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상진
주연 : 박중훈, 정선경, 명계남, 김승우, 최종원, 박인환
* 해설
우리나라 감독 중 코믹 영화의 대가를 꼽으라 한다면 강우석 감독을 지목하는데 반대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가. 우리 영화 중 가장 웃신 영화라는 [투캅스]를 비롯하여 데뷔작인 [달콤한 신부들], [미스터 맘마], [마누라 죽이기] 등 그의 영화는 관객을 끊임없이 웃겼다.
이러한 코믹 영화의 대가 강우석 감독의 밑에서 6년간 조감독 수업을 받으며 이 영화로 감독에 데뷔한 김상진 감독. 묘하게 이 영화의 소재인 비자금 사건이 영화 제작시기에 맞추어 터져나와 한층 주못을 받았다.
강우석 감독이 코믹 영화 감독의 대가라면 박중훈은 코믹 연기의 대가이다. 강우석 감독과 손을 잡고 찍은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는 대가들의 만남답게 모두 흥행에 성공하였으며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총잡이] 등 그의 코믹 연기는 이미 절정에 달해있다. 이 영화에서도 100억의 행운을 잡은 백수건달 천달수 역으로 또다시 관객을 쉴틈없이 웃겼다.
최근 급부상중인 여배우 정선경. 파격적인 영화였던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정식 영화계에 데뷔하며 '엉덩이가 예쁜 여자'라는 애칭을 갖기도 했던 그녀는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개같은 날의 오후] 등의 연속 히트로 이제 한국 영화계의 최고 인기 여배우로 인정받았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개같은 날의 오후]에서 보여주었던 천박하면서도 섹시한 그녀의 이미지가 이 영화에서도 이어진다.
그 외 중견 연기자인 명계남과 여배우 이미연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진 김승우의 코믹한 킬러 연기와 [무나루 죽이기],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에서 코믹 연기를 펼친 최종원, 박중훈의 아버지로 나오는 박인환 등 굵직한 조연들의 활약이 이 영화를 더욱 배꼽잡게 한다.
* 줄거리
천달수(박중훈). 일명 놈팽이. 일정한 직업없이 친구나 친지의 동원 예비군에 대신 나가주고 용돈받아서 생활하는 백수건달. 일년의 반 이상을 군복입고 다니기 때문에 동네에서도 수상한 인물로 수군거림.
어느날 동원 예비군 3박 4일 훈련을 대신 해준 댓가로 돈을 통장에 온라인 입금시키겠다는 친구 때문에 군 제대후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통장을 찾아서 번호를 알려주게 된다. 돈을 찾으러 가는 두중에 동네 외상술 값을 받으러온 은지(정선경)라는 카페 여종업원과 본의 아닌 동행을 하게 되는데...
한편 구정치세력 서보좌관(최종원)은 자신의 정치 비자금이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돈 세탁을 하기로 한다. 1년 이상 사용치않은 휴면계좌 10개를 선정하여 100억씩 입금시켜 이를 비밀 계좌에 대체시키는 것. 달수가 통장을 정리기에 집어 넣는 순간 조직에서는 10개의 휴면 계좌에 100억씩 이체시키기 위해 키보드를 작동하게 되고 달수의 통장에는 친구가 보낸 5만원과 함께 대체명의로 100억이라는 돈이 찍히게 된다.
이에 달수와 은지는 눈을 의심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우선 시험적으로 3억을 찾고 조직에서는 3억이 출금되는 바람에 100억 전체의 계좌 이체가 불가능해지고 게다가 비자금이 발각될 위기에 처한다.
조직에서는 천달수를 조사하게 되고 그가 일년에 반 이상 군복을 입고 다니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왕년에 이름을 날리던 전설적 킬러 장하사(명계남)와 신참 킬러 뱁새(김승우)는 조직의 명령으로 이 둘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추적한다.
한편 달수와 은지는 고급 호텔 VIP룸에서 묶으며 뉴그랜져를 끌고 최고로 비싼 옷을 사고 최고로 비싼 음식을 먹으며 그 동안 돈 때문에 겪은 설음을 단숨에 씻어 버린다. 그러나 결국 조직에서는 이들을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지고 장하사는 100억이라는 엄청난 돈에 욕심이 생긴다.
장하사의 배신을 눈치챈 조직에 의해 달수와 은지, 장하사는 위기에 처하고 뱁새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난다. 100억이 든 돈가방과 조직의 추격. 결국 돈가방은 장하사와 뱁새가 가지고 사라지고 조직은 경찰에 의해 입건된다. 1년 후 평범한 부부가 된 은지와 달수 앞에 장하사는 50억이 든 돈가방을 가지고 찾아온다.
* 감상평
이 영화는 철저히 재미잇어야 한다는 각오 아래 관객에게 즐거움을 준다. 박중훈의 코믹 연기는 관객을 웃음의 도가니로 밀어 넣고 김상진 감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한다. 2시간 동안 마음 놓고 웃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
1996년 3월 19일
VIDEO
2011년 오늘의 이야기
1996년 당시에는 강우석은 코믹 영화의 대가로, 김상진 감독은 이제 갓 데뷔한 감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강우석 감독은 시네마서비스를 통해 국내 영화계의 최고 파워맨이 되었고, 이제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 대신 스케일이 있는 영화를 주로 연출합니다. 김상진 감독은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광복절 특사], [귀신이 산다]로 강우석 감독 대신 코믹 영화의 대가 자리를 꿰찼습니다. 하지만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주유소 습격사건 2]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최근엔 추춤한 상태. 2011년 9월에 개봉 예정작인 김주혁, 김선아 주연의 [투혼]이 마지막 희망입니다.
[돈을 갖고 튀어라]는 15년이 지난 지금 봐도 소재의 기발함이 살아있는 영화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치권의 비자금이 문제가 되고 있고, 그들의 자금 세탁이 고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어쩌면 현실에서 있을법한, 그리고 소시민이라면 내 통장에 나도 모르는 거금이 들어있는 꿈을 한번쯤은 꿨을 법한 소재로 관객을 웃겼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엔 김승우는 이미연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졌었군요. 지금은 김남주의 남편으로 유명한데... 이상하게 제가 영화 노트에서 언급한 커플들은 지금은 거의 이혼한 상태라는거... 참 신기합니다. 그만큼 영화 배우에게 이혼은 흔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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