화는 제 기대감을 서서히 무너뜨리기 시작합니다.
예고편에도 소개가 된 카탈리나가 술 취한 취객으로 위장하여 경찰서에 들어가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범죄자를 암살하는 장면은 분명 섹시 여전사의 장점을 활용한 매력적인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치밀함은 부족했습니다.
단 한치의 오차도 허용이 되지 않는 이 장면에서 생략된 장면들이 너무 많습니다. 커피 스푼은 때맞춰 카탈리나가 잠들어 있는 유치장 쇠창살 위에 놓여져 있고(경찰서 안에 내부 협력자가 있단건가?) 범죄자를 감시하던 FBI요원은 때맞춰 화장실을 가고, CCTV를 확인하던 경찰서 당직자는 때맞춰 한눈을 팝니다. 분명 카탈리나의 초반의 액션은 조 샐다나의 섹시 여전사의 매력을 잘 살려줬지만, 그녀의 활약에 대한 부가 설명을 전부 생략함으로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치밀함의 부족은 영화 내내 계속되는데 카탈리나의 암살 장면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은 '난 머리 아픈건 싫어. 그냥 단순하게 즐기라고.'라며 관객에게 속삭이는 것처럼 암살 장면에 대한 앞뒤 설명을 전부 생략시키고 카탈리나의 액션에만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한계가 분명한 조 샐다나의 매력
그러한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의 선택은 영화가 중반으로 흘러 가면서 점점 밑천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 영화의 한계는 카탈리나를 연기한 조 샐다나의 매력이 바닥이 나면서 비롯됩니다.
조 샐다나를 보며 섹시 여전사의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아쉽게도 초반 경찰서 내에서의 암살 장면 뿐이었습니다.
카탈리나는 이후 섹시함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 자신의 은신처로 가서 옷을 벗고 섹시 댄스를 추고, 샤워를 하고, 연인인 대니(마이클 바르탕)의 품에 안기기도 합니다. 이 장면에서 분명 저는 조 샐다나의 섹시한 매력에 흠뻑 빠져야 합니다. 그래야 이후에도 치밀함은 부족하더라도 카탈리나의 활약을 즐길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너무 말라서 살이라고는 보이지 않던 조 샐다나,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날렵한 액션을 해낼 수 있었을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마른 그녀의 몸매는 섹시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섹시 여전사라는 칭호가 어색할 정도로 조 샐다나는 그저 삐쩍 마른 여킬러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카탈리나와 대니의 관계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이 영화에서 카탈리나와 대니는 무슨 섹스 파트너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긴 둘의 관계를 전부 생략하고 다짜고짜 임무를 마친 카탈리나가 대니의 집에 찾아가 키스하고 섹스하는 장면만을 보여주니 그렇게 보일 수 밖에요.
섹시 여전사가 사랑하는 남자로 인해 위기에 빠진다는 설정을 아예 뺐더라면, 그래서 대니라는 캐릭터를 빼고 그 남은 시간에 카탈리나의 활약에 치밀함을 조금 더 덧붙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섹시 여전사인줄 알았는데 전혀 섹시하지 않더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 카탈리나는 이후에도 별다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합니다. [아바타]에서 시퍼렇게 분장한 그녀의 모습은 매력적으로 보였는데, 오히려 맨 얼굴을 드러낸 이 영화에선 그녀의 매력이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습니다.
뭔가 대단한 역할을 해낼 것만 같았던 FBI 요원 로스와 역시 뭔가 대단한 악역을 해낼 것만 같았던 CIA 요원은 후반부에 찌질함의 극치만 보여준채 서둘러 퇴장하고,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후반부의 복수극은 남성 중심의 액션 영화와 전혀 차별점을 찾을 수 없는 빗발치는 총질로 아쉽게 마무리됩니다.
그냥 평범한 액션을 볼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니키타]로 할리우드가 탐낼만한 섹시 여전사를 탄생시킨 뤽 베송 감독. 하지만 20년 만에 돌아온 뤽 베송의 섹시 여전사는 오히려 뒤로 퇴보하고 있었습니다.
부모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는 카탈리나의 행동에 목적 의식을 심어준 것까지 좋았는데, 초반 매력적인 액션씬을 제외하고는 그 이후의 액션도 너무 평범한 편이고,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조 샐다나의 매력도 바닥을 드러내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선 왜 여성 주인공을 내세웠는지 모를 특색없는 장면으로 일관하였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재미없었냐고요? 만약 제가 섹시 여전사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않고 갔다면 그냥 영화 내내 펼쳐지는 시원 시원한 액션에 만족하며 '그럭저럭 볼만했어.'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기대했던 것은 그것이 아니었기에 영화를 볼 때는 그럭저럭 재미있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이렇게 영화 이야기를 쓰려고 하니 재미있었던 점보다는 아쉬웠던 점만 자꾸 떠오르네요.
모든 영화가 제가 기대했던대로, 제 입맛대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 역시 잘 압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영화적 재미를 얻지 못하고 평범한 재미만을 얻었을 때의 당혹감은 아무리 영화를 많이 봐도 변하지 않네요.
차라리 [한나]처럼, 혹은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처럼 아예 어린 킬러를 내세웠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조 샐다나보다 아역인 아만들라 스탠버그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곁가지를 쳐내고 좀 더 치밀함을 보여주던가, 아니면 카탈리나와 대니의 관계를 좀 더 심층있게 그려서, 복수심에 불타던 카탈리나가 사랑으로 인하여 변해가는 섬세함을 보여 주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남성 액션 영화와 차별화된 아름다움과 유연함을 강조한 액션을 영화의 마지막까지 고집하던가...
섹시 여전사가 등장하는 액션 영화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콜롬비아]는 뤽 베송 감독이 제작을 맡았던 그저 그런 소품 액션 영화들과 별다른 차별점을 두지 못한 영화였습니다. 애초에 [니키타]를 기대하고 영화를 본 것이 제겐 패착이었습니다.
[콜롬비아나]에 대한 다른 영화 리뷰를 보니
'조 샐다나의 섹시함만 기억이 남는다'라는 리뷰가 많이 보인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가? 저 삐쩍 마른 몸매가 진정 섹시한건가?
섹시함에 대해 내가 알고 있던 의미에 대한 혼란감이 밀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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