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사랑의 커피, 배니싱 (The Vanishing) ★★★1/2

쭈니-1 2011. 8. 23. 06:00

 

 

감독 : 조지 슬루이저

주연 : 키퍼 서덜랜드, 제프 브리지스, 낸시 트래비스, 산드라 블록

 

 

* 해설

 

지금은 톱스타가 된 배우들이 스타가 되기 전 조연으로 등장했던 영화를 보는 것은 색다른 재미이다. 이런 의미에서 [배니싱]은 매우 흥미롭다. [데몰리션맨], [스피드], [당신이 잠든 사이에], [네트] 등의 연이은 히트로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로 급부상중인 산드라 블록의 스타가 되기 전 어눌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그 외 [유혹의 선], [삼총사] 등에 출연했던 개성있는 연기자 키퍼 서덜랜드와 [피셔킹], [분노의 폭발]의 중견 배우 제프 브리즈스의 악역도 인상적이다.

 

* 줄거리

 

연인사이인 제프(키퍼 서덜랜드)와 다이앤(산드라 블록)은 여행 도중 휴계소에 잠시 머문다. 그러나 맥주를 사러간 더이앤은 실종되어 버리고 제프는 그녀를 찾아 전단을 만들어 붙이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한다.

3년 후 제프는 여전히 다이앤을 찾아 헤매이지만 이젠 사랑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도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은 욕망의 집착으로 치닫는다. 직장마저 잃고 너무나도 지쳐있던 제프에게 리타(낸시 트래비스)라는 여성이 다가오고 둘은 쉽게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3년 전 사건을 책으로 써달라는 출판사의 제의에 제프는 돈 때문에 승낙하고 책을 쓰기위해 다시 다이앤에 대한 집착을 시작한다. 이 사실을 알게된 리타는 제프와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한편 한 가정의 충실한 가장인 바니(제프 브리지스)는 제프를 찾아간다. 그가 바로 다이앤을 납치한 장본인이었다. 바니는 제프에게 '자신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궁금해서 그녀를 납치했다.'며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으면 약을 탄 커피를 먹으라고 강요한다. 궁금증을 못이긴 제프는 커피를 마시고 정신을 차렸을땐 관같은 어두운 나무 상자에 갇혀 있었다. 그는 산채로 매장되어 버린 것이다.

제프가 바니라는 남성과 차를 탄 것을 목격한 이웃 덕분에 리타는 바니의 차번호를 추적하여 그의 집을 알아내고 그의 딸을 통해 그가 오두막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두막에 도착한 리타. 그녀에게 바니는 또다시 제프에게 했던 제의를 한다. 그러나 리타는 이것을 역이용하여 바니에게 딸을 데리고 있으니 딸을 되찾고 싶으면 커피를 마시라고 강요하고 바니에게 커피를 먹이는데 성공한다.

리타는 바니의 신발을 통해 제프가 생매장된 곳을 찾아내고 겨우 제프를 구한다. 그러나 바니의 공격이 시작되고 리타는 위기에 빠진다. 이때 정신을 차린 제프는 바니를 쓰러 뜨린다. 사건이 해결되고 출판사 사장은 이 이야기를 책을 써줄 것을 부탁하지만 제프와 리타는 거절하고 새 삶을 결심한다.

 

* 감상평

 

이 영화는 사람의 궁금증에 대한 집착을 스릴러 방식을 채택하여 끊임없이 파고든다. 바니는 어렸을 적 '과연 내가 2층에서 뛰어 내릴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게 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바니는 제프에게 '누구나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내가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한 여인을 강제로 납치 생매장한다.

제프 역시 궁금증에 집착한다. 다이앤이 실종된지 3년 후 TV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살아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나 알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고 이것을 계기로 바니는 제프를 찾아간다. 제프는 궁금증 때문에 목숨을 걸고 약을 탄 커피를 마신다.

이러한 궁금증이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한다. 조지 슬루이저 감독은 현대인의 궁금증을 이용해 잘 다듬어진 스릴러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관객의 궁금증을 영화가 끝날때까지 이어나가지는 못했다. 관객은 '과연 다이앤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말은 어떻게 날까?' 궁금해하지만 이 궁금증은 의외로 빨리 해소되어 버린다.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의 정형화된 길을 채택하여 오히려 라스트의 긴장감을 떨어 뜨리고 말았다.

 

1996년 3월 21일

VIDEO

 

 

 


 

 

 

2011년 오늘의 이야기

 

이 영화의 정식 제목은 실종을 나타내는 [배니싱]입니다. 하지만 제가 [사랑의 커피]라는 조금은 엉뚱한 제목을 함께 붙인 이유는 1996년 이 영화를 볼 당시 분명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린 이 영화의 비디오 테잎 케이스에는 [사랑의 커피, 배니싱]이라고 쓰여 있던 기억이 나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커피'라... '배니싱'은 이 영화의 제목과 잘 어울리지만 '사랑의 커피'라니... 단지 제프가 그리고 바니가 약을 탄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사랑의 커피'라는 엉뚱한 제목이 붙은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우리나라 영화 수입업자의 영화 작명 실력은 초딩 수준입니다. 

암튼 이 영화는 산드라 블록이 스타가 되기 전 거의 단역 수준으로 출연했던 영화였는데, 초반에 잠시 나왔다가 결국 실종되어 사라지는 설정이기 때문에 산드라 블록을 보기 위해 이 영화를 선택하시는 분이라면 실망을 넘어서 분노를 느낄지도...

아마도 산드라 블록이 스타가 되자 그 후광을 얻고자 부랴 부랴 이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아마 많은 분들이 '산드라 블록은 왜 이것밖에 안나와!'를 외치며 분노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